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부의 영험으로 건강을 회복한 요시꼬
일본 도오쿄의 다까다(高田)라는 곳에 지장사(地藏寺)라는 절이 있다. 그 절에는 산 지장보살님이 계신다고 하여 남녀신도 수천명이 매일 같이 열을 지어 오고 가고 하였다. 이유는 산 지장보살의 영험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무슨 소원이든지 이룬다는 까닭이었다.
그러면 그 산 지장보살님이란 어떤 분인가 하면, 그 절에 비장하여 있는 손바닥만한 널판지에 부각한 지장보살 상이었는데, 그 목각상이 신비한 영험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50년 전에 그 곳에는 스스끼(玲木)라는 젊은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요시보(吉子)라는 젊은 여자와 결혼하여 그들의 금술이 좋아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결혼한 지 삼년이 되자 여자가 우연히 병이 들어나을 희망이 보이지를 않았다. 남자는 용하다는 의사를 빼지 않고 청하여 보이고 좋다는 약은 다 먹여 보았으나 차도가 없었다. 그 밖에 신 들렸다는 점쟁이를 청하여 빌기도 하여 보았으나 매양 그 모양일 뿐 자꾸 여위어 가기만 하였다. 않고 누워 있는 여자보다도 간병하는 남편이 더 죽을 지경이었다. 몸은 야위고 노랗게 꽃이 핀 얼굴에 검버섯이 솟은 아내는 좀처럼 살아날 것 같지가 않았다.
남편은 그야말로 애간장이 마르도록 간병에 지쳐 그마저 병이 들어 쓰러질 지경이었다. 어느날 일이었다. 아내는 남편을 보고,
「여보, 나는 이제 죽을 몸이니 아예 단념하고 당신 몸이나 회복하도록 하세요.」
하며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남편이 아내에게,
「정떨어지게 그게 무슨 말이오. 장래가 만리 같은 청춘인데 왜 그런 말을 하오. 안심하고 내가 하라는 대로 해요.」
하고 남편은 아내의 눈물을 닦아 주면서 위로하였다. 그래도 아내는,
「아니오. 내야 꼭 죽을걸 뭐‥‥」
하는 것이었다.
남편은,
「그런 바보 같은 소리 말아요.」하고 아내를 나무래었다.
「그러나 나는 잘 알아요. 나는 죽을 것을…」
하고 아내는 매우 슬퍼하였다.
남편으로서는 절망상태인 아내의 병을 모르는 것도 아니므로 속으로는,(하기야 며칠 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아내를 위안하기 위하여 나지막한 목소리로,
「자기가 그런 걸 어떻게 안담.」
아내는,
「다른 게 아니어요. 조상 때부터 우리 집에는 원통하게 죽은 원령악귀(寃靈惡鬼)가 있어서 사람을 잡아가기 때문에, 조부모때부터 삼십을 넘긴 사람이 없어요.아버지도 어머니도 그리고 오빠와 언니도 그랬어요. 그런데 나도 올해 서른이 되니까 내 차례가 된 셈이에요. 그러니까 내가 죽은 뒤에 절에 가서 49재를 잘 지내 나의 영혼을 좋은 곳으로 가게 천도나 해주세요.」
남편은 그런 체념적인 아내에게,
「그러나 사람의 목숨은 그 길고 짧은 것이 염라대왕에게 매였다는 것이니까, 염라대왕이 한명(限命)대로 데려간다는 것은 모르되 원령악귀가 잡아간다는 것은 믿을 수없는 일이오. 당신이 비명으로 죽은 뒤에 당신의 영혼을 천도하는 것보다, 그 원령악귀라는 것을 먼저 천도해 극락세계로 보내는 것이 당신을 행복스럽게 오래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되겠소.」
하였다.
「그렇지만 어떻게 할 수가 있나요. 아주 무서운 악질의 귀신이라는데‥‥」
하고 여전히 나약한 말을 하는 것이었다.
「걱정 말아요 안될 것도 없는 거야. 사람의 정성이 지극하면 부처님도 감동하시는 터이니까!」
하고 남편은 한 줄기의 희망을 가지고 몸을 떨치고 일어났다. 그는 아내를 구제할 자신을 가지고 자기가 다니던 절을 찾아갔다.
주지스님을 보고 자초지종을 다 말한 뒤에 천도재를 올리고 돌아왔다. 그래도 미심쩍어 집에 돌아온 뒤에도 삼칠일을 한정하고 불단을 향하여 지장경을 독송하고 지장보살을 부르며 기도를 하였다.
그런데 삼칠일이 차는 날밤 곤하게 잠이 들었는데 어떤 스님이 꿈속에 나타나더니,
「너는 무슨 소원으로 나를 찾느냐?」
하고 묻는 것이었다. 꿈속에서 그는,
「아내의 병을 고치는 데는 우선 원령악귀를 천도함이 좋을까 해서 보살님을 찾았사오니 아무쪼록 원령을 천도하시고 저의 아내를 살려 주시옵소서 .」
하고 소원하였다 꿈속의 스님은,
「그런가, 그렇다면 내가 이제 내 모습을 새긴 부적판 하나를 줄 것이니, 종이를 여러 백장 사서 네모나게 조각조각 잘라 이판에 부적을 여러 만장 찍어가지고 스미다가와(隅田川) 바닷물에 뿌리고 스님 네를 청하여 수륙재(水陸齋)를 지내라. 그리하면 원령악귀가 천도되고 너의 처가 회생하리라.」
하는 것이었다. 꿈을 깨고 나자 꿈속에서의 부적판이 생시같이 방바닥에 놓여 있었다.
이것을 본 스스끼는 꿈에서 만난 노스님의 말대로 그 판에다 부적을 여러장 찍어 박았다. 그리고 배 한척을 사서 단을 차려 불상의 화본을 모시고 공양구를 차리고 스님네들을 청하여 모시고 염불을 하였다. 또 뱃사공을 시켜 노를 젓고 바다를 아래위로 오르내리며 부적을 물에 던져 뿌리었다. 재를 마친 뒤에 집에 돌아와 밤이 깊어서야 잠이 들었는데 홀연히 꿈을 꾸게 되었다. 꿈에 스미다가와(隅田川)를 바라다본즉 구척장신의 노스님이 광명을 놓으며, 공중에서서 무수한 새끼오랏줄을 손에 들고 공중에서 오락가락하는 것이었다.
이 때에 무수한 귀신의 떼들이 그 줄을 붙잡고 공중으로 따라 올라가는데, 그 가운데는 목잘린 귀신, 다리와 팔이 떨어친 귀신, 배가 터진 귀신, 몸이 절구통이 같은 귀신, 아기를 안은 귀신,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 남자귀신, 여자귀신 등의 무량무수한 귀신이 섞여보였다.
스스끼는 그러한 꿈 이야기를 아내에게 하였더니, 아내도 같은 꿈을 꾸었다고 하며 기분이 명랑하여 보였다. 그 뒤로 생기가 돌고 미음도 먹고 차차 회복되어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아주 새사람이 되었다. 그 뒤에 요시꼬는 90세까지 장수를 하고 십여 남매를 두어 모두 잘 길렀는데 후에 각각 출세하여 부귀영화를 누리게 되었다.
그들은 보은의 뜻으로 그 집 자리에 지장사를 짓고 일심으로 염불을 하다가 여생을 마치었다. 한편 지장보살 부적판은 지금도 그 절에 봉안되어 있다.
<曹溪寺刊靈驗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