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색가(好色家) 묘우꼬우왕(王) 와 엔쇼우와의 전쟁

호색가(好色家) 묘우꼬우왕(王) 묘우고우와 엔쇼우와의 전쟁

이 당시에 온세이니성(城) 북쪽에는 도꾸샤리라국(國)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의 국왕을 엔쇼우라고 했다.

왕은 현명하여 나라를 잘 통치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국가는 태평하고 풍유하며 백성은 번영하고 모든 원림(園林)에는 항상 꽃이 피고 나무열매는 충실히 잘 익으며, 풍우도 때에 따라 순조롭게 와서 참으로 평화롭게 잘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엔쇼우 왕은 많은 신하들을 모아 놓고 고루(高樓)에서 연회를 베풀고 있었다.

그때 왕은 모든 신하들을 둘러보며 자랑스런 얼굴로,

『우리나라 만큼 부유하고 번영하는 나라가 이 세상에 또 달리 있을까.

아마도 우리나라만한 곳은 아무 데도 없으리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대들은 모두 어떻게 생각하는 가?』

라고 갑자기 물었다.

그때 한 신하가 대답하기를,

『대왕님, 외국에도 이 나라와 같이 번영한 나라가 또 있사옵니다. 저 남쪽 온 세이니라는 나라의 묘우꼬우 왕도 나라를 잘 다스려서 이 나라와 같이 나라는 풍유하고 백성도 번영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 것에 의혹 되시는 점이 있으시다면 다행히 저 나라의 상인으로서 지금 우리나라에 와 있는 자가 있사오니 한 번 부르셔서 물어보심이 좋을 듯 합니다.』

라고 말씀을 드렸다.

자기 나라 이외에는 안태(安泰)한 나라가 다시없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던 왕의 자부심(自負心)은 이 신하가 대답하는 뜻밖의 말 때문에 여지없이 손상되었다. 그리하여 대뜸 질투의 불길이 타오른 것이다.

『뭣이? 딴 나라도 있다고? 그렇다면 당장 사병(四兵)의 군사를 모두 동원해서 그 나라를 쳐부셔 버려라. 짐이 친히 병사를 통수하리라.』

라고 격노했다. 당장 사병(四兵)의 정비를 명령함과 동시에 환락에 취했던 연회장의 뭇 신하들의 취기가 일시에 깼다. 그리하여 환락으로 질탕하던 고루에는 삽시간에 살기가 충일하였다.

사병의 정비는 모두 완료됐다. 왕은 친히 이들을 이끌고 온세이니 정벌에 나섰다. 이 군대는 온세이니 성(城)에 침입하자 약탈, 방화, 난폭, 학살 등 갖은 잔악 행위를 자행했다. 이 포악한 적국의 침입을 뒤늦게 알게된 묘우꼬우왕은 이들을 방어하고자 곧 사병을 동원하여 크게 막아 싸웠다.

그러나 갑작스런 침입에 기선이 제압된 묘우꼬우왕은 싸움에 패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군사는 지리멸렬되고 묘우꼬우왕은 오직 혼자서 겹겹 포위망을 뚫고 겨우 피해서 어느 넓고 황량한 들판에 당도했다.

이 황야에는 이름을 죠우쵸우라고 하는 농부가 살고 있었다. 스스로 괭이를 들어 들을 개간하고 있었다. 죠우쵸우의 얼굴을 한 번 훌쩍 훑어 본 묘우꼬우왕은 그가 범인이 아님을 곧 알아 차렸다.

왕은 그를 향해,

『당신은 엔쇼우왕과 묘우꼬우왕이 서로 싸움을 하고 묘우꼬우왕이 참패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소?』

라고 지나치는 말투로 물어보았다.

그러자 괭이를 잡고 흙을 일구던 손을 잠시 쉬면서 그는,

『그럼요, 그야 그런 소문만 들었지 그 진위는 확실히 알 도리가 없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당신은 확실히 모르겠지만 사실 묘우꼬우 왕이 참패입이다.』

『그래요? 묘우꼬우는 어찌 자기 본국에 있으면서 엔쇼우 왕에게 쫓겨서 이리 저리 숨어 다닌단 말입니까? 묘우꼬우 왕에게도 필시 지모(智謀)가 뛰어난 인사가 있을 것이오. 용맹한 대장도 있을 터인데 그게 모두 아무 쓸모 없던 자들인 모양이군요.

이렇게 말하면 너무 지나치겠지만 만약 나에게 그 급한 것을 알리고 참모역을 맡겨줬으면 당장 긴 새끼줄에 엔쇼우 왕의 모가지를 엮어서 묘우꼬우왕의 성중에 가져다 바칠 것을.』

왕과 죠우쵸우가 서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의 아내인 듯한 여자가 그릇에 나뭇잎을 꿰매붙인 그릇에 먹을 것을 담아 들고서 남편에게 권했다.

