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등이 일만 등으로 변하다

한 등이 일만 등으로 변하다

명나라 만력(萬歷)34년(1606) 4월에 신궁감 태감(神宮監太監) 양준(楊準)이 칙명을 받들고 오대산에 가서 불공을 올릴 때였다.

지나는 길에 쌀과 차를 나누어 주며갔는데 용천관(龍泉關)에 이르러서는 말에서 내려 걸어가면서 소재주(消災呪)를 한번 외우고는 머리를 조아려 한번 절하면서 갔다.

이렇게 금등사(金燈寺)까지 갔더니, 비와 눈이 내려 엉망진창인데도 주문 외우고 절하기를 조금도 쉬지 않았고, 남대(南臺)에 이르러서는 날이 저물었음에도 대상에서 수 십 번을 돌고, 동행한 사람들과 함께 정탑(頂塔) 앞에서 35불께 예배하였다.

그 때 밤은 고요하고 산은 캄캄한데 시내 밑에서 등불이 올라와서 공중에 떠 있었다.

『금상폐하 만수무강하옵고 태후폐하 성수만안(聖壽萬安)하오며, 천하가 태평하고 만민이 안락하여지이다. 만일 제소원이 성취되려거든 등불이 여러 개가 되소서.』

이런 생각을 할 적에 한 등이 열개가 되고, 또 백개가 되고 천개가 되었다.

여럿이 부처님께 예배하면서 일체세간요견상대정진불(一切世間樂見上大精進佛)을 염하니, 만산초목에 1만 등불이 찬란하게 비치어 광명 그물을 이루었다.

양준이 이것을 보고 피가 흐르도록 머리를 조아리며 한량없이 기뻐하다가, 감격에 넘쳐 속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제자는 하찮은 내시로서 젊었을 적에는 죄업을 많이 지었으나 요즘에야 불법을 믿거니와, 아무 것도 모르는 범부이온데 어찌 이러한 감응을 얻사오리까.

이것은 반드시태후와 성상의 지극한 정성과 광대한 덕택으로 이런 상서를 봄이외다.

하물며 지금 태평성대에 3교(敎) 9류(流)와 백관(百官)만민(萬民)들이 흔히 불법을 받들면서 조그만 선근이라도 성상의 덕화라 함은 거룩한 풍속인 줄 아옵니다.

그러므로 보살께서 한 등불을 만등으로 변화시키시니, 만등이 곧 한등으로 돌아갈 것이외다.

과연 그러하올진댄 많은 등불이 한 등불로 이루어지이다.』

그러자 잠깐 동안에 등불이 모여 백이 되고, 열이 되고, 다시 하나가 되었다가 변하여 크고 둥근 광명이 되고, 광명 속에는 한 금색 동자가 청사자를 타고 어디론지 갔다.

<문수성행록>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