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절이 만난 와륜스님
수(隨)나라(581-617) 고절(高節)은 병주(幷州)사람이다. 말을 배울 적부터『나무불(南無佛), 나무불』 하고 다른 말은 하지 않더니, 17세가 된 때에 세상이 싫어서 출가하려 하였고, 부모는 살림을 돌보지 않는다고 해서 만류하지 않았다.
어느 날 부모를 하직하고 오대산을 들어가서 험한 길도 가리지 않고 샅샅이 찾아다녔다.
하루는 북대(北臺)의 뒷골짜기에서 고행(苦行)하는 스님을 만났는데, 오막살이 집에서 풀뿌리를 캐어 먹으며 살고 있었다.
고절은 기쁜 마음으론 선지식을 만났다 생각하고 나아가 절하고 제도하여 달라고 애원하면서 모시고 있겠다고 하였다. 스님은
「너도 내가 먹는 것을 먹고 지낼 수 있다면 중이 될 수 있다.」
고 했다. 고절은 풀뿌리와 나뭇잎을 따서 먹고 샘물을 마시면서 여러 날 지내다가 또 득도하기를 청하였다. 스님은
「법화경을 외우면 중을 만들어 주리라」
고 했다. 고절은 또 이레 만에 법화경을 모두 외우고 다시 중이 되기를 간청하였다.
스님은 또 말하기를
「네가 이렛동안 고요히 앉아서 산란한 마음을 거두어들이면 득도하게 되리라.」
했다. 고절은 나뭇잎을 배부르게 먹고 이렛동안을 좌선하다가는 일어나니 몸과 마음이 경쾌하고 법열(法悅)이 무량하였다. 그래서 스님 앞에 나아가 절하고 여쭈었다.
「거룩하시어라 스님이여, 제가 이제 법력을 얻었사오니 대자대비로 저를 출가시켜주십시오. 」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이 늙어서 너를 제도하여 도를 얻게 할 수 없다. 장안(長安)에서는 지금 계산림(戒山林)이 열 리고 있다 너는 빨리 가서 와륜(臥輪)선사를 찾아 의지하라.」
고절은 물었다.
「스님의 당호를 일러 주소서. 제자로서 받드오리이다. 」
스님은 또 이렇게 말하였다.
「내 이름은 해운(海雲)이너, 그렇게 알아라.」
고절은 눈물을 흘리면서 하직하고 장안에 가서 와륜선사를 찾아 뵈었다. 와륜이 물었다.
「어디서 오느냐 ? 」
「오대산에서 옵니다. 저희 스님의 말씀을 듣고 찾아왔나이다. 」
「너의 스님이 누구냐 ? 」
「스님은 해운화상이올시다. 」
와륜선사는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해운비구는 화엄경에 나오는 선재동자의 셋째 선지식이다. 만겁에 공덕을 쌓지 않고는 만나지 못한다. 네가 그런 대성인물을 모르고 나에게 왔으니, 그것은 대단한 잘못이로다. 」
고절은 그제야 깨닫고 가슴을 치면서 한탄하고, 오대산을 향하여 다시 뵈옵기를 원하면서 와륜선사를 하직했다.
오대산에 다시 들어가 오막살이를 찾았으나 흔적도 없고 다만 잡목이 우거졌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