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찰사에게 선몽한 정포은
포은 정몽주(鄭夢周)의 사당은 영천에 있다.
손칠휴(孫七休)가 경상도 안찰사로 있었을 때의 일이었다.
그가 지역을 순시하는 도중 영천군의 경계를 막 넘어가려고 하였을 때 몹시 졸려 견딜 수 없었다.
그리하여 말에서 내려 잠시 잠을 청했다.
그러자 꿈에 눈과 같이 핀 수염을 흩날리면서 웬 노인이 나타나
<나는 포은이다. 그런데 내가 있는 곳이 몹시 퇴락하여 비도 새고 바람도 세차게 들어와서 몹시 괴롭다.>
고 하면서 마치 부탁하는 것과 같은 말씨였다.
칠휴는 깜작 놀라 일어나 그 지역의 노인들에게 물어보니 그곳에 사당의 흔적이 있었음을 알았다.
그리하여 고을의 수령에게 명하여 사당을 짓게 하였으며 완공 후 칠휴가 스스로 자신이 그곳에 가서 제전(祭奠)을 지냈으며 글을 지어 사당의 벽에 붙여 이러한 사실을 알렸다.
<담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