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역사이산경(佛說力士移山經)
서진(西晋)천축삼장(天竺三藏) 축법호(竺法護) 한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구이나갈국(拘夷那竭國), 역사가 출생한 곳의 큰 숲 사이에서 1천2백50명의 비구와 함께 노니셨는데 멸도하실 때가 가까웠다.
그 때에 그 나라 신하와 백성들이 모두 나와 모여 있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물으셨다.
“이 나라 대중들은 무슨 까닭으로 구름처럼 모였느냐?”
현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너비가 60길이요 높이가 1백20길이나 되는 큰 돌산이 있는데 길목을 막고 있어 행인들이 멀리 돌아서 다닙니다. 그래서 5백 역사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의논하였습니다.
‘우리들의 힘을 세상에서 드물다고 말하는데 한갓 힘을 기르기만 하고 세상에 아무 보탬도 없으니, 우리 다같이 이 산을 옮겨 후세에 공을 세우자.’
그리고는 곧 힘을 합하여 일제히 소리를 치며 산을 들었으나 힘만 다하여 지칠 뿐 산은 꿈쩍도 하지 않고, 소리만 원근에 진동합니다. 그래서 많은 백성들이 몰려와서 구경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법복을 갈아 입어 장엄하고서 가 보자.”
아난은 분부를 받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숙여 예배하고, 홀로 모시고 부처님의 뒤를 호위하며 따라갔다.
여러 대중과 5백의 역사가 멀리 부처님이 오시는 것을 바라보니, 금빛 얼굴이 늠름하고 위엄이 드높으며, 단정하고 특수하게 묘한 형상은 맑고 깨끗하며, 거룩한 상호로 그 몸을 장엄하였으며, 음종(陰種)을 항복시켜 쇠퇴하고 드러나는 부분이 없었다.
그 마음은 담박하여 여러 감관이 고요하고 안정되며, 화창하고 기쁘고 고르고 안온하여 하늘과 사람 중에 으뜸이었다. 큰 불꽃이 빛나서 마치 보배 산같이 밝으며, 큰 횃불이 어둠 속을 비추는 것 같으며, 큰 산마루에 눈이 쌓인 것 같으며, 햇빛이 동쪽에서 더 오르는 것 같으며, 가을 달이 뭇 별 속에서 유난히 밝은 것 같으며, 전륜왕이 보배 신하 등 4부중과 함께 있는 것 같으며, 꽃 나무가 화창하고 번성한 것 같으며, 한량없이 고와서 성현 가운데 뛰어난 분이었다.
5백의 역사와 무수한 무리들은 신통한 변화를 우러러보고 기뻐 날뛰지 않는 이가 없었으며, 착한 마음이 거듭 발하여 모두가 받들어 맞이하였다. 다섯 활개가 저절로 숙여져서 발 아래 머리를 숙이고, 한마음으로 귀의하고 황송해 하며 물러나 한쪽에 머물렀다.
이 때 세존께서 여러 역사들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무슨 까닭으로 몸이 지치고 얼굴이 여위었는가?”
역사들이 대답했다.
“지금 이 큰 돌은 너비가 60길이요, 높이가 1백20길인데 저희들은 함께 들어 옮기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첫날부터 몸을 부지런히 하고 죽을 힘을 다한 지 한 달이 되었으나 영영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효과가 없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것을 부끄러워하여 이 때문에 몸이 지치고 얼굴이 여위었습니다.” “무엇을 바라고 이런 일을 하는가?”
역사들은 대답했다.
“큰 성인이시여, 저희의 복력을 이길 자는 없습니다. 그래서 돌을 옮겨 세상을 빛내고 이롭게 하며, 이름을 나타내고, 공을 남겨 명예를 후손에게 전하며, 왕의 길을 평평하고 곧게 만들어 먼 나라 사람들이 귀의하고 복종하게 하려 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역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지극한 걱정은 잘 알겠으나 임무를 감당하지는 못할 것 같구나. 내가 너희들은 위해 산을 옮겨 너의 소원을 이루어 너희들이 공을 얻게 하겠으니, 조금도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
역사들이 기뻐하며 아뢰었다.
“공경히 따르겠습니다.”
