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갈라나와 마귀

목갈라나와 마귀

석존께서 왕사성(王舍城)의 영취산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셨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석존께서 봉기국(國) 묘화산(妙華山)의 취록원(聚鹿苑)f에 가신 일이 있었다. 그때 목갈라나 존자도 함께 석존을 수행했다가 밤중에 되돌아오게 되었다.

그때 악마가 다가와 모양을 변화시켜 형태를 없애버리고 목갈라나 존자의 복중(服中)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 때문에 목갈라나 배가 캥기고 뱃속에는 쿨쿨쿨 마치 천둥 같은 소리가 나며 굶주린 자가 무거운 짐을 등에 진 것처럼 기진맥진한 느낌이었다.

목갈라나 존자는 이러한 용태를 수상하게 여겼다. 그리하여 삼매(三昧)에 들어가 그 근원을 살펴보았더니 악마가 그 모습을 없애고 자신이 복중에 들어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목갈라나는 복중의 악마를 꾸짖었다.

『빨리 나와, 빨리 나와라. 부처님이나 제자분들을 괴롭혀서는 안 되느니라. 만약 괴롭히면 너는 당장 지옥에 떨어지는 것이다. 알겠나?』

악마는 목갈라나의 꾸지람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흥, 이 중은 오늘날까지 나를 보지 못했으니까 나를 알 턱이 없지. 그런데도 제멋대로 빨리 나오라는 둥 말라는 둥, 부처님과 제자분들 괴롭히면 지옥에 떨어진다는 둥 지껄이고 있군. 제 스승인 부처님도 나를 모르는데 제자인 신분에 제가 스스로 내 소재를 알 턱이 없어. 그렇지만, 저렇게 분명하게 말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이 중이 뱃속에 들어온 것을 알고 있는지도 모르지?)

악마는 생각 끝에 마침내 결심을 하고 목갈라나 존자의 배 밖으로 튀어나와서 그 몸을 목갈라나 존자의 눈앞에 나타내었다.

목갈라나는 악마를 향해 다음과 같은 과거의 인연을 설법하였다.

옛날에, 그것도 헤아릴 수 없는 오랜 옛날 세상에 쿠루지(拘樓秦)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셨을 때 나는 악마였었다.

내 이름은 진한(嗔恨)이라고 불렀으며, 누이가 한 사람 있었는데 이름은 암흑(暗黑)이었다. 누이에게는 한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이야말로 지금의 바로 너였다. 이런 까닭에 나는 그 때부터 너를 잘 알고 있다.

쿠루진불(佛)의 제자에 고우온과 치소우의 두 사람이 있었다.

고우온이라고 불리운 것은 그가 범천(梵天)에 살면서 소리를 한 번 크게 지르면 그 목소리가 삼천대천 세계에 골고루 들리기 때문이었다. 치소우란 이름은, 그가 어느 때 나무 아래 앉아서 삼매경에 들어 있는데, 그 앞을 지나던 양치기, 소먹이꾼, 숯구이꾼 등 여러 백성들이 이 승려를 모두 죽은 사람인줄 알고 땔나무와 풀 등을 짊어지고 가다가 내려 가지고 화장을 했다. 치소우는 타오르는 불길에 몸이 뜨거워지자 비로소 삼매정적(三昧靜寂)에서 깨어났다.

그는 불길 속에 앉았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옷에 묻은 재를 툭툭 털고, 다시 법목의 깃을 가다듬었다. 바리때(鉢)를 쥐고 성읍 부락을 향해 걸식(乞食)하러 나갔다. 양치기, 소먹이꾼, 숯구이꾼들은 불속에서 일어서는 승려를 보자 간담이 서늘했다.

『어휴, 놀랄 일이다. 숨을 쉬지 않으니까 꼭 죽은 줄 알고 화장해 드리려는데 돌연히 벌떡 일어나 가 시지 않겠어. 이것은 죽은 것이 아니고 지각사상(知覺思想)에 있었던 거야.』

이렇게들 서로 떠들어대며 그로부터 이 승려를 치소우(智想)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승려들의 광경을 본 마귀는 마음속에 생각했다.

