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색가(好色家) 몰살당하는 마녀들과 바라문

호색가(好色家) 몰살당하는 마녀들과 바라문

슛꼬우왕이 텐쥬에 의해 모살(謀殺)되었다는 것을 탐지한 묘우꼬우왕은 기뻤다. 우선 눈앞에 가시 같던 강적이 이제 없어졌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다.

어느 날, 묘우꼬우왕은 대신들과 고루에 올라 세상 이야기를 군신간에 주고받고 있었다.

그러다가 돌연 대왕은 대신들을 돌아보며 이렇게 물었다.

『그대들 가운데, 경국 경색의 미인이 있는 곳을 아는 자는 없는가?』

하자, 한 대신이 왕 앞으로 나가 자못 대왕의 비위나 맞추려는 듯,

『바라나시성(城)내에 매우 요염하고 게다가 나이가 어리며 육십사능(五十四能)에 통달한 매음녀가 있아옵니다. 비록 매음녀이긴 하오나 어떤 대장부라 할지라도 한번 그 여자에게 걸리기만 하면 심신이 황홀하여 도저히 떨어지지 못한다는 소문입니다.』

라고 제가 잘 아는 척 주장했다. 이것을 옆에서 듣고 있던 죠우요우는 무익한 말을 하는 자라고 근심한 나머지,

『대왕전하, 비록 먼 나라에 어떠한 미인이 있다 할지라도 그것을 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라고 암암리에 대왕의 욕정을 막으려 경고했다. 그러나 육십사능에 통달하고 묘령이며 게다가 미인이란 말을 들은 대왕은 본래 호색하는 성품인지라 죠우요우의 말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음, 내가 친히 그 여인 집에 찾아가 보리라.』

죠우요우는 이미 누구의 간언도 대왕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대왕전하, 그 나라는 일찍이 우리나라와 오랫동안 서로 원한을 품고 있는 적국입니다. 대왕께서 행하 셨다가 행여나 신변에 위험이 있으실지 모릅니다. 부디 그 생각은 중지하소서. 』

『죠우요우, 그렇게 세상만사를 걱정만 하면 못써. 나는 한 번 생각한 것은 선악에 관계없이 단연코 결행하는 성질이니까 이제 곧 떠나도록 하리라. 내가 나라를 비운 동안의 국정은 그대가 잠시 맡아보오.』

『신이 아뢰는 충정도 용납하시지 않으시면 도리 없습니다. 아무쪼록 대왕전하께서는 옥체를 보전하시 와 무사히 환궁하시기를 바라나이다.』

『글세, 그대는 너무 걱정이 많아!』

날뛰는 망아지처럼 욕정을 달랠 길없는 대왕은 이잔 대상을 타고 그날 중에 바라나시성(城)을 향해 출발했다. 석저산(石杵山) 중턱의 숲속에 이잔을 매어 놓고, 단신 성내로 들어가 매녀(賣女)의 집을 찾아 들어갔다. 대왕은 십냥이 넘는 돈을 치루고 그녀와 환락을 함께 하게 되었다. 과연 소문대로였다. 대왕은 능란한 이 매음녀의 조종에 넋을 잃은 듯 세월가는 줄 몰랐다.

대왕이 매음녀에게 간 일은 극비에 부치고 있었다. 그러나 장구한 나날을 대왕을 만나지 못한 많은 신하들은 수상하게 생각했다. 대왕의 행방에 대해서 마침내 궁중 부중에서 쑤근대기 시작했다.

몇 몇 신하들이 몰려와 중신인 죠우요우에게 대어들 듯 묻는 것이었다.

『대감, 대왕은 대체 어디에 납시었소?』

『자네들은 갑자기 대왕의 납신 곳은 왜 묻나? 곧 나오실 터일세.』

『언제 말입니까?』

『글세, 한 십이년쯤 지나면 돌아오시겠지?』

『뭐라고? 십이년쯤? 대감, 농담할 셈이오? 흥, 그러고 보니 아마 대감이 대왕전하를 시역하고 스스로 왕위를 찬탈하려고 하는 모양. 만약 앞으로 칠일 이내에 대왕께서 대전에 출어하시지 않으면 우리들 바라문은 단 임금님을 모시고 그대 목숨을 받아야겠소!』

그들은 눈을 부라리며 살벌한 표정으로 엄포를 놓았다. 일국의 서정을 좌지우지하며 재치가 발군한 죠우요우로서도 이런 경우엔 진퇴양난이었다. 그렇다고 여러 신하들에게 대왕의 비행을 폭로 할 수도 없었다. 망연히 생각에 잠겨 혼자 방안에 들어앉아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때 죠우요우의 곤경을 알아차린 고고태자의 어머니 안라크왕비는 그 자세한 것을 죠우요우에게 물었다.

