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사 앉은뱅이와 장님

심원사 앉은뱅이와 장님

이 이야기는 견불령(見佛嶺)과 대광리(大光里)라는 지명과 연관된 석조 지장보살상의 영험담이다.

고려 초에 심원사의 산 아랫동네에는 어려서 열병을 앓아 장님이 된 이덕기(李德基)와, 소아마비로 앉은뱅이가 된 박춘식(朴春植)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동네친구였던 그들은 만나면 언제나 자신들의 신세한탄을 하곤 하였다. 어느 날 그들은 서로 자신들의 전생을 이야기하며 한탄하고 있었는데, 마침 심원사의 스님이 대종불사(大鐘佛事)를 위한 시주를 청하였다.

“대종불사에 시주하면 부처님의 가피로 재앙이 소멸되고 현생의 복을 얻을 것”

이라는 스님의 말을 듣고, 두 사람은 대종불사의 화주가 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나 가난하여 시주할 돈도 쌀도 없었다. 결국 그들은 자신의 몸을 담보로 시주를 모으러 다니는 화주(化主)가 되기로 작정하였다.

장님 이덕기는 발을 쓸 수 없는 앉은뱅이 박춘식을 업고, 박춘식은 이덕기의 눈이 되어 열심히 구걸하여 대종의 조성을 위해 시주하였다.

그러기를 3년이 되던 해에 마침 타종식의 날이 다가왔으며, 그들은 대종의 타종식을 보기 위해 ‘나무법 나무불 나무승’을 외우며 대광리의 산길을 따라 절로 향하였다.

절에 이르기 전 첫 타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려퍼지자 순간, 앉은뱅이 박춘식은 오색구름을 타고 밝은 구슬을 손에 지닌 지장보살님이 하늘에서 심원사 쪽으로 내려오는 모습을 보았다.

앉은뱅이 박춘식은 “지장보살님이 보인다!”고 소리치며 자신도 모르게 장님의 등에서 펄쩍 뛰어내렸는데, 갑자기 두 다리가 쭉 펴지는 것이었다.

박춘식의 외침을 들은 장님 이덕기 역시 그 광경을 보고 싶어 함께 소리치며 눈을 비비자, 갑자기 앞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산마루 위의 오색구름에 쌓여 큰 빛을 발하고 있는 지장보살님을 향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절을 하였다. 그들의 정성이 마침내 지장보살님의 가피를 입게 된 것이다.

지금도 이 전설은 철원지역은 물론 전국 각지에 알려져 영험 있는 지장보살의 가피를 받기 위해 많은 불자들이 심원사를 찾고 있으며, 그들이 지장보살님을 본 고개는 견불령(見佛嶺), 그들이 살던 마을은 부처님의 큰 광명이 머무르는 동네라 하여 대광리(大光里)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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