(이 승려들은 스스로 지계청정(持戒淸淨)의사문(沙門)이라 부르며, 묵묵적연(默默寂然)히 심오한 생각에 머리를 떨구고 있다. 마치 개나 고양이가 쥐를 잡으려고 숨을 죽이고 가만히 노리고 있다가 쥐가 나오면 갑자 기 내리 덮쳐서 잡아 죽이는 것과 비슷하다. 또 이를테면 학이 물고기를 잡으려고 가만히 목소리를 죽 이고 있다가 물고기가 나오면 단숨에 잡아 삼키는 것과 같다. 또 말하자면 큰 당나귀가 낮에는 무거운 짐을 지고 밤에는 기갈(飢渴)에 지쳐 먹을 것을 구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문(沙門)의 선사(禪思)란 욕구를 향해 움직이고자하는 잠시 도안의 침정(沈靜)이고, 구(求)하는 바가 있어 행하는 사념이다

그들 승려를 괴롭히기 위해서 나는 이 나라의 장자들이나 바라문에게 승려들의 나쁜 짓을 선전하고 그 들을 잡아서 매로 치게 하며, 욕하고, 그 곳을 찢어주고, 그들의 바릿대(鉢)를 부셔버리고, 그들의 머리 를 깨뜨려 주리라.)

이렇게 생각한 악마는 곧 나라안의 장자들과 바라문들을 교화했다.

『지계봉법(持戒奉法)한다는 여러 사문을 체포하라. 그들을 잡으면 매로 치고, 욕하고, 바릿대(鉢)를 부 수고, 옷을 찢고, 머리를 때려라. 그들 사문은 좌선하여 사유한다고 하지만, 마치 쥐를 잡는 고양이의 그것과 같고, 물고기를 잡아 삼키려는 학과 같으며, 또한 솔개나 부엉이가 나무 사이의 다람쥐를 잡고 자하는 순간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정적(靜寂)이다. 당나귀가 굶어서 지친 모습과 그들의 정적과 무 슨 차이가 있는가. 그들의 좌선이란 모두 속임수의 선(禪)이다.』

라고 웅변으로서 설복시키고 다녔다. 장자와 바라문은 마귀의 말을 신봉했다.

그들은 악마가 가르치는대로 모든 승려를 박해하기 시작했다. 승려들은 박해를 받아 움츠러들어서 쿠루진불(佛)에게로 도망쳐왔다. 부처님은 이때 많은 신자와 천(天), 용(龍), 귀신들을 모아 놓고 널리 설법하고 계시었다.

많은 승려들이 장자와 바라문들 때문에 박해를 받는 것을 보시고,

「너희들은 진한마(嗔恨魔) 때문에 여러 가지로 박해를 받았지만 결코 그들에 대해 진원(嗔怨)하는 즉 성내고 원망하는 마음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자비심으로 시방(十方)중생을 대한다면 악마라 할지라도 발을 붙히지 못할 것이다.」

라고 가르쳐 주셨다.

많은 승려들은 부처님의 가르치심을 듣고, 각각 광야에 한가로이 나가 살면서 장자들과 바라문으로부터 피신하여 일심으로 좌선하여 심오한 사유에 침잠했다. 그 때문에 진한마(嗔恨魔)는 자기의 뜻을 펴보고자 승려들의 틈을 엿보았으나 마침내 얻지 못하고 말았다.

장자와 바라문들은 마귀의 교화를 입고 법을 받들고 계율을 지키는 승려들에게 어떻게든 많은 치욕을 가했으므로 그 수명을 마친 후 드디어 지옥으로 떨어져 여러 가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게 되었다.

그 지옥에서 그들의 몸은 광대한 광야에 비견할 수 있는 거대한 수목과 같은 화신(化身)을 받았으며, 시뻘겋게 달아오른 철상(撤床) 위에 맨몸을 내던져 그 몸둥이를 지글지글 굽고 볶이게했다. 그들은 무서운 지옥에 떨어져서야 비로소 승려들을 박해한 죄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서로 우리들은 박복(薄福), 횡포(橫暴), 폐악(弊惡)해서 존귀한 지계(持戒), 봉법(奉法)의 사문을 욕보이고 박해했다. 이제와서 귀명하고 구제하심을 빌어보고자 해도 이미 지옥에 떨어지고서는 한 번 뵐 수도 없는 신세. 이것도 모두 내가 스스로 지은 죄다. 악마의 가르침을 따랐기 때문에 이런 꼴이 되었구나 하고 울면서 뇌까리는 것이었다.