죠우요우는 부인에게만은 숨김 없이 모두 말했다.

『그런 것쯤 문제 없을텐데요 죠우요우 대감, 꿀을 조청과 섞어서 보릿겨에 발라가지고 그것을 금반(金盤)에 담고 마굿간에 가서,

『오늘 안으로 바라나시성까지 갈 수 있으면 이 금반위의 꿀보리겨를 먹어라, 라고 해보세요. 그것을 먹은 말을 타고가면 거뜬히 오늘 안으로 갈 수 있답니다.』

『네,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죠우요우는 우호태자의 모비가 가르치는 대로 꿀보릿겨를 들고 말들을 메어둔 마구간에 갔다.

금반에 담긴 꿀보릿겨를 들고 말들에게 마치 사람에게 하듯 말했다.

『오늘 중으로 바라나시성에 갈 수 있으면 이 꿀보릿겨를 먹으라.』

그러나 어느 말도 금반위의 먹이를 먹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마지막에 제일 말라빠진 늙은 말이 남아 있었다. 그는 이 늙은 말도 안 먹는다면 이젠 더 바랄 수 없다고 마음속으로 절망하면서 금반을 드리밀며 늙은 말에게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이 늙은 말은 그 꿀보릿겨를 바라보더니 단숨에 먹어치웠다. 죠우요우는 기뻐서 그것을 안라끄부인에게 보고했다.

『그러면, 그 늙은 말에 안장을 하고 떠나시오. 중간에 가다가 말에 이상이 있더라도 염려 말고 그대로 가도록 용기 있는 곳엔 이것을 방해할 그 무엇도 있을 수 없으니까요.』

안라크왕비는 자상하게 가르쳐 주었다. 그는 늙은 말에 안장을 했다. 그러자 말라빠지고 초췌해 보이던 늙은 말은 용기가 백배하여 마치 날듯한 기세를 나타내었다.

『문제 없어, 당신은 오늘날까지 나와 같은 늠름한 말을 본 일이 없을꺼야.』

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는 큰 칼을 홱 칼집에서 뽑아들고 말 앞에서 응수했다.

『그대도 오늘날까지 이와 같이 늠름한 기마용사(騎馬勇士)를 본 일이 없을꺼다!』

『본 일이 없소!』

『자아, 그러면 가자, 만약 못 가면 그대를 한 칼에 베어서 피를 지상에 흘리리라.』

『문제없습니다. 저는 각오했습니다. 이번이 저의 마지막 봉사입니다. 자, 기사님, 가십시다.』

『나는 오직 그대의 말발굽을 믿는다. 그대의 각오로 결심했노라!』

사람과 말은 혼연 일체가 되어 질풍처럼 달려다. 마치 쏜살같이 나는 듯이 그날 중에 말과 사람은 무사히 바라나시성에 도착했다.

국정을 망각하고, 부인을 잊고, 백성조차 깡그리 잊어버린 채 한 매음녀의 색향에 탐닉하여 향락에 세월을 모르고 지내던 대왕은 본국에서 돌연히 죠우요우가 온 것을 보자 달콤한 꿈이 깨진 것에 도리어 시무룩했다.

『갑자기, 여기가지 어찌하고 왔소?』

달갑지 않은 말투였다.

죠우요우는 국내의 긴급한 중대문제, 즉 대왕이 칠일 이내에 귀국하지 않으면 바라문들은 딴 왕을 옹립하려고 서두르고 있다는 것을 아뢰었다.

『그러면, 칠일 이내에 돌아가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조금 더 있어도 될 터인즉 그대도 그때까지 여기서 기다리라.』

대왕은 유연하고 태평했다. 죠우요우는 도리 없이 지루한 칠일을 거기서 또 기다리게 되었다. 마침내 귀국할 날이 왔다. 대왕은 매음녀와의 일별을 애석히 여기면서 석저산(石杵山)에 올라 이잔 대상을 집어탔다. 죠우요우도 이 코끼리에 함께 탔다. 그러자 갑자기 이잔이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었다.

