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라대왕의 공양에 응한 연수스님
명수전사(明壽禪師)의 본이름은 연수(涎壽)이고 본래 단양(丹陽) 사람인 데, 뒤에 여항 땅으로 옮겨 가서 법화경을 독송하였는데 방생을 좋아하여 공금을 많이 소비하였다.
관원이 조사하여 알고 거리에 끌어내다가 칼로 목을 베려고 하였으나 얼굴빛도변하지 않았다. 관원은 생각나는 바가 있어 그를 석방하니, 그는 직책을 내어놓고 출가하였다.
어느 날 조용히 선관(禪觀)을 하고 있는데, 관세음보살이 나타나서 그의 입에 감로수(甘露水)를 부어 넣어, 그 후로는 큰 변재(辯才)를 얻었다.
만선동귀집(萬善同歸集) 종경록(宗鏡錄)등 많은 책을 저술하였고, 설두와 영명에게 깊은 교의를 가르쳐 주었으며, 날마다 백여덟 가지 일을 하여 수행에 정진하였다. 하루는 아무 병도 없이 단정히 앉아서 입적하여, 사부중이 그를 위해 탑을 세워 놓았다.
그런데 한 스님이 날마다 그 탑을 돌며 예배하므로, 그 까닭을 물으니,
「나는 무주 땅에서 왔는데, 전에 병이 나서 죽어 명부에 갔더니 아직 명이 다하지 않았다고 돌아가라 하였습니다.
그런데 전각에 어떤 스님의 화상 한 폭을 모셔 놓고 예배를 하기에, 어떤 스님의 화상이냐고 물었더니, 붉은 옷을 입은 관리 한 사람이 말하기를, 명수선사인데 사람이 죽으면 모두 이 곳을 지나가게 되는데, 오직 이 분만은 이 곳을 지나지 않고 정토에 왕생했기 때문에 염라대왕이 존경하여 이렇게 모셔 놓고 공양한다고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크게 발심하여 이 탑을 예배하는 것입니다.」
라고 하였다.
<홍찬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