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연본치경(佛說緣本致經)
역자미상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애정이 깊으면 꽃다운 빛깔이 익기도 전에 거기에 묶이니, 빠져 지내는 것도 또한 원인이 있다. 인연이 없는 것이 아니다. 탐애에 빠져 거칠고 미치며 취(醉)하는 것은 감정이 밝게 관찰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니, 그것을 어리석음[癡]의 근본이라 한다.
어리석음을 연하여 생기는 것도 또한 근본이 있으니, 어떤 것이 근본이 되는가? 눈부시고 빛나는 빛깔과 소리에 5개(蓋)로 미혹되어 치달리니, 그것이 어리석음을 낳는 근본이 된다.
5개가 어둡게 덮여 그늘지고 괴로워하는 것도 근본이 있으니, 어떤 것이 근본이 되는가. 세 가지 악에 이끌리는 것이 그 근본이 된다.
세 가지 악을 심고 익히는 것도 근본이 있으니, 어떤 것이 근본이 되는가. 근(根)과 식(識)을 거두지 못하는 것이 그 근본이 된다.
근과 식을 거두지 못하는 것도 그렇게 되는 근본이 있다. 어떤 것이 근본인가. 생각하지 않아야 할 것을 오로지 생각해 그치지 않는 것이 그 근본이 된다.
생각하지 않을 것을 생각하는 것도 근본 인연이 있으니, 원인이 없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것이 그 근본이 되는가? 바른 믿음을 따르지 않고 갈 곳을 모르는 것이 그 근본이다.
믿지 않고 잘못을 따르는 것도 그렇게 되는 인연이 있으니, 근본이 없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것이 그 근본이 되는가. 나쁜 스승의 인도를 받아 법답지 않은 것을 듣는 것이 그 근본이 된다.
바르지 않은 것을 잘못 듣는 것도 인연과 근본이 있다. 어떤 것이 근본이 되는가. 성현과 빼어난 인재들의 모임을 등지는 것이 그 근본이 된다.
성현이나 인재들과 어긋나서 등지게 되는 것도 근본이 있다. 어떤 것이 그 근본이 되는가. 그 이들을 우러러 빈 마음으로 즐겨 모이지 않는 것이 그 근본이 된다.
이와 같이 비구들이여, 성현들의 깨끗하고 고결한 모임을 잃으면 몸과 입과 뜻의 행으로 보고 듣는 미혹이 가득해져서 마음이 막히게 된다. 법 아닌 것을 보아서 믿음이 무너진다. 바른 도를 등지면 그릇된 견해가 불어나고, 그릇된 견해가 불어나면 마음의 단속을 잃으며, 마음의 단속을 잃으면 3악이 함부로 일어나고, 3악이 함부로 일어나면 5개가 충만해지며, 5개가 충만하면 어리석음의 근본이 넉넉해지고, 어리석음의 근본이 넉넉하면 애욕의 감정이 왕성하나니, 이로 말미암아 갈수록 종자는 불어나고 티끌은 더욱 더해 끝이 없게 된다.
세상을 건너는 밝은 지혜로 번뇌를 벗어나는 것에도 근본이 있다. 어떤 것이 세상을 건너는 지혜와 해탈의 근본이 되는가. 7각(覺)의 묘한 법이 그 근본이 된다.
7각 거울이 비추는 것에도 근본이 있다. 어떤 것이 근본이 되는가. 이른바 4의지(意止)가 그 근본이다.
4의지에도 근본이 있으니, 근본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 이치는 어디 있는가. 이른바 청정하고 묘한 세 가지 행에 있다.
세 가지 청정행에도 근본이 있으니 근본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근본 이치는 무엇인가. 이른바 모든 근(根)을 거두어 지키는 것이 그 근본이 된다. 모든 근을 거두어 지키는 것에도 근본이 있으니, 근본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근본 이치는 무엇인가? 이른바 거울처럼 묘하게 비추는 본 생각[本念]이 근본이 된다.
본 생각이 비추어 가는 것에도 근본이 있으니, 그것으로 말미암아 바름[正]에 들어간다. 어떤 것이 그 근본인가. 본 생각이 이루는 것이니, 이른바 믿음을 세우는 것이다.
믿음도 또한 근본이 있으니, 근본이 없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것이 믿음의 근본인가. 이른바 경(經)의 도를 많이 들어 차례로 본받는 것이 그 근본이 된다.
경법을 듣는 것에도 근본이 있으니, 근본이 없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것이 법을 듣는 것인가. 이른바 어진 행이 지극히 맑고 그 업(業)이 참된 것이다.
어진 이의 청정에도 근본이 있다. 어떤 것이 그 근본인가. 이른바 성현들의 청정결백한 모임이다.
이와 같이 비구들이여, 이치에 밝은 훌륭한 어진 이에게서 많이 듣고 받들어 섬기면 믿음의 근본을 이루고, 믿음의 근본이 이미 서면 바른 생각을 얻게 되고, 바른 생각이 이미 서면 모든 근(根)을 거두어 지키게 되며, 모든 근을 완전하게 지키면 세 가지 행이 깨끗해지고, 세 가지 행이 깨끗해지면 4 의지가 서게 되며, 4의지가 이미 서면 7각의가 이루어지고, 7각의가 이루어지면 그것은 곧 무위(無爲)해탈로서 세상을 건너게 된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제자들은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