이 울음소리를 들은 한 점장이가 혼자 말을 중얼거렸다.

『이 대상은 하루에 백역(백驛)을 질주하여 본국으로 돌아가지만, 남해(南海)에 가면 음료수가 떨어져 서 코끼리도 또 타고 있는 사람도 모두 쓰러져 죽을 것이다.』

죠우요우는 이 점장이의 혼잣말이 마음에 걸렸으나 시간이 급박하여 그대로 본국으로 향했다. 왕과 죠우요우를 태운 이잔 대상은 질풍같이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기와공장을 지나면서 그 큰 발로 기와를 마구 짓밟아 무수히 깨뜨려 버렸다. 기와주인은 원망스러운 얼굴로 이잔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이것을 본 죠우요우는,

『이들은 모두 땅에 의해서 생활하는데 참으로 가엾은 일이다.』

하고 혼잣말을 했다.

대왕은 죠우요우의 혼잣말을 듣고,

『뭐라구? 나라의 땅에 의해서 생활하는 것은 바로 대왕인 나뿐이다. 그런데 죠우요우란 놈 건방진 말을 지껄이는구나.』

하고 그의 내심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대상은 그런 사건쯤 아랑곳없이 여전히 질주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길가에 있던 할미새의 알을 모두 짓밟아 버렸다.

어미새는 이것을 보고 슬피 울었다. 죠우요우는 이것을 보고 또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아! 참 가엾구나. 저 같은 작은 새를 슬프게 해서는 안되는데…….』

이 말을 들은 대왕은,

『흥, 죠우요우란 놈, 내가 매음녀에게 미혹했던 일을 암암리에 비방하고 있구나!』

라고 또 곡해했다. 그러나 대왕은 그것을 입밖에내지 않고 그대로 이잔대상을 질주시켰다. 그러자 이번에는 길옆의 나무가지위에 독사가 한 마리 혀를 날름거리며 지금 곧 대왕을 물려고 했다. 죠우요우는 날쌔게 칼을 뽑아 그 독사의 모가지를 날려 버렸다. 뱀은 지상에 떨어져서 몹시 괴롭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것을 본 죠우요우가 또 혼잣말을 지껄였다.

『아아! 가엾다. 내가 죽이지 말걸.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대왕은 또 이 죠우요우의 혼잣말을 자신을 욕하는 것으로 들었다.

『이놈, 죠우요우 두고 봐라. 벌써 세 번이나 가면서 나를 비난했다.!』

대왕은 내심 매우 괘씸하게 생각했다.

이잔 대상의 신기한 속력은 여전하여 마침내 온세이니성(城)이 가까이 다가왔다.

『대왕전하, 출발할 때의 점장이 말도 있사오니 여기쯤에서 그만 나무를 잡고 코끼리로부터 떨어지심 이 좋을까 합니다. 그리고 잠시 휴식하시옵소서. 코끼리는 어디까지 달려갈지 위험합니다.』

대왕은 죠우요우의 경고를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어느 나무 가지에 매달려 코끼리 등에서 떨어져 나와 어느 동산에서 잠시 쉬고 있었다.

『죠우요우, 그대는 한발 먼저 궁중에 돌아가 내가 이 동산에 있다는 것을 안라끄 부인에게 전하라. 그 리고 무사하다는 것을 알려 왕비를 우선 안심시키라. 나는 뒤에서 비밀히 궁중으로 들어가리라.』

『황공하옵니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죠우요우는 왕명을 받아 혼자서 먼저 궁중으로 돌아갔다. 안라끄부인에게 대왕께서 무사하심을 비밀히 전했다. 부인도 그말을 듣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만면에 웃음을 띄고 죠우요우의 수고를 치하해 주었다.

국정을 망각한 채 타국의 일개 매음녀의 색향에 빠져 옳지 못한 탐닉생활을 보내다가 겨우 만난을 무릅쓰고 달려간 대신의 도움으로 돌아오게 된 대왕도 자신의 행위에 비로소 부끄러움을 느꼈다. 정문으로 당당히 귀궁하지 못하고 후문으로 몰래 내궁에 들어가고자 했다.

