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염라왕오천사자경(佛說閻羅王五天使者經)
송(宋)사문 혜간(慧簡) 한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 급고독원에 계셨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잘 듣고 기억하라. 나는 천안(天眼)으로 중생들의 나고 죽음과 나아가는 선악의 세계을 본다. 혹은 추하고 악하며, 혹은 용맹스럽고 굳세며, 혹은 겁내고 약하며, 혹은 좋은 세계에 태어나고, 혹은 나쁜 세계에 태어나는 것과, 여러 사람이 한 일을 다 분별해 안다. 사람이 몸으로 악을 행하고, 입으로 악을 말하며, 마음으로 악을 생각하고, 현성을 비방하며, 소견이 사특하고, 행동이 사특하면, 그 사람은 목숨을 마친 뒤에 곧 나쁜 길에 떨어져 지옥에 들어간다. 무릇 사람이 몸으로 선(善)을 행하고, 입으로 선을 말하며, 마음으로 선을 생각하고, 현성을 칭찬하며, 소견이 바르고, 행동이 바르면 그 사람은 목숨을 마친 뒤에는 곧 천상이나 인간에 태어난다. 이와 같이 비구들이여, 나는 천안으로 사람이 목숨을 바치고 곧 천상이나 인간에 태어나는 것을 보느니라.
이와 같이 비구들이여, 천안으로 하늘에서 오는 비가 물에 떨어지는 것을 관찰할 때 한 물거품이 일어나면 한 물거품이 꺼지는 것을 보는 것처럼, 나는 사람이 죽으면 식신(識神)이 다시 태어나는 것을 보는데, 예쁜 얼굴을 가진 사람도 있고 나쁜 얼굴을 가진 사람도 있으며, 용맹스럽고 굳센 사람도 있고 겁 많고 약한 사람도 있으며, 혹은 좋은 곳에 태어나고, 혹은 나쁜 곳에 태어나며, 스스로 났다가 스스로 죽는 것이 물거품과 다름이 없는 것을 보느니라. 또 비유하면 사람이 5색 실로 유리 구슬을 꿰면, 구슬이 깨끗하기 때문에 파랑ㆍ노랑ㆍ빨강ㆍ하양ㆍ까망의 색실이 모두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처럼, 사람이 죽어 혼이 나갔다가 다시 태어나는 것을 내가 보는 것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또 어두운 밤에 명월주(明月珠)를 궁전 문에 달아 두고, 어떤 사람이 한쪽에 서서, 문으로 드나드는 사람을 관찰하면 그 낱낱이 모두 보이는 것과 같다. 또 높은 다락 위에서 밑에 있는 사람들이 가고 오고 달리고 걷고 앉고 서는 것을 바라보는 것처럼, 나는 사람이 죽을 때 혼이 나가 단정하거나 추악하고, 용맹스럽거나 겁약하게 태어나는 것을 보며, 그가 한 행동에 따라 분별하여 아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세상에 있을 때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고, 사문과 도인을 공경하지 않으며, 인의(仁義)를 행하지 않아 쓸만한 마음이 없으며, 경을 배우지 않고, 뒷세상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죽어 그 혼이 염라왕의 지옥에 떨어진다. 그러면 그 일을 주관하는 이가 곧 데리고 가서 왕에게 그의 죄를 아뢴다.
‘이 사람은 법답지 않아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고 사문과 도인을 공경하지 않았으며, 인의를 따르지 않아 쓸만한 마음이 없으며, 복덕이 없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본 바가 있을 것이니, 원컨대 대왕께서는 그 죄를 벌주소서.’
그러면 염라왕은 먼저 그를 안심시키고 충성되고 바른 말로 다섯 하늘 사자(使者)를 나타내어 묻는다.
‘너는 일찍이 세상 사람이 어린애였을 때 똥오줌 속에 누워 스스로 가누지 못하고, 입으로는 말할 줄을 모르고, 또한 좋고 나쁜 것도 모르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그는 대답한다.
‘그런 것을 모두 보았습니다.’ ‘너는 너만은 그렇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는가? 사람의 혼은 그 행을 따라 죽으면 곧 태어나는 것이다. 비록 아직 그것을 보지 못했더라도 마땅히 착한 일을 행하여 스스로 그 몸과 입과 뜻을 단정히 했어야 하거늘, 어찌하여 방심하고 쾌락에 빠졌는가?’ ‘실로 어리석고 어두워 몰랐기 때문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네 스스로 어리석어 악을 지은 것이니, 그것은 부모나 스승ㆍ임금ㆍ하늘ㆍ사문ㆍ도인의 허물이 아니다. 죄는 너로 말미암은 것이니, 어떻게 싫다고 하여 그만두어지겠는가? 이제 마땅히 받아야 한다.’
이것을 염라왕이 나타낸 첫째 천사(天使)라 하느니라.
염라왕은 다시 묻는다.
