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색가(好色家) 묘우꼬우왕(王) 우대(優待)받는 죠우쵸우

호색가(好色家) 묘우꼬우왕(王) 우대(優待)받는 죠우쵸우

거칠은 들녘에서 괭이나 살을 잡고 땅을 파다가 해가 지면 초간 모옥에서 달이나 별을 바라보며 허름한 옷을 걸치고 변변치 못한 끼니로 나날을 살아가던 시골 농부인 죠우쵸우였다. 그런 생활에서 일약 부재상이 된 죠우쵸우는 참으로 하늘의 총아였다고나 할까.

그 당시의 사람들 눈에는 더 없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어느 날, 왕은 죠우쵸우에게,

『죠우쵸우, 생활이 일변했는데 옛날과 지금과 어느 쪽이 좋은가?』

라고 물었다. 그러자,

『부재상을 시켜 주셨습니다만 대우는 재상에 비해서 모든 것이 형편없습니다. 특히 아침 식사는 맛이 없어서 먹을 수도 없습니다.』

『흠, 그렇게 맛없는 식사를 그대에게 권했던가. 그러면 당장 그것을 개선하도록 영을 내리리라.』

왕은 곧 오백명이나 되는 대신들을 불러놓고,

『그대들은 죠우쵸우를 우대해야 하오. 오늘 죠우쵸우가 나에게 불만을 표시했었소.』

라고 주의시켰다. 대신들은 왕명이므로 각자 서로 자기 의식을 나누어서까지 죠우쵸우 부부에게 극진히 대우하기에 힘썼다. 그러면서 그들은 죠우쵸우의 이름까지 죠우요우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또 어느 날 이었다. 죠우쵸우에게 물었다.

『죠우쵸우 요즘은 불평이 없는가?』

『네, 요즈음은 은혜를 입사와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하오나 오래 있던 대신들은 모두 저를 공연히 멸 시하는 눈길로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늘 불쾌함을 이길 수 없습니다.』

『음,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그대도 매일 아침 대신 회합에 열석하면 될 것 아닌가?』

『하오나 저는 시골 백성으로서 예의범절이나 절차를 잘 모릅니다. 대신들과 같은 존귀한 어른들과 자리를 같이 한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흠, 그것도 그렇군. 어쨌든 아침 조회에는 열석하도록 하오. 내가 저들에게 그대를 존경하도록 이르 겠소.』

『그것은 너무나 황송한 일입니다. 그러면 내일부터 출석하겠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보고 죠우쵸우를 그토록 우대하는지 그것은 왕 이외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왕과 그와의 이런 대화가 있은 며칠 뒤의 어느 날, 왕은 조회에 친히 참석하였다.

왕은 여러 대신들로 하여금 죠우쵸우를 존경하도록 만들려고,

『여기에 열석한 여러 대신들께 묻노니 모두 기탄없이 자기 의견을 말하도록 하라?』

라고 전제하고, 지금 국가에는 이러 이러한 중대사가 있는데 이것을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면 좋겠는가 하고 하문했다. 물론 가공(架空)의 꾸며댄 사건이며 질문이었다. 그러자 각 대신들은 가끔 자신의 의견을 주장했다.

그러나 왕은 모두 고개를 저으며,

『그대들의 방책으로는 한 가지도 해결할 수 없어, 그러니 채택할 만한 것이 못되는 우견(愚見)들이다.』

라고 일축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제일 말석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죠우쵸우를 향해,

『죠우쵸우는 아직 의견을 말하지 않았는데 그대는 어떤 의견인가 말해 보라?』

하고 넌지시 물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말씀 드렸다. 왕은 그 의견을 듣고 ,

『오, 그대의 방략은 아주 훌륭하군. 그 의견이면 충분하다.』

하고 죠우쵸우의 헌책을 채택했다.

열석했던 여러 대신들은 왕이 죠우쵸우가 진언하는 하나에서 열까지의 모든 말을 깊이 신용하는 것을 보았다. 비로소 그를 중용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대신들은 마침내 그에 대한 모멸의 감정을 버리고 그를 존경하기에 이르렀다. 선배들로부터도 존경을 받으며, 의식은 풍족하고 또한 대왕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죠우쵸우였다.

이제 그에게는 아무런 불평도 없을 터였다. 왕은 이제야말로 제 아무리 죠우쵸우라도 불평은 없겠지 하고 생각했다.

어느 날, 왕은 죠우쵸우에게 물었다.

『그대도 이제는 만족했겠지?』

죠우쵸우는 다시 조용히 말했다.

『황송합니다. 지위와 의식은 이제야 만족할만 합니다. 하오나 아직 저에게는 주택이 없습니다.』

그는 아직도 주택 문제로 불만이 있었다.