그러자 그 후문에 두 부인이 있다가 서로 귓속말로 속삭였다.

『어머 보세요. 대왕께서 지금 돌아오시네.』

이 귓속말을 들은 대왕은,

『죠우요우란 놈, 내가 그처럼 극비에 부치라고 엄명해 두었는데도 벌써 이것을 공포했구나. 무엄한 놈 이구나』

라고 죠우요우에 대하여 크게 분격했다.

대왕은 내궁에 들어와 오래간만에 휴식을 취하며 피로를 푼 다음, 죠우요우를 대령케 했다.

『죠우요우 들으라, 그대는 무슨 일로 이번 귀성하는 도중에 나를 세 번이나 비방했는가 기와공장 앞에서 그리고 할미새의 알을 깼을 때 독사를 죽였을 때 말이다. 또한 난의 귀성을 극비에 부치라고 했는데 어찌하여 그것을 일반에게 공포하여 나를 한결 더 부끄럽게 했는가?』

이러한 대왕의 질책과 원망을 듣자 그는 너무나 의외의 힐문에 놀라서 어쩔바를 몰랐다.

『천지신명께 맹세하옵고 신은 결코 대왕전하를 비방한 일이 없아옵니다. 오직 그때그때 신의 느낀 마음을 혼자 지껄였을 뿐입니다. 또한 대왕전하의 귀성하심을 공포한 일은 전연 없습니다. 대왕전하, 아무쪼록 신의 마음을 통촉하옵소서.』

『아니다. 그대가 아무리 변명한다 하더라도 사실이 이것을 증명하고 있느니라.』

『그 사실이라 하옴은?』

『후문에 있던 두 여인이 내가 돌아오는 시각을 이미 알고 있었고, 또한 귀성하는 장소도 알고 있었어!』

대왕은 큰 소리로 죠우요우에게 꾸짖었다. 그러자 죠우요우는 조용히 대왕께 아뢰었다.

『대왕전하, 그 두 여자는 보통 여자가 아닙니다. 비행마녀(飛行魔女)가 몸을 숨기고 대왕전하의 말씀 을 듣고 있었던 것입니다.』

『흐음, 마녀라구. 내가 그대의 충성을 의심한 것이 잘못이었다. 용서하라. 그런데 바라문들은 내가 칠 일 이내에 돌아오지 않으면 딴 왕을 옹립한다고 했다 하니, 그따위 불충한 신하들은 당장 목을 자르라.』

『대왕전하, 바라문의 처형도 당연하오나 먼저 비행마녀를 죽여야 합니다.』

『그러나 마력(魔力)을 지니고 있는데 어떻게 죽일 수 있는가?』

『좋은 방법이 있사옵니다.』

『악마를 제거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만사는 그대에게 일임하노라.』

대왕이 그에게 지니고 잇던 의구심은 풀렸다. 여러 신하들은 대왕과 오래간만에 환담을 나누었다. 죠우요우는 비로소 안심하고 자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죠우요우는 이제부터 마녀를 죽일 방법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전심해야 했다. 그 당시 성내에는 어느 대신의 아들로서 주술(呪術)에 능한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일부러 그 집을 찾아갔다.

『오늘 내가 일부러 방문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근간 성내에 비행마녀가 출몰해서 많은 생명을 잔해하고 있네. 하여 이 마녀들을 어떻게 퇴치할까 그 방법을 의논하고자 찾아 왔는터일세.』

『대감, 그러하옵니까. 그러면 저의 작은 재주로 그 마녀를 사로잡아 드리겠습니다. 그 방법은 먼저 죽 은 자의 손목을 끊어서 그것을 들고 제가 주술을 행하면 찔레꽃이 됩니다. 그 꽃을 사람을 시켜 시중에 팔게 하고, 또한 그 사람에게 누가 만약 돈을 주고 사려고 하더라도 결코 팔아서는 안된다. 또 이 꽃을 보고 웃는 자가 있거든 그 이름과 모습을 기억하도록 합니다. 그렇게 해서 마녀를 사로잡는 것 입니다.』

『음, 그렇게만 되면 묘안이구려. 아무쪼록 힘을 다해 노력해 주시오.』

그는 안심하고 돌아가 좋은 소식이 올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일을 부탁 받은 주술사(呪術師)는 곧 그 말했던 방법대로 실행했다. 그랬더니 찔레꽃을 보고 웃은 여자가 무려 오백명이나 되었다. 주술사는 죠우요우에게 이것을 보고했다. 죠우요우는 또한 이것을 대왕에게 주상했다.