그는 손을 씻고 그 그릇에 담긴 먹을 것에 손을 댈려다 말고 왕을 돌아보면서,

『죄송하지만 보아하니 당신도 지금 퍽 허기지신 모습입니다. 나는 가난뱅이라서 아무 것도 잡수실 것 을 대접해 드리지 못합니다만 이것으로 허기나 면하시게 하나 드시지 않겠습니까?』

하고 권했다. 그가 알아차린 대로 왕은 지금 대단히 배가 고팠다. 만약 이 기회에 다만 얼마라도 먹어 놓지 않으면 왕은 거의 아사(餓死)할 지경이었다. 그의 이 한마디 말은 왕에게 무엇보다도 감사한 말이었다. 왕은 말 위에서 펄쩍 뛰어내렸다. 손을 씻고 그가 권하는 대로 함께 그것을 맛있게 먹었다.

그러자 그의 아내는 모서리가 떨어져나간 옹기 술잔에 술을 가득히 부어 왕에게 권했다.

왕은 모서리가 떨어져나간 술잔을 보며 생각했다.

「모서리가 떨어진 쪽에 입을 대고 마실까? 아니다. 그렇지 않다. 약지로 떨어져 나가지 않은 곳에 입을 대고 마시면 이 사나이는 반드시 나를 기만자(欺瞞者)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보다는 차라리 떨어져나간 곳에 입을 대고 마셔서 이 사나이로 하여금 나를 한결 더 존경하게 만들어야 되겠다!」

그는 이렇게 순간 생각했다. 왕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에 그 자신은 떨어져나간 쪽으로 술을 마시고 그 술잔을 왕 앞으로 내밀었다. 왕은 술잔을 손에 들자 우정 그 모서리가 떨어진 쪽에 역시 입을 대고 술을 마셨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죠우쵸우는,

「이 사람은 인정에 차별을 두지 않는 매우 서민적인 사람이로구나.」

하고 생각한 끝에 깊이 왕에게 경의와 인간적인 정의를 느꼈다.

「이런 사람과 오랫동안 서로 정의를 두고 사귀었으면 좋겠다.」

고 까지 생각이 미쳤다.

술이 끝나자 그는 아내에게 말했다.

『이 분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어른이니까 누추하지만 우리 집으로 모시고 가서 목욕물을 준비해 드리고 각별한 식사를 준비하도록 하오. 그리고 말에게도 좋은 풀을 많이 주도록, 어서 이 분을 모시고 가오.』

아내는 남편의 말에 따라 왕을 안내하여 자기 집으로 모시고 갔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조심조심 극진히 대접했다.

한편, 엔쇼우 왕이 이웃 나라를 질시해서 온세이니국(國)에 출정하고 있을 때였다. 항상 엔쇼우왕의 압박을 받고있던 그 이웃 나라의 캇샤국(國)은 그 허(虛)를 찔러 도끄샤시라에 침입해 들어왔다. 물밀 듯이 몰려온 침략군은 약탈, 방화, 살육을 마음대로 자행했다.

왕의 출정 중에 이 참화를 입게 된 나머지 신하들이 급급히 엔쇼우왕에게 장계를 올렸다.

『대왕전하, 타국에 가서 적을 항복 받는 것도 좋은 일이긴 하오나, 지금 본국에는 캇샤의 무리들이 침 입해서 포악과 만행을 극도로 자행하고 있사옵니다. 바라옵건대 조속히 철병하시와 본국에 황급히 환군하옵소서. 그리하여 나라를 저 캇샤의 폭도들로부터 방비하시어 구하시기 바라나이다.』

라고 진정하고, 왕의 조속한 귀국을 촉구했다.

본국으로부터의 이러한 장계를 본 왕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 당장 본국으로 철병하여 되돌아간다면 아마도 엔쇼우왕이란 자가 전쟁에 패퇴하여 돌아갔 다고 밖에 생각지 않을 것이다. 전쟁에 승리를 하고서도 그따위 소문을 듣는다는 것은 유감천만이다. 그러기보다는 차라리 여기서 적국과 화해하여 평화 친선을 도모해 놓고 환국 하는 것이 좋겠다.」

라고 생각한 엔쇼우왕은 곧 묘우꼬우왕에게 친서를 보내 그 뜻을 통했다.

『전쟁의 승패는 시운(時運)에 있다고 생각하는바 양국이 서로 간과(干戈)를 교접함은 오직 양국간의 서로의 원증(怨憎)만 돋울 뿐 아무런 유익됨이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전화(戰火)를 중지하고 양국이 이에 화친을 도모함이 가합한 줄 사료되므로 귀의를 얻고자 하오니 서로 무릎을 맞대고 륭금을 열고서 함께 담화하기 바라오니 폐진(弊陳)으로 왕림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는 문면이었다.

