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옥야녀경(佛說玉耶女經)
역자미상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이 때 급고독(孤獨園) 장자(長者)는 아들을 위해 며느리를 맞고자 하여 부유하고 귀한 장자의 집 딸을 데려왔다. 그러나 그녀는 얼굴이 단정하기가 제일이었으나 방자하고 오만하여 며느리의 예로써 시부모와 남편을 받들어 섬기지 않았다. 급고독장자는 집안 사람들과 의논했다.
“며느리가 오만 방자하니, 어떤 방법으로 가르쳐야 할까? 만일 몽둥이로 때린다면 그것은 좋은 법이 아니고, 만일 가르치지 않는다면 그 죄는 날마다 더하여질 것이다. 오직 부처님 대성(大聖)만이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공양을 준비하고, 다음 날 부처님을 청하기로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곧 청을 허락하시고 다음 날 비구들을 데리고 오셨다. 그러나 급고독의 집안 사람들이 모두 나와 부처님께 예를 올리는데도 옥야는 나오지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곧 자마금빛의 큰 광명을 발하여 옥야의 방 안을 비추고, 부처님의 32상 80종호를 나타내셨다. 옥야는 부처님의 광명과 상호를 보고 깜짝 놀라고 두려운 마음이 생겨 곧 나와 부처님께 예를 올렸다.
부처님께서 옥야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의 법도에 얼굴이 단정하다고 교만한 마음을 내어서는 안 된다. 용모가 단정한 것이 단정이 아니다. 오직 마음과 행이 단정하여야 사람의 경애를 받는 것이니, 이것이 단정함이다. 따라서 얼굴과 몸매가 단정한 것을 의지하여 교만ㆍ방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짓을 하면 뒷세상에 비천한 집에 태어나 남의 종이 되리라.”
부처님께서 이어 옥야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의 법에 세 가지 장애[三障]와 열 가지 악[十惡]이 있는데 스스로가 알지 못한다.”
옥야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무엇이 세 가지 장애와 열 가지 악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하나는 어렸을 때에 부모에게 장애되는 것이요, 둘째는 출가하여 남편에게 장애되는 것이요, 셋째는 늙었을 때에 아들에게 장애되는 것이다. 이것이 세 가지 장애이다.
열 가지 악이란 무엇인가? 첫째는 낳았을 때에 부모가 좋아하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양육하는 재미가 없는 것이요, 셋째는 시집갈 때 예를 잃을까 항상 근심하는 것이요, 넷째는 곳곳에서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이요, 다섯째는 부모와 이별하는 것이요, 여섯째는 다른 문호에 의탁하는 것이요, 일곱째는 임신하기가 어려운 것이요, 여덟째는 생산할 때 어려운 것이요, 아홉째는 항상 남편을 두려워하는 것이요, 열째는 항상 자유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이 열 가지 악이다.”
옥야는 부처님께서 말씀하는 세 가지 장애와 열 가지 악을 듣고 몸과 마음이 떨리고 두려워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에게 아내 노릇하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부처님께서 옥야에게 말씀하셨다.
“아내 노릇하는 법이 다섯 가지가 있다. 무엇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어머니 같은 아내요, 둘째는 신하 같은 아내요, 셋째는 누이 같은 아내요, 넷째는 종 같은 아내요, 다섯째는 남편 같은 아내다.
무엇을 어머니 같은 아내라고 하는가? 남편 사랑하기를 아들같이 하기 때문에 어머니 같은 아내라 한다.
무엇을 신하 같은 아내라고 하는가? 남편 섬기기를 임금같이 하기 때문에 신하 같은 아내라고 한다.
무엇을 누이 같은 아내라고 하는가? 남편 섬기기를 오빠같이 하기 때문에 누이 같은 아내라고 한다.
무엇을 종 같은 아내라고 하는가? 남편 섬기기를 첩같이 하기 때문에 종 같은 아내라고 한다.
무엇을 남편 같은 아내라고 하는가? 남편과 친한 사람을 등지고 남편이 멀리하는 사람과 친하는 짓을 영구히 떠나며, 사랑하고 다정하여 한마음에 형상만이 다른 것같이 하며, 높이 받들어 공경하고 조심하여 교만한 마음이 없으며, 안팎을 잘 섬겨 집안이 풍성하게 하며, 손님을 잘 접대하여 좋은 이름이 날리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가장 좋은 부부의 도이다.”
부처님께서 이어 옥야에게 말씀하셨다.
“시부모와 남편을 받들어 섬기는 데도 또 다섯 가지 착한 것과 세 가지 악한 것이 있다.”
옥야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무엇이 다섯 가지 착한 것과 세 가지 악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옥야에게 말씀하셨다.
“첫째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 가사를 돌보며,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자기 입에 넣지 않고 먼저 시부모와 남편에게 드리는 것이요, 둘째는 집안의 물건을 살펴서 잃어버리지 않게 하는 것이요, 셋째는 말을 조심하며 욕된 일을 참고 성내는 것이 적은 것이요, 넷째는 공경하고 단정하고 경계하고 조심하여 항상 미치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것이요, 다섯째는 한마음으로 시부모와 남편에게 효성하고 공손하여 착한 이름이 있게 하며, 친족을 기쁘게 하여 남의 칭찬을 받는 것이다. 이것이 다섯 가지 착한 것이다.