그러나 이 오백명이나 되는 마녀를 어떻게 한꺼번에 죽일 것인가 하고 대왕은 염려했다. 죠우요우는 이게 대해,

『대왕전하, 성밖에 어느 곳을 깨끗이 청소하고 대시회(大施會)를 준비하옵고 한편으로는, 「대왕전하께서는 이번에 무차(無遮)의 대회를 진행하시와 제천(諸天)을 청하노라. 모든 일체의 자매(姉妹)들은 빠짐없이 모이도록 하라.」

라고 거짓 통첩을 냅니다. 이렇게 해서 한 곳에 모이거든 일제히 마녀들을 몰살해 버리는 것이 좋을 까 합니다.』

라고 건의했다.

왕은 곧 그렇게 하라고 허락했다. 죠우요우는 즉시 이것을 실천에 옮겼다. 마녀들은 이 왕명을 전해듣고 재물을 얻을까 하여 오백명이 모두 빠짐없이 성밖에 설치된 장소로 모여들었다. 이때 그 주술사(呪術師)가 주문을 외웠다. 오백명의 마녀들은 자연히 그 주문에 묶여서 옴짝도 못하게 되었다. 그는 신하들에게 명하여 포박된 마녀들을 빠짐없이 죽여 버렸다. 이제 문제삼던 마녀의 퇴치는 깨끗이 이루어진 셈이다.

남은 것은 불충한 신하들인 바라문을 어떻게 죽이는가의 문제뿐이었다.

대왕은 이에 대하여 죠우요우와 대책을 강구했다. 그 결과, 한 포고령을 발포하게 되었다.

『모든 바라문들에게 고하노라. 그대들이 대왕을 진실로 구제하고자 할진대 나날이 한 곳에 모여 대왕 전하가 내리는 시식(施食)을 받으라.』

이 포고령을 받은 그들은 기쁘게 그 지정한 한 곳으로 모여 나날이 대왕이 내려주는 음식을 받아먹었다.

대왕은 문지기를 불러 은밀히 영을 내렸다.

『날마다 오는 바라문의 수를 조사하여 보고하라.』

또 성내에 사는 백성들을 향해서는,

『너희들도 좋은 음식을 만들어 바라문에게 공양하라.』

라고 명령했다.

대왕의 흉중에 무엇을 간직하고 있는지, 또한 자신들의 머리 위에 어떤 무서운 철추가 내리쳐질 지도 모르고 좋은 음식을 탐내는 바라문의 무리들이 들며 날며 나날이 대왕이 내려주시는 맛나는 공양을 받아 즐겁게 먹었다.

문지기는 나날이 출입하는 그들의 숫자를 면밀히 기록하고 조사했다. 그 결과 실로 그 숫자가 무려 팔만명이란 다수임을 알아냈다. 이것을 죠우요우를 통해 대왕에게 보고했다.

팔만명이나 되는 많은 인간을 일시에 몰살시킨다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죽일 수 있을까 하고 대왕은 날마다 고민했다.

결국, 바라문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 도인(屠人)들로 하여금 칼을 지니게 하여 그 등뒤에 세워놓고, 그 도살자들에게 은밀히 명령을 내려,

『술을 들라.』라는 소리가 나자 그와 동시에 일제히 바라문의 목을 치게 하라고 명령한다면 이를 쉽사리 도륙할 수 있으리라는데에 생각이 미쳤다. 대왕은 곧 많은 백정들을 모아 놓고 극비리에 이것을 명령했다.

이러한 엄청난 음모가 있는 줄도 모르고 여느 날과 같이 바라문들은 대왕의 공찬(供餐)을 받기 위해 모여들어 음식을 먹고 있는 순간이었다.

그날따라 어디선가,

『술을 들라.』

라는 호령이 떨어지자 곧 배후에 섰던 백정들이 일제히 칼을 휘둘러 단칼에 그들의 목을 쳐서 추풍낙엽처럼 떨구어 버렸다.

이로 인해 식당은 삽시간에 피바다가 되었고, 시체가 쌓여 산더미 같았다. 참으로 참혹한 일대 아수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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