온세이니성(城)의 군신들은 엔쇼우왕으로부터의 이 친서를 받아들고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왜냐하면 묘우꼬우 왕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 생사와 소재를 전연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그 회답에 궁했다. 그러나 회답을 게을리 할 수는 없었다. 그 회답을 우물쭈물 하다가는 이 좋은 기회를 영원히 놓쳐 버릴지도 모른다.

대신들은 구수협의(鳩首協議)를 한 결과 대왕의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썼다.

『친서는 받았습니다만 성내가 혼란하고 다망하여 자신이 참가하기는 곤란합니다. 여기에 태자 우호를 대리로 차견하오니 회견하시고 더불어 화친의 기회를 강구해 주기 바랍니다. 총총』

이런 회답서를 지니고 우호태자가 엔쇼우왕의 진영으로 화친회의에 나갔다.

우호태자를 회견한 엔쇼우왕은 만반의 협정 조인을 끝내고 마침내 병사를 거두어 본국으로 돌아갔다.

엔쇼우왕이 철병하여 귀국한 뒤 묘우꼬우왕의 가신들은 국왕의 행방을 찾아 사방으로 사람을 차송했다. 죠우쵸우의 초막집에 위험을 피하여 숨어있던 묘우꼬우 왕은 엔쇼우왕이 병사를 거느리고 본국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듣고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리하여 죠우쵸유에게,

『죠우쵸우, 오랫동안 신세가 많았소. 나라도 안정되고 평화가 돌아왔다니 나는 이제 실례하고자 합니다. 만약 당신이 어느때든 온세이니성(城)에 오는 일이 있으면 꼭 한번 나를 찾아주오.』

라고 행장을 차리며 떠나는 인사를 정중하게 말했다.

『나라가 평안하게 되었다는 것은 무엇보다 기쁜 일입니다. 그러나 아직 나는 당신의 성함도 듣지 못했는데 설령 내가 서울에 간들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려.』

『네, 서울에 오시게 되면 누구나 내 집을 알고 있습니다. 만약 내 집을 묻고자 하시거든 『말 많은 집』이 어디냐고 물으시면 곧 알게될 것이오.』

『그럼. 혹 다시 뵈옵게 될지도 모릅니다만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자 평안히 계시오.』

이별을 고한 왕은 나는 듯이 자기 궁성으로 돌아왔다. 왕궁에 돌아오자 문지기를 불렀다.

『만약 앞으로 여기에 사람이 와서 『말 많은 집이 어디냐?』고 누가 묻거든 곧 궁중으로 안내하라.』

고 분부해 두었다.

태풍이 휩쓴 뒤의 마치 그 황폐한 적막 같은 조용함이 온세이니성(城)을 찾아들었다. 성내에 사는 백성들은 모두 다시금 평화를 되찾은데 대해 매우 기뻐했다. 그 해의 추수도 무사히 끝난 어느 가을날 묘우꼬우왕은 좋은 날을 가려 대절회(大節會)를 열었다.

국내의 상하(上下)는 물론 원근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성내로 몰려들었다. 서울은 근년에 없이 인간들의 물결로 흥청거리고 붐볐다.

이때, 들녘에서 경작을 하며 천하의 동정 따위엔 아랑곳없던 죠추쵸우의 아내가

『이번에 서울에서 대절회가 열리는데 한 번 우리도 구경 갑시다요. 네? 그리고 언젠가 그 왜 『말 많은 집』의 초청도 있지 않았어요. 그 집도 방문해 볼겸 네?』

하고 남편에게 졸랐다.

『그것도 좋은 일이지만 세상에 거들거리는 인사들 치고 거짓말 않는 이가 없어 방문해 봤자 실상은 그런 집 없는지도 몰라. 거들거리는 높은 사람들이 진실한 말을 할 때는 딱 세 가지 경우가 있지 하나는 싸움에 졌을 때, 또 하나는 남에게 기만(欺瞞)당했을 때, 그리고 또 하나는 국가를 상실했을 때 등이야. 이렇게 그들의 신상에 일대 중대사가 발발한 때 이외에는 절대로 진정한 말을 않는 법이거든.』

죠우쵸우는 묘우꼬우왕이 떠날 때 말한 것을 믿지 않았다.

『그야 당신 말씀이 옳을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만일 그 사람의 말이 설령 거짓말이라 해도 우리는 그럼 서울 구경만 하면 되잖아요? 아무튼 우리도 오랜만에 서울 구경 좀 합시다요. 네?』

그의 아내는 열심히 서울 구경을 졸랐다. 죠우쵸우도 아내의 간절한 소망을 저버릴 수 없어 서울 구경을 떠나기로 했다.

