몸을 바꾸어 가지고 온 아버지
이 이야기는 경기도에서 채록된 설화이다.
김씨 성을 가진 자가 어느 날 죽었기 때문에 그 자녀들은 슬퍼하면서 정성껏 장례를 치뤘다.
산소를 만들고 난 후 며칠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어떤 사람이 나타나 집으로 서슴지 않고 들어와 너무나도 친숙하게 말을 걸 뿐 아니라 거동도 집 사정을 잘 아는 사람과 같았다.
가족들이 기이하게 여겨 누구냐고 묻자
「 <나는 이 집의 주인으로 너희들의 아버지이다.」
고 했다.
그러나 자녀들은 목소리는 생전의 자신들의 부친과 다를 바 없었으나 이미 산에 묻은 뒤이며 또 지금 그 사람의 모습이 부친과는 너무나 틀렸기 때문에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말하기를,
「내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자세히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너희들이 밀지 않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나는 분명히 죽었다 그러나 수명이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에 이 세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돌아와 보니 너희들은 시신을 땅속에 물어 버린 후였기 때문에 그 시체로 다시 살아날 수 없었다.
그래서 길에서 우연히 만난 이 사람의 모습을 빌려 온 것이다.
따라서 용모는 비록 다르지만 이전의 사정은 누구보다도 잘 아는 너희들의 아버지다.」
고 했다. 이 말을 듣고 보니 과연 살아 있었던 때의 부친과 다르지 않았다.
자녀들은 죽은 아버지가 살아 돌아왔기 때문에 매우 기뻐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어느 마을의 박씨 성을 가진 자가 행방불명이 되었다.
자녀들은 물론 친척 · 친지들도 서로 힘을 합하여 열심히 찾았다.
그러기를 며칠 지나고 어느 마을의 김씨 집에 낯선 사람이 나타나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 집을 찾아가보니 틀림없는 박씨의 부친이었다.
그리하여 박씨의 자녀들은 같이 집으로 가자고 그의 부친에게 말을 했다.
이를 본 김씨의 자녀들은 모습은 박씨이나 실제로그 사람은 자신들의 부친이기 때문에 박씨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라 하여 이를 거절했다.
이 일로 인하여 한 아버지를 두고 김씨와 박씨의 자식들 간에 갈등이 생겨 스스로 해결할 수가 없어 관가에 소송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정을 들은 군수는 살아 있었을 때는 김씨의 부친이고. 죽어서는 박씨의 부친이라는 판결을 내려 문제를 해결했다 한다.
<조계사 영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