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형당한 외사촌 귀신의 장난

처형당한 외사촌 귀신의 장난

기유(奇裕)라는 사람의 조부는 당대에 있어서 명재상이었다.

그런데 그의 조부가 죽고 난 다음부터 그 집에 이상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 훌륭한 저택도 어느덧 아무도 살지 않는 폐가가 되고 말았다.

그 이상한 일이란 다음과 같았다.

예를 들면 어떤 아이가 문 밖에 서 있는데 문득 그 아이 등에 어떤 무거운 물건이 붙어 떨어지지 않아 깜짝 놀라 집안으로 달려 들어가 그 집사람에게 무엇이 붙어 있는지 보아 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 등에는 아무것도 붙어 있지 않았다.

나중에는 무거운 것이 등에서 떨어져 나갔으나 그 어린 아이는 온몸에서 땀이 흘렀다 한다.

그 뒤로는 괴상한 일이 자주 일어났다.

밥을 지으면 솥뚜껑은 그대로 있는데 그 속에 밥 대신 똥이 가득 들어 있곤 하는 것이다.

무언가 변괴를 부리는 귀신의 짓이라고 경계하면 어떤 때는 화분이나 책상이 공중으로 날아다니기도 하고 또 큰 가마솔 뚜껑이 천정에 붙어 이상한 소리를 내기도 했다.

또 어떤 때는 앞뜰에 있는 채소가 시들어 있어 조사를 해보니 모두 거꾸로 심어져 있기도 했다.

또 농 안에 넣어둔 옷이 모두 나와 천정이나 대들보 위에 늘어져 있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때는 불이 없는 아궁이에서 불이 갑자기 일어나 그 불을 끄면 불이 문간방에 옮겨 붙어 다 태워 버리는 것이다.

이와 같이 괴이한 일들이 계속 일어났기 때문에 그 집사람들은 모두 이를 두려워하여 다른 곳으로 옮겨가 버리고 말았다.

기유가 분연히 말하기를

「오년동안 선조들이 살던 집을 빈집으로 만들어 황폐하게 하는 것은 자손으로서는 할 일이 아니다.

귀신 따위를 무서워해서야 어찌 대장부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며 굳게 마음을 먹고 그 집에 남아 살기로 했다.

그러나 괴이한 일은 계속 일어났다.

때로는 사람의 얼굴에 똥과 오물을 칠하는 일이 생겨났다.

기유가 화가나 요괴를 꾸짖으면 공중에서

<너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하는 소리가 들렀다.

요괴를 퇴치시키려고 있었던 기유는 처음에는 힘으로 버티어 나갔지만 결국 병을 얻어 죽고 말았다.

이 변괴는 기유의 외사촌 유계량(柳繼亮)이라는 자가 남을 음모하다가 처형당하더니 그 귀신이 이집에 붙어 이와 같은 일을 저질렀다 한다.

<용재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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