왕도는 대단히 번잡하고 화려했다. 죠우쵸우 부부는 호기심에 찬 눈으로 두리번거리면 한길을 지나고 넓은 왕궁 앞에 당도했다. 그들은 수위를 향해 물었다.

『저 죄송스럽습니다만 말씀을 좀 묻겠습니다. 이 근처에 『말 많은 집』이란 댁이 있는지요?』

『예? 그 집은 바로 여깁니다. 자, 들어오십시오.』

그 문지키던 사나이가 기다라고 있었다는 듯 반겨 맞으며 그들을 정중히 왕성 안으로 안내했다. 멀리서 찾아온 죠우쵸우 부부를 바라본 왕은,

『음, 잘 찾아주었소. 지난 날 내가 그대들에게 많은 수고를 끼쳤었소. 그런데 무슨 볼일로 서울엘 왔지? 자, 자… 좀 더 이리로 가까이 오라.』

하고 이 진객을 극진한 말로 반겼다.

그때 죠우쵸우는 왕이 사자좌(獅子座)에 앉아 있으며 뭇 신하들이 기라성처럼 그 주위에 옹립해 서 있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

「어허, 이거 큰일 났군. 엉뚱한 곳에 오고 말았구나, 이제 와서 새삼스레 돌아갈 수도 없고 이거 큰일 났구나.」

하고 마음속으로 근심이 태산 같았다. 왕은 그 전날에 그들과 만났던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이것은 사람을 잘못 안 것 아닌가. 그렇다, 잘못 안다고 해도 어찌 하필 이 나라의 대왕이 있는 곳으로 왔단 말인가. 죠우쵸우는 근심 걱정으로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왕은 죠우쵸우가 근심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자 일부러 옥좌를 떠나서 왕관을 벗었다. 그러자 죠우쵸우는 복장은 비록 다른 것이었지만 역시 그 대왕은 옛날 자기네 초막에 왔던 그 사람임을 확인했다. 새삼 지나간 일들이 머리에 떠오르면서 갖가지 불경죄(不敬罪)를 저질렀던 것이 황송해서 왕의 발아래 꿇어 엎드려 얼굴을 들지 못했다.

『여봐라? 너무 황송해 할 것이 없느니라. 옛날처럼 마음 수월히 대하도록 하오.』

왕은 두 사람을 후궁으로 데리고 갔다. 좋은 향내가 풍기는 물로 목욕을 시키고 아름다운 의복을 갖추어 주며, 이제까지 한 번도 먹어본 일 조차 없는 맛나는 음식을 대왕과 함께 들도록 했다. 그리고 참으로 화려하고 호사스런 침실을 주어 그들을 거처하게 하는 등 특별대우를 친히 했다.

왕은 궁내 사람들을 불러 분부를 내렸다.

『이 귀빈들은 내 부모니까 음식, 의복, 침구 등에 각별히 유의해서 정중히 모시도록 하고 그 두 분이 소망하는 것을 무엇이건 올리도록 하라.』

왕은 이렇게 소상하게 주의시켰다.

그리고 왕 자신도 깊이 그들을 존경하여 궁인들에게 모범을 보였으므로 궁내의 모든 사람들 뿐만 아니라 모든 대신들도 죠우쵸우 부부를 존경하게 되었다.

거칠은 들녘의 초간 모옥에서 왕도에 나와 뜻밖의 존경과 환대를 받은 시골 백성인 죠우쵸우 부부는 갖은 환대를 받아가며 칠일간 왕궁에서 머물었다.

그리하여 칠일째 되는 날 아침 죠우쵸우는왕 앞에 나가서,

『시골 백성에게 넘치는 대우를 내려 주옵시니 오직 황송무지하올 따름입니다. 하온데 저희들 내외는 이제 시골로 돌아갈까 하옵니다.』

라고 인사를 드렸다.

『돌아 가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여기에 영주해서 나와 더불어 국가 통치에 힘써 주시기 바라오.』

『황송하오나 저는 본시 촌백성으로서 아무런 소용도 없는 인간입니다. 그러한 인간에게 국가 통치란 엄청난 대임은 생각조차 할 수 없사오니 통촉하소서.』

『하나, 일찍이 그대는 만약 내가 대신이 되면 긴 새끼줄에 엔쇼우왕을 포박해서 성내로 끌고 오겠다 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것을 지금에 와서 나는 촌백성이니까 그런 그릇이 되지 못한다고 사퇴한다는 것은 무슨 이유이냐?』

『……』

왕의 말씀에 죠우쵸우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묵묵히 왕명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내 왕은 굳이 사양하는 죠우쵸우를 강제로 부재상(副宰相)에 앉게 하고 그를 중용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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