이 때 세존께서는 다시 법복을 정돈하고 오른발 큰 발가락으로 돌산을 걷어차서 범천까지 던져 올리었다가 오른 손바닥으로 쳐서 세 번을 굴러 49척 높이의 허공에 뜨게 했다가 도로 손바닥에 놓았다. 그리고는 세 손가락으로 비벼 가루를 만들어 불어 버리니, 바로 그때에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번 진동하였다.
여러 역사들이 부처님의 신변과 신령스러운 위엄이 현연히 발동하는 것을 보고 곧 공포를 느껴 옷과 털이 곤두서서 세존께 여쭈었다.
“이 발가락으로 드는 힘은 대성인의 부모께서 은혜로 젖먹여 기른 힘입니까, 신족ㆍ지혜ㆍ의행(意行)의 힘입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젖먹는 힘이요, 다른 힘은 아니다. 만일 내가 신족의 힘을 베푼다면 능히 삼천대천세계를 다른 백천 불토(佛土)로 옮겨도 도무지 사람들이 왕래했다는 생각이 없게 하며, 중생도 위태롭게 하지 않고 땅 벌레까지도 해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들은 또 물었다.
“젖먹는 힘은 어느 정도입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대개 소의 힘 백이 물소의 힘 하나를 당하고, 물소의 힘 백이 푸른 소의 힘 하나를 당하고, 푸른 소의 힘 백이 검은 소의 힘 하나를 당하고, 검은 소의 힘 백이 죽우(竹牛)의 힘 하나를 당하고, 죽우의 힘 백이 초상(草象)의 힘 하나를 당하고, 초상의 힘 백이 범상(凡象)의 힘 하나를 당하고, 범상의 힘 백이 흑상(黑象)의 힘 하나를 당하고, 흑상의 힘 백이 백상(白象)의 힘 하나를 당하고, 백상의 힘 백이 용의 힘 하나를 당하고, 용의 힘 백이 가외 역사(可畏力士)의 힘 하나를 당하고, 가외역사의 힘 백이 단역사(段力士)의 힘 하나를 당하고, 단역사의 힘 백이 붕타역사(崩墮力士)의 힘 하나를 당하고, 붕타역사의 힘 백이 대파괴역사(大破壞力士)의 힘 하나를 당하고, 대파괴역사의 힘 백이 반인승역사(半人乘力士)의 힘 하나를 당하고, 반인승역사의 힘 백이 인승역사(人乘力士)의 힘 하나를 당하고, 인승역사의 힘 백이 대인승역사(大人乘力士)의 힘 하나를 당한다. 이렇게 한정이 없지만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의 젖먹는 힘만 같지 못하다.”
부처님께서 역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이것이 여래의 젖먹는 힘이니라.”
역사들이 세존께 여쭈었다.
“대성께서는 이미 젖먹는 힘을 나타내셨습니다. 신족의 힘은 어떠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옛날 대목건련과 함께 여러 나라를 유행할 때에 흉년이 들어서 여러 비구들이 밥을 얻지 못한 적이 있었다.
목건련은 나에게 말했다.
‘쌀 값이 비싸고 백성들이 굶주려 지금 비구들이 밥을 얻을 수 없습니다. 기력이 감쇠하여 강송(講誦)조차 못할 지경이고 날마다 파리해지니 생명을 유지하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상고에 천지가 처음 생겼을 때에는 땅이 자연히 단 이슬의 맛을 내어서 먹는 자가 강녕하여 4대가 편안하였는데, 후세 사람들이 복이 박해 지미(地味)는 땅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제 땅을 들추어서 예전의 지미가 나오게 하여 비구와 국민이 모두 생명을 구제하고 배 부르게 먹어 경을 외우고 도를 염하도록 할까 합니다.’
내가 목련에게 말하였다.
‘그만두어라. 만일 땅을 들춘다면 땅에 사는 벌레ㆍ개미ㆍ꾸물거리는 종류가 반드시 피해를 입을 것이다. 또 뭇 사람들은 복이 얇아서 아마도 옛날의 지미를 먹지 못할 것이다.’
목련이 또 말했었다.
‘제가 여러 비구와 굶주리는 백성들을 데리고 울단왈로 가서 자연의 멥쌀 [粳米]을 먹게 할까 합니다.’
세존은 대답했다.
‘신족이 있는 자는 갈 수 있겠지만 가볍게 움직이지 못하는 자들은 어떻게 갈 수가 있겠는가?’
목련이 대답했다.
‘신력이 없는 자들은 제가 붙잡고 편안히 데려가겠습니다.’