한편, 진한마(嗔恨魔)는 첫째 수단으로 승려들의 틈을 노렸으나 그것이 성공치 못했으므로 이번에는 다시 딴 방법을 강구했다.

(이번에는 방법을 바꿔야겠다. 나라안의 장자나 바라문을 가르쳐서 지계 봉법하는 승려들을 공양토록 하리라. 의복을 주고 음식을 공양하고 침상, 침고, 의약 등을 충분히 주어 승려들로 하여금 탐욕이 생 기게 하여 그 마음의 해이됨을 노리리라.)

악마는 이런 생각이 들자 온 나라에 선전하기 시작했다. 장자나 바라문을 시켜 거리에 승려들을 보거든 머리를 풀어 땅에 깔고 그 위를 걷게 하며, 지계하는 사문의 덕을 칭송하여,

『아무쪼록 제 머리칼을 밟고 지나가십시오. 지계 수신하시는 스님들에겐 매우 만나기 힘든 것이 아닙니까. 아무쪼록 이 공양을 용납하시고 저에게 무량한 복을 내려주소서.』

하라고 일러 주었다.

또 의복을 드리고 음식을 바치며, 그 처소를 방문하여 머리를 조아리며 오랫동안 꿇어 엎드려 온갖 예를 다하면서,

『아무쪼록 불쌍히 생각하시어 이 바치는 의복을 받아 주십시오. 그리고 이 음식을 잡수십시오. 그리하여 저에게 무량한 복을 내려 주소서.』

하라고 가르쳤다. 그밖에 금은, 칠보, 가사 등을 공양시켰다.

이때, 쿠루진불께서는 여러 신자와 제천(諸天), 용신(龍神)을 위해 설법하고 계셨는데, 승들이 여러 장자와 바라문들 때문에 가지가지로 공양 받는 것을 보고 승려들에게 말씀하셨다.

『진한마(嗔恨魔)는 여러 장자나 바라문을 교화시켜 지계승들에게 의복이랑 음식, 침상, 침구, 약 등을 공양시켜서 그대들로 하여금 탐욕, 방종한 마음을 일으켜 공양에 탐착시키고, 선심을 깨뜨려서 보리(菩提)에 지장을 주려하고 있다. 그대들은 광야나 암처(巖處) 등에 한거하여, 만물은 모두 무상하다라 고 염불하여서 의식 등에 탐착하는 마음을 생기지 않게 하라. 그렇게 하면 마(魔)도 결코 그 틈을 엿 보지 못하리라.』

라고 가르치셨다.

승려들은 부처님의 가르치심을 쫓아 일심으로 그 길을 닦고 행했다. 마귀는 마침내 그가 틈을 잡을 수 없었다. 승려들을 공양한 장자와 바라문은 그 공덕으로 모두 천상에서 생을 얻게 되어,

『우리들은 지계(持戒), 봉법(奉法)하시는 스님들을 공양한 공덕에 의해서 이 복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것은 결코 딴 그 누가 우에게 준 것이 아니다.』

라고 감사하며 기뻐했다.

두 번 실패한 마(魔)는, 쿠루진불께서 대제자이신 고우온을 수반하시고 지방으로 유행(遊行)하게 되심을 엿보고, 한 아이로 화신(化身)했다. 그리하여 길 옆에 엎드려 기다리고 있다가 그 앞을 지나가는 고우온에게 느닷없이 덤벼들어 손에 쥐고 있던 큰 막대기로 그의 머리에 일격을 가했다. 고우온의 어미에 유혈이 낭자했다. 붉은 피가 온 얼굴에 흘러내려 보기가 참혹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고우온은 그대로 부처님의 뒤에 마치 그림자처럼 묵묵히 수행하고 있었다.

쿠루진불께서는 고우온을 돌아다보시고,

『진한마(嗔恨魔)는 끝내 멈추지 않고 이 큰 죄를 저질렀구나.』

라고 말씀하셨다.

드디어 진한마는 헌신한 채 지옥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억천만겁으로 흐르는 무한한 세월 동안, 무량한 고통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목갈라나 존자는 마(魔)에게 이와 같이 말해 주었더니 비록 그러한 악마도 마침내 개심했다는 것이다.

<弊魔試目連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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