무엇이 세 가지 악한 것인가? 첫째는 어둡지도 않아서 일찍 자고 해가 떴는데도 일어나지 않으며 남편이 꾸짖고 노하면 도리어 불평하고 욕하는 것이요, 둘째는 좋은 음식은 자기가 먹고 나쁜 음식은 시부모와 남편에게 주며 간사한 낯빛으로 속이고 거짓말하여 요사스럽기가 한이 없는 것이요, 셋째는 생활은 생각지 않고 세간을 돌아다니며 놀고, 다른 사람의 좋고 추한 것을 말하고 남의 장점과 단점을 들추어내 말싸움을 하며, 친족에게 미움을 받고 남의 천대를 받는 것이다. 이것이 세 가지 악한 것이다.”
옥야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다섯 가지 착한 것과 세 가지 악한 것을 듣고 믿고 공경하고 기뻐하며 뉘우치는 마음이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어리석고 미련하여 부처님을 뵙지 못하고 법을 듣지 못하였을 때에는 한없는 죄악과 장애를 저지르고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말씀을 듣고는 확연히 깨달아서 지난 날 저의 행동이 그른 줄을 알았습니다. 지금부터는 지난 것을 고치고 앞일을 닦아서 세존의 말씀에 순종하며 다시는 어기지 않겠습니다. 바라옵나니, 세존께서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시는 마음으로 구제하시어 저의 참회를 들어 주셔서 죄과를 없애고 5계를 받아서 제자가 되게 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착하다, 옥야야. 너의 참회를 들어 주겠다.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말고 이제 주는 계법을 공경히 받들어 닦고 행하라. 잘 듣고 잘 생각해 기억하라.”
옥야는 말했다.
“그리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즐겁게 받아 가지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옥야에게 말씀하셨다.
“첫째 계는 몸과 손으로 죽이지 않고 은혜가 여러 생물에게 미치게 하는 것이요, 둘째 계는 맑고 깨끗하고 어질고 겸양하여 도둑질하지 않으며 자기 것을 덜어서 여러 사람을 구제하는 것이요, 셋째 계는 정숙하고 깨끗하고 음란하지 않아서 행실에 오점이 없는 것이요, 넷째 계는 함부로 말하고 희롱하거나 웃지 않는 것이요, 다섯째 계는 술을 멀리하여 마시지 않으며 여러 죄악을 범하지 않는 것이다.
계율을 보호하여 가지되 머리에 타는 불을 끄듯이 하여야 한다. 몸은 이 세상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위태한 생명은 번쩍이는 번개나 뜰을 지나는 바람과 같음을 스스로 관찰하라. 젊고 성한 것은 반드시 쇠하고 만다. 자태와 얼굴을 믿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세상 영화를 버리고 보살의 법과 같이하라. 네가 이제 닦아 행하면 부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불도는 배우지 않을 수 없고 경(經)은 듣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지금 부처를 이루고서 좋도록 이루어 놓은 대승의 교법은 남자ㆍ여자 할 것 없이 즐겁게 법을 듣는 자는 소원하는 대로 이루게 할 것이다.”
옥야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착한 아내는 무슨 영화를 받고 악한 아내는 무슨 허물을 받습니까?”
부처님께서 옥야에게 말씀하셨다.
“착한 아내는 이 세상에서 영예를 받고, 친족이 공경하며, 복을 받아 천상에 태어난다. 또 천상에서 수명이 다하면 도로 인간에서 왕후의 자손으로 태어나 나는 곳마다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다.
악한 아내는 사람들이 미워하여 싫어하지 않는 이가 없으며 다들 일찍 죽었으면 한다. 또 목숨이 마치면 지옥이나 출생, 노비로 태어나 그 속을 헤메며 벗어날 기약이 없을 것이다.”
옥야는 착한 아내와 악한 아내의 법을 듣고는 마음에 두려운 생각이 나서 정성껏 행을 닦아 곧 도의 자취를 얻었다. 옥을 조각하고 비단에 수를 놓아 주보장(珠寶帳)을 만들고, 비단 기와 일산을 달고, 여러 가지 유명한 향을 태우며, 탑을 돌며 염불 소리로 노래하니, 그 소리가 시방에 들렸다. 이 모습을 본 자들도 따라 기뻐하며 묘당(廟堂)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경을 무엇이라고 이름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경의 이름을 ‘옥야라는 이름의 여인을 교화한 경[敎化女人名玉耶經]’이라고 하라. 만일 여인이 이 경을 듣고, 받아 가져 읽고 외우며, 법과 같이 닦아 행하면 여자의 몸을 버리고 다시는 받지 않을 것이다.”
이 경을 말씀하시자 대중들은 기뻐하며 예배하고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