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구사와 문수재
신라 때 연회(緣會) 큰 스님이 영추(靈鶩)산에 숨어 살면서 법화경을 읽고 보현행을 닦고 있었는데 마당에 있는 못에는 항상 연꽃이 피어서 4시로 있어지지 아니하였다.
원성왕(元聖王.785-798)이 그 사연을 듣고 청하여 국사로 봉하려 하였다.
연회스님이 그 소문을 미리 듣고 살던 암자를 버리고 도망하여 서쪽 산골짜기를 지나가는데 어떤 노인이 밭을 갈다가 물었다.
「대사는 어디로 가시오? 」
「나라에서 소문을 잘못 듣고 나에게 벼슬을 봉하려 한다기에 피하여 가는 길이오.」
「여기서 팔지, 멀리 갈 것 있나. 대사는 이름 팔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오.」
연회는 자기가 모욕한다고 생각하여 들은 체도 않고 몇 리를 가다가 시냇가에서 한 노파를 만났다.
노파가 물었다.
「스님은 어디를 가십니까?」
「나라에서 잘못 듣고 나에게 국사를 봉한다기에 피해 가는 길이오.」
「앞에서 누구 만난 일 없소? 」
「어떤 늙은이를 만났는데 나를 모욕하기에 노여워서 옵니다.」
「문수보살인데 그의 말씀을 왜 듣지 않았소?」
연회스님은 그 말을 듣고 송구하여 노인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서 머리를 조아리며 참회 하였다.
「성인의 말씀을 거역할 수 없사와 지금 도로 왔나이다. 저 냇가에 있는 할머니는 누구입니까? 」
「변재천녀이다. 」
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스님이 암자에 돌아왔더니.
얼마 뒤에 사신이 조서를 가지고 왔다. 스님은 인연을 어길 수 없음을 알고 사신을 따라 궐내에 들어가서 국사가 되었다.
그 뒤에 노인을 만났던 곳을 문수재(文殊峙)라 이름하고, 변재천녀 만났던 곳을 할미고개라고 이름 하였다.
<三國遺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