왕은 그의 이 불만을 풀어주기 위해서 곧 여러 대신들께 그의 주택을 마련해 주라고 명령했다.

『대왕전하, 모(某)대신이 죽고 그 저택이 지금 비어있습니다. 거기가 적당한 듯 하온데 어떠하오리 까?』

하고 어느 대신이 왕에게 여쭈었다.

그 저택에는 죽은 대신이 부리던 많은 하인들도 있었으므로 황은 그 집이 마침 좋다고 그 저택을 죠우쵸우에게 주었다.

『죠우쵸우, 주택이 마련되어서 이젠 불만이 없겠지?』

『황송하옵니다. 참으로 훌륭하고 호화로운 대 저택입니다만 하인들이 저를 시골 백성 출신이라고 깔 보아서 매우 괴롭습니다.』

『그렇다면, 그대가 목욕중에 내가 사람을 보내어 부르도록 하리라. 그때 그대는 약간 거드름을 피우 며, 「응, 그러냐. 목욕이 끝난 뒤에 가서 배알한다고 여쭈어라.」라고 대답하도록 하오. 그렇게 말하면 내가 친히 그대의 저택으로 가서 그대와 함께 식사하도록 하리라.』

『하오나, 대왕전하와 식사를 함께 한다는 것은 신하로서 도저히 할 도리가 못됩니다.』

『그것도 내가 그대에게 특히 관록을 붙여주기 위한 것이니까 아무런 심려를 하지 말라. 그렇게 하면 반드시 저택에서 일하는 모든 하인들이 그대를 존경하게 되리라.』

죠우쵸우의 위치와 존엄을 향상시켜 주기 위해서 묘우꼬우왕은 이렇게 애썼다. 마침내 그에게 말한대로 어느날 왕은 죠우쵸우가 목욕 중일 때를 가려 왕의 사자를 저택으로 보내 그를 급히 불렀다. 그는 왕이 일러준 대로 대답하고 태연히 서두르지도 않고 목욕을 하고 있었다.

이것을 본 하인들은,

『대왕전하의 부르심에 저렇게 대답하다니……. 거만하고 무엄하구나, 이제 곧 화를 당할 것이다.』

『시골 놈들이란 자기 신분에 넘치는 자리에 앉든가 조금만 세력을 얻으면 곧장 저따위로 거만해진단 말야.』

『흥, 높은 곳에 오르면 반드시 떨어지는 법이야. 이 사람은 이제 곧 대왕전하의 노여움을 사서 화를 면치 못하겠지.』

하인들은 뒷구멍에서 제각기 쑤군거렸다.

그런 뒤, 어느 날, 죠우쵸우가 식사하는 도중에 또 왕의 사자가 왔다. 역시 왕이 일러준 대로 거드름을 피우며 대답하자 이윽고 왕이 친히 왕림하여 죠우쵸우와 함께 식사하며 환담하게 되었다.

이 광경을 본 하인들은,

『이상도 하다. 우리 집 대감은 시골 출신의 대수롭지 않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대왕께서 친히 왕림하시어 식사를 함께 하시는 것을 보니 아주 훌륭한 어른인가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그들은 드디어 죠우쵸우를 존경하고 그의 말을 우러러 듣게 되었다.

하인들의 멸시를 제거하게 되었으므로 이제는 죠우쵸우에게 불만이 없겠지 하고 왕은 어느날 이렇게 말했다.

『죠우쵸우, 이제는 불만이 없겠지?』

『대왕전하의 홍은을 입사와 다행히 하인들의 존경은 얻었사오나 아직도 대왕 전하의 친척이신 모 대 신은 항상 저를 시골놈이라고 욕하고 있습니다.』

『그렇던가? 그러나 그는 왕족 중의 존장이므로 내가 경솔하게 잘못 건드렸다가는 여러 가지 복잡한 말썽이 생기니 그것만은 자신의 힘으로 처리하도록 하오.』

『그러면 제가 그 대신을 어떻게 처리하건 대왕께서 문책하시지 않으렵니까?』

『결코 그대를 문책하지 않으리라.』

이런 왕과의 대화가 있은 뒤였다. 죠우쵸우가 어느 날 외출했다. 그때 두 고아(孤兒)가 총알을 들고 길가에서 놀고 있었다. 거기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한 비천한 차림의 여자가 지나가려고 했다.