목련의 위력과 변화는 이와 같았다. 계산해보면, 염부제의 너비는 28만 리인데 그 땅이 위는 넓고 아래는 좁으며, 구야니의 너비는 32만 리인데 그 땅이 반달의 모양 같으며, 불우체의 너비는 36만 리인데 그 땅이 둥글며, 울단왈의 너비는 40만 리인데 그 땅은 정사각형 모양이고, 주위는 산이 둘러싸 사방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그 가운데 가득찬 백성이 모두 목련과 같은 신족을 얻어 삼천대천세계의 하나하나에 차서 넘치더라도 여래의 신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백 배ㆍ천 배ㆍ만 배ㆍ억 배ㆍ몇 억만 배여서 허공으로도 계산할 수 없고 형용할 수도 없는 것이 바로 여래의 신족이니라.”
역사가 다시 아뢰었다.
“대성께서는 이미 젖먹는 힘과 신족의 힘을 나타내셨습니다. 원컨대 다시 지혜의 힘을 나타내 보여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큰 바다를 헤아려 보면 깊이가 3백36만 리이고, 그 너비와 길이는 한이 없다. 수미산왕(須彌山王)이 그 큰 바다 가운데 솟았는데, 높이가 3백36만 리이고, 바다 밑으로 들어간 뿌리 또한 3백36만 리이며, 사방의 너비 또한 그러하다. 그 큰 바다의 물도 남김 없이 다 마셔 없앨 수 있지만 사리불의 지혜만은 측량할 수 없고 줄일 수도 없다. 그러나 사방의 지역에 백성을 가득 채우고 그들 모두 사리불과 같은 지혜를 얻게 하여 삼천대천세계 하나하나에 차서 넘치더라도 여래의 지혜의 힘에는 미치지 못한다. 백 배ㆍ천 배ㆍ만 배ㆍ억 배ㆍ몇 억만 배여서 허공으로도 계산할 수 없고 비유할 수도 없는 이것이 바로 여래의 지혜의 힘이니라.”
역사가 또 아뢰었다.
“대성께서는 이미 젖먹는 힘과 신족의 힘과 지혜의 힘을 나타내셨습니다. 원컨대 다시 의행(意行)의 힘을 나타내 보여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가령 구름이 일어 사방을 가득 채우고 삼천대천세계에 큰 장마비를 내린다고 하자. 그러면 줄기ㆍ마디ㆍ가지ㆍ잎ㆍ꽃ㆍ열매에 맺혔던 물이건, 그릇에 담겼던 물이건, 산ㆍ돌ㆍ풀ㆍ갈대를 거치거나 기어다니는 짐승ㆍ숨을 쉬는 인간 등의 동물을 거친 크고 작은 낱낱의 물방울은 모두 큰 바다로 돌아가게 된다. 이 때 나는 그것이 어디서 온 것인지, 어디를 거쳐온 것인지를 모두 분별하여 이름 붙이고 또 다루는 방법을 알아 제자리로 돌려보내는데 본래의 것과 전혀 차이가 없게 한다. 여래는 의력(意力)으로 이것을 모두 알고 모두 요달하여 걸리거나 막힘이 없다. 이것이 여래의 의행력이다.”
역사가 또 여쭈었다.
“대성께서는 이미 젖먹는 힘과 신족의 힘, 지혜의 힘과 의행의 힘을 보여 주셨습니다. 다시 이것보다 더 뛰어나고 기이한 것이 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여래의 젖먹는 힘ㆍ목련의 신족의 힘ㆍ사리불의 지혜의 힘ㆍ성문 연각의 의행의 힘도 넓고 원대하여 한량이 없는 여래의 10력(力)과는 비교가 되지 않으니라.”
역사가 물었다.
“무엇을 여래의 10력이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미묘하게 보아 먼지 가까운지, 삿된지 바른지, 옳은 곳인지 그른 곳인지, 한량이 있는지 한량이 없는지를 있는 그대로 밝게 살펴 모두 아나니, 이것이 그 첫 번째 힘이다.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모든 보응과 지나온 곳을 있는 그대로 밝게 살펴 다 아나니, 이것이 그 두 번째 힘이다.
선정(禪定)과 정수(正受)와 3해탈문(解脫門)을 있는 그대로 밝게 살펴 다 아나니, 이것이 그 세 번째 힘이다.
