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경 독송으로 미친 사람을 천도하다

법화경 독송으로미친 사람을 천도하다

소경(少卿) 최인(崔璘)이 나주목사(羅州牧使)가 되어 부임해 가는데, 먼저 송(宋)나라 사람 양혁추(楊赫推)를 나주로 내려 보내서,

「정성들여 대회를 베풀어 대승을 공양하면 그 공덕은 이루 헤아리지 못할 것이다. 」

하여 준비를 명령하고, 임지에 도착하자 그는 원묘(圓抄)스님을 청하여 운곡사(雲谷寺)에 여름 안거를 결성하게 하고, 자기는 목사의 행색으로 근경(近境)을 지휘하였다.

죄인이 관아로 들어가니 한 나이 어린 계집종이 갑자기 미쳤다. 가지가지로 다스려 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그녀는,

「저는 미친 것이 아닙니다. 저는 유모의 남편 아무개입니다. 죽은 지 여러 해가 되어 저승에 있으나 아직 극락에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다행히 정성을 다해 크게 법석(法席)을 베풀기에 두어 가지 불법의 깊은 뜻을 물어보려고 했는데, 지키는 신장이 꾸짖고 들여보내지 않아, 문밖에서 며칠을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저뿐이 아닙니다.

먼저 죽은 친척 아무개 아무개도 법을 듣고자 저를 따라왔는데 심한 기갈(肌渴)이 그 뜻을 해쳐 먼저 음식을 청하고, 또 저더러 먼저 운곡사에 가서 도량에 들어가게 되거든 우리도 이름을 불러 해탈을 얻게 해 달라고 했습니다. 」

최인이 듣고 몹시 괴이하게 여겨 손님들을 다 돌려 보내고 운곡사로 가서 하나하나 그 이름을 불러 자리를 마련해 주어 법을 듣게 하였다.

그는 이 때부터 항상 법화경을 독송하였다.

이듬해 가을, 최인은 소환되어 우승선(右承宣)에 승진하고, 몇 해 안가서 정승에 올라 문하평장사(門下平章事)가 되어, 신하로서 최고의 지위에 이르렀다가 죽었다.

<海東傳弘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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