이것을 본 한 소년이,

『얘, 나는 마른(乾) 이 총알로 저 여자가 머리에 이고 있는 물동이에 구멍을 뚫어 보일께.』

하자 다른 소년은,

『마른 총알로 물동이에 구멍을 뚫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어 임마! 나는, 젖은 총알로 네가 뚫은 구멍을 감쪽같이 막아 보일께.』

라고 두 소년은 그 기술을 서로 자랑하면서 한 소년은 마른 총알로 물동이에 구멍을 뚫으면 그 뒤에 다른 한 소년은 젖은 총알로 그 구명을 감쪽같이 막았다.

길을 가던 죠우쵸우가 우연히 그 고아들의 수작과 그 동작을 자세히 흥미를 지니고 바라보았다. 그는 문득 이 두 소년을 이용해서 늘 그에게 거만하게 구는 그 대신에게 앙갚음을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소년에게 가까이 다가선 죠우쵸우는,

『얘들아, 너희들은 어디 사는 애들이냐?』

하고 물었다.

『저희들에게 무슨 집이 있어요. 우리는 떠돌이예요.』

『그래? 그것 참 가엾구나. 우리집으로 가자. 매일 놀고도 먹을 수 있게 해주마.』

『정말이에요? 그럼 함께 데려가 주세요.』

죠우쵸우는 두 떠돌이 소년을 그의 집에 기식시키게 되었다.

『대감님, 저희들은 무얼 하면 됩니까?』

『너희들은 그저 총알던지기 연습만을 하고 있으면 된다. 그것이 곧 나에게 소용이 될 때가오니까, 이 뒤에 만약 내가 누구와 다투는 것을 보거든 그때 너희들은 오물(糞尿)을 바른 총알을 상대의 입속에 던져 넣어라. 그것이 너희들이 나를 섬기는 유일한 길이다. 알겠느냐?』

『네, 그까짓 것쯤 문제 없어요…』

두 소년은 자신들의 할 소임을 맡았으므로 매일 총알 던지기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하여 그 제주를 발휘할 날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죠우쵸우는 대왕의 근친이 되는, 항상 자기를 멸시하는 대신과 언쟁을 벌였다.

이 광경을 재빨리 알아차린 두 소년은 주인의 은혜를 갚을 때가 왔다고 즉각 알아 차렸다. 전일에 주인이 명령한 대로 오물을 칠한 총알을 멀리 서서 대신의 임을 향해 힘껏 던졌다. 그 총알은 그 대신의 입속으로 훌륭히 적중했다. 총알이 느닷없이 입에 박힌 대신은 그 더러운 것을 캑 캑 토하면서 손으로 입을 가리며 급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뒤, 그 대신은 죠우쵸우를 얕보지 않게 되었다. 대왕은 또 죠우쵸우를 불러서,

『죠우쵸우, 이제는 그대를 경멸하는 자가 없겠지?』

하고 물었다.

『아니올시다. 아직은 궁중에 있는 여러 사람들이 저를 시골뜨기라고 뒤에서 험구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그런가? 그러면 내가 궁중에 있을 때, 그대는 문밖에 와서, 「대왕께서는 지금 어디 계시느 냐」」고 소리치라. 만약 「궁중에 있다」고 대답하거든 「그대는, 만기(萬機)를 돌보지 않고 후궁에서 타면(惰眠)에 빠져 있다니……. 이래가지고서 어떻게 국정(國政)을 처리할 수 있는가.」라고 말하라. 만약 내가 궁중에 있는 것을 보았으면 그대는 측전(側殿)으로 와서 내 침상위에 두 다리를 걸치고 자라.

그리고 내가 외출할 때는 그 다리를 위로 올려놓도록 하오.』

『대왕전하? 예로부터 군신(君臣)은 그 자리가 유별하오며, 또한 그 가는 길에도 고하(高下)가 따로 있습니다. 그러한 행동은 군신의 길을 저버리는 것이므로 아무리 왕명이라 할지라도 어찌 쫓을 수 있겠습니까?』

『아니다. 그것은 내가 특별히 윤허하는 것이니까 그렇게 하라. 그러면 궁중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 대를 경멸하는 태도를 고칠 것이다.』

그는 왕의 분부에 따라 그대로 했다. 이 광경을 보고있던 궁중의 여러 사람들은,

『죠우쵸우가 대왕전하에게 조차 저렇게 할 수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굉장히 훌륭한 사람인 모양이 다.』

라고 생각한 나머지 마침내 모두 그를 존경하기에 이르렀다.

『죠우쵸우, 이제야말로 만사에 불만이 없겠지?』

『황송합니다. 대왕전하의 은택을 입사와 만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은이 하해와 같습니다.』

죠우쵸우는 거칠은 들녘의 조그만 모목에서 나와, 왕의 지우(知遇)를 받아서 오늘날 온세이니국(國)의 대재상(大宰相)이 되었으며 그 위풍이 나라를 휩쓰는 영예를 얻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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