중생들의 모든 힘과 마음의 바탕은 본래 청정하여 깨닫지 못할 것이 없음을 보되 있는 그대로 밝게 살펴 다 아나니, 이것이 그 네 번째 힘이다.
여러 중생의 갖가지 말과 서로 다른 생각들과 각각 다른 모습들을 깨닫되 있는 그대로 밝게 살펴 다 아나니, 이것이 그 다섯 번째 힘이다.
여러 백성의 갖가지 종류와 각기 달라 한량이 없는 마음의 상을 분별하되 있는 그대로 밝게 살펴 다 아나니, 이것이 그 여섯 번째 힘이다.
바다 같은 지혜와 한량없이 훌륭한 말씀으로 지난 생에 겪었던 온갖 것을 기억하되 있는 그대로 밝게 살펴 다 아나니, 이것이 그 일곱 번째 힘이다.
애욕에 속박되는 것과 벗어나는 요점을 깨달아 가는 곳마다 병에 따라 약을 주고, 천안(天眼)으로 사람들의 선악의 시종과 재앙과 복의 돌아옴을 보되 있는 그대로 밝게 살펴 다 아나니, 이것이 그 여덟 번째 힘이다.
도의 귀[道耳]로써 하늘과 사람의 소리를 분명하게 듣고, 기어다니고 숨쉬며 꾸물거리는 소리까지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 없되 있는 그대로 밝게 알아 다 아나니, 이것이 그 아홉 번째 힘이다.
부처는 모든 번뇌가 없고, 나고 죽음이 영원히 다하여 다시는 속박되지 않으며, 신비롭고 참된 지혜로 스스로 알고 보고 증득하여 도행(道行)을 규명하고 해야 할 행을 실천하며, 다시는 다른 삶과 죽음이 없게 된다. 그리하여 시방 중생의 근본을 모두 관찰하되 있는 그대로 밝게 살펴 다 아나니, 이것이 그 열 번째 힘이다.”
여러 역사가 세존께 여쭈었다.
“대성께서는 이미 젖먹는 힘ㆍ신족의 힘ㆍ지혜의 힘ㆍ의행의 힘과 열 가지 힘을 이미 나타내셨습니다. 이 모든 힘을 뛰어넘는 특수한 힘이 또 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여러 가지 힘들이 비록 강성하다고는 하나 그 힘들을 백 배ㆍ천 배ㆍ만 배ㆍ억 배를 하더라도 무상(無常)의 힘은 가장 강력해 그 센 힘들을 굴복시키고 소멸시킨다.
무슨 까닭인가? 여래의 몸은 그 수명이 금강(金剛)과 같지만 무상의 힘은 이런 나를 이겨 무너뜨리고 파괴한다. 나는 오늘 밤 역사들이 태어난 땅에서 멸도(滅道)에 들 것이니, 네거리에서 사리(舍利)에 공양하고 탑과 절을 세우라. 무슨 까닭인가? 사방에서 사람들이 갖가지 꽃과 향을 들고 찾아와 깃발을 세우고, 비단과 방울ㆍ일산을 달며, 등불을 바치면 그들은 모두 참되고 묘한 법으로 나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이에 게송을 읊으셨다.
일어난 법은 반드시 소멸하고
흥한 자는 쇠하고야 마나니
만물은 모두 무상한 것
이것을 생각하면 편안하리라.
산처럼 많은 백천의 금 얻으면
그 복덕 비유하기 어려워라.
허나 진흙 탑에 공양을 올리고
기뻐하며 좋은 절에 귀의함만 못하네.
귀한 보배를 백천 창고나 얻으면
복과 경사 헤아리기 어려워라.
허나 진흙 탑에 공양을 올리고
기뻐 뛰며 좋은 절에 귀의함만 못하네.
설사 백천의 보배 수레에
자금(紫金)처럼 아름다운 여인을 싣더라도
흙으로 만든 절에 공양을 올리고
기뻐 뛰며 부처님께 귀의함만 못하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5백 명의 역사는 세상이 무상하고, 삼계에는 하나도 진실한 것이 없어 믿을 만한 것이 못 되며, 오직 도만이 의지해야 할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곧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나[我]라는 것을 따지지 않으며, 모두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발하여 그 즉시 불퇴전지(不退轉地)에 서게 되었다. 또한 무수한 백천의 하늘과 사람들도 먼지와 때를 멀리 여의고 모든 법에 대한 법안(法眼)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