‘네가 사람으로 있을 때에 하늘 사자가 차례로 갔었는데 그것을 알아볼 수 있었느냐?’
그는 대답하였다.
‘실로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너는 세상의 남자나 여자들이 나이 들어 머리가 희고 이는 빠지며, 약하고 여위며, 꼬부랑 걸음으로 드나들 때에는 지팡이를 짚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보았습니다.’ ‘너는 너만은 늙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는가? 무릇 사람은 한번 태어나면 반드시 늙는 법이다. 젊었을 때에 항상 착한 일을 행하며 몸과 입과 뜻을 단정히 하고, 경과 계를 받들어 행했어야 하거늘, 어찌하여 스스로 방자하였는가?’ ‘어리석고 어둡기 때문이었습니다.’ ‘네 스스로 어리석어 악을 지은 것이니, 그것은 부모나 임금ㆍ하늘ㆍ사문ㆍ도인의 허물이 아니다. 죄는 너로 말미암은 것이니 어떻게 싫다고 하여 그만두어지겠는가? 이제 마땅히 받아야 하느니라.’
이것을 염라왕이 바른 가르침으로 둘째 천사를 나타낸 것이라 하느니라.
염라왕은 다시 묻는다.
‘너는 사람으로 있을 때, 세상의 남자나 여자나 부인들이 병이 들어 온 몸이 아파 앉아도 일어서도 편안하지 않으며, 죽을 날이 가까워 두려움이 핍박하는데, 어떤 의사도 고치지 못하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본 적이 있습니다.’ ‘너는 병들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는가? 사람이 태어나면 다 늙고 병드는 법이다. 몸이 튼튼할 때에 마땅히 착한 일을 힘써 행하며, 경과 계를 받들어 행하고, 몸과 입과 뜻을 단정히 했어야 하거늘, 어찌 스스로 방자하였는가?’ ‘어리석고 어둡기 때문이었습니다.’ ‘네 스스로 어리석어 악을 지었으니, 그것은 부모나 임금ㆍ하늘ㆍ사문ㆍ도인의 허물이 아니다. 그 죄는 너로 말미암은 것이니, 어찌 싫다고 하여 그만두어지겠는가? 이제 마땅히 받아야 하느니라.’
이것을 염라왕이 바른 가르침으로 셋째 천사를 나타낸 것이라 하느니라.
염라왕은 다시 묻는다.
‘너는 사람으로 있을 때, 세상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모두들 그 송장을 묻거나 혹은 버리는데, 하루에서 이레가 지나면, 살이 허물어지고 여우나 삵이나 온갖 새가 모두 달려들어 먹어 치운다. 무릇 사람이 죽으면 몸은 더럽고 썩어 문드러지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본 적이 있습니다.’ ‘너는 너만은 죽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는가? 무릇 사람은 한번 태어나면 반드시 다 죽는 법이다. 세상에 있을 때에 항상 착한 일을 행하고 몸과 입과 뜻을 단속하며, 경과 계를 받들어 행했어야 하거늘, 어찌하여 스스로 방자하였는가?’ ‘어리석고 어둡기 때문이었습니다.’ ‘네가 스스로 악을 지은 것이니, 그것은 부모나 임금ㆍ하늘ㆍ사문ㆍ도인의 허물이 아니다. 그 죄는 너로 말미암은 것이니, 싫다고 하여 그만두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제 마땅히 받아야 하느니라.’
이것을 염라왕이 바른 가르침으로 넷째 천사를 나타낸 것이라 하느니라.
염라왕은 다시 묻는다.
‘너는 사람으로 있을 때, 관리가 세상의 더러운 사람이나 나쁜 사람을 잡아 죄를 조사해 적당한 형벌을 줄 때에, 혹은 손발을 끊고, 혹은 코와 귀를자르며, 날카롭게 쳐서 살갗을 베며, 뜨거운 모래와 끓는 기름을 그 몸에 쏟으며, 싸고 묶어 불에 지지고, 머리를 달아 햇볕에 그을리며, 사지를 잘라 헤치면 지독한 고통이 한꺼번에 닥치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본 적이 있습니다.’ ‘너는 너만은 악을 짓고도 풀려 나리라고 생각하였는가? 눈으로 세상의 죄와 복이 분명한 것을 보고도, 어찌하여 몸과 입과 뜻을 잘 단속해 지키며 경과 도를 받들어 행하지 않고, 스스로 쾌락에 빠졌는가?’ ‘어리석고 어둡기 때문이었습니다.’ ‘너는 스스로 마음을 써서 충성되고 바른 일을 하지 않았으니, 그것은 부모나 임금ㆍ하늘ㆍ사문ㆍ도인의 허물이 아니다. 이제 이 재앙은 반드시 스스로 받아야 한다. 어찌 싫다고 하여 그만두어지겠는가?’
이것을 염라왕이 충성되고 바른 가르침으로, 다섯째 천사를 나타낸 것이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