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색가(好色家) 묘우꼬우왕(王) 슛꼬우왕의 참사(慘死)

호색가(好色家) 묘우꼬우왕(王) 슛꼬우왕의 참사(慘死)

구사일생으로 유폐된 곳에서 탈출에 성공한 슛꼬우왕은 그 무사함을 축하하여 대절회(大節會)를 열었다. 왕은 함께 도주해온 사랑하는 텐쥬공주를 정식 왕비로 삼았다.

이날 왕은 텐쥬부인과 함께 고루에 올라가 운집한 군중을 내려다보면서 살아 돌아온 기쁨을 만끽했다.

『당신의 부왕을 속이고 여기가지 그대와 함께 이렇게 본국으로 무사히 돌아오다니……. 마치 꿈같구려.』

『참으로 그러하옵니다. 다행히 목숨이 살아남아서 오늘을 맞게 되오니 감개무량하군요.』

『이제부터 나는 당신 아버지를 속여서 이 나라에 데려다가 직물사(織物師)로 만들지 않고는 이 슛꼬우왕의 체면이 서지 않소. 근간에 나는 그대의 아버지인 묘우꼬우 왕을 체포할 것이오.』

텐쥬부인은 자기 부왕이 슛꼬우왕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듣는 것이 심히 미안했다.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 깊이서 슛꼬우왕에게 대한 분노가 치밀었으나 그녀는 눌러 참았다. 그리고 왕의 계획에 대해서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모처럼 들뜨던 축제기분이 왕의 이런 말 한 마디로 그만 어두운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왕과 부인과의 뜨겁던 상에 한줄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슛꼬우왕이 어느날 유켄나를 불렀다.

『나는 묘우꼬우 때문에 참을 수 없는 치욕을 받았다. 이 원한을 갚을 방법은 없겠는가?』

『대왕께서는 어떻게 보복 하시렵니까?』

『긴 밧줄에 묘우꼬우의 목을 걸고 이 나라에 끌고 와서 그에게 방직업(紡織業)을 배우게 하라.』

『그것은 매우 곤란한 일입니다. 그러나 대왕전하의 희망이시라면 어심에 따르도록 계획을 세워보겠습니다. 하오나 그 성부는 미리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아무튼 그대에게 일임하겠노라.』

이런 음모가 은밀하게 슛꼬우왕과 그 신하 사이에서 계획되고 있었다. 유켄나는 그 방법으로서 온세이니성(城)에 필요한 여러 물품을 사들였다. 또한 아름다운 여인을 한 사람 골라서 짙게 화장을 시켜 외국 상인으로서 온세이니 성으로 보내고 큰 점포를 열어 무역업을 종사시켰다. 앞에서도 말한바와 같이 이 나라에는 규칙으로서 외국 상인에 대한 과세는 국왕 자신이 징수하게 되어있었다.

묘우꼬우왕은 큰 상점이 개업했다는 보고를 받자 곧 그 점포로 행차했다. 그리고 주인을 부르니 꽃을 비웃는 듯한 아름다운 미인이 나왔다. 왕은 단번에 그 용모가 농염한 웃음에 홀려 그 여주인과 정을 통한 다음, 전후불각의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여주인은 이 때라는 듯이 옷가지로 잠든 왕을 감싸고 사인교에 왕의 이불채 함께 싣고는 온세이니성의 후문으로 총총히 빠져나갔다. 그 나라 사람들은 백주에 국왕이 어떤 탕녀에게 유혹되어 약탈되어 가는 것인 줄 아무도 몰랐다.

죠우요우는 대왕이 상점으로 조사차 떠난 다음 아무런 소식이 없어서 매우 근심하기 시작했다. 백방으로 그 행방을 탐지해 보았으나 왕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슛꼬우왕은 유켄나로부터 묘우꼬우왕을 사로잡아 왔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 곧 쇠사슬로 묘우꼬우왕을 묶고 방직술(紡織術)을 가르치도록 여러 신하에게 명령했다.

묘우꼬우왕은 후회했다. 자기가 하찮은 한 여인의 색향에 빠져서 적국으로 잡혀와 직물 기술을 배우려 하니 만사가 너무나 한심스럽고 서글펐다. 그는 새삼스레 회한의 눈물에 젖는 것이었다.

약 일개월이 지났다. 슛꼬우왕은 텐쥬부인과 함께 고루에 올라가서 멀리 경치를 조망하고 있었다. 이때, 직물사가 된 묘우꼬우왕이 용변을 보기 위해서 집을 나가는 것을 본 슛꼬우왕은,

『텐쥬, 그대는 저 사나이를 아는가?』

하고 짐짓 그 사나이를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부인은 그가 가르치는 곳에 눈을 돌렸다. 거기에는 다름 아닌 자기의 부왕이 서 있지 않은가. 텐쥬부인은 기절할 듯 쓰러지며 큰 소리로 통곡했다. 이윽고 눈물을 거둔 텐쥬부인은 남편 슛꼬우왕을 살해하리라 마음먹었다.

슛꼬우왕도 그녀가 살의를 품게 된 것을 보자 빨리 묘우꼬우왕을 석방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느꼈다.

『유켄나, 묘우꼬우왕에 대한 보복은 이제 끝났으니 왕을 목욕시켜서 식사를 올리고 의관을 갖추어 본 국으로 송환하라.』

라고 유켄나에게 명했다. 이리하여 묘우꼬우도 역시 구사일생으로 본국에 돌아갈 수가 있었다.

그러나 텐쥬부인의 남편에 대한 미움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뒤에도 여전히 사모치는 슬픔과 원한을 가슴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언제나 완화하고 조용하게 기쁨을 가장하였고 더욱 남편에게 극진히 대했다. 따라서 왕의 부인에 대한 의혹도 차츰 사라져 갔다.

그런 어느 날, 텐쥬부인은 때묻은 허름한 옷을 입고 깨어진 침상에서 자고 있었다.

『그대는 왜 이런 곳에서 자고 있는거요?』

왕이 겉으로 다가서며 물었다.

『천신(天神)의 노여움을 샀습니다.』

『무슨 기원을 했던가?』

『네, 저……』

『기원했던 것을 말하시오. 당신을 위한 것 아니오? 무슨 일이든 내가 할 수 있으면 소원을 들어 드리리다.』

『저 제 아버지가 전 일에 대왕을 유폐했을 때, 저는 천신님께 이렇게 기원했어요.(만약 대왕과 제가 무사히 교우센비국에 돌아갈 수 있게 해 주시면 저는 대왕과 함께 칠일간을 단식하고 그 만기일에 대시쇠(大施會)를 베풀고 널리 공양하겠습니다)라고요. 그것을 오늘까지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나를 위해서 기도한 것이니까 곧 그렇게 실행합시다.』

『대왕마마, 고맙습니다. 이제 날을 택해서 말씀드리겠어요.』

왕의 쾌락을 얻은 부인은 내심 소원성취 될 날이 이제 가까이 박두했다고 기뻐했다. 부인은 남편을 살해할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강아지 두 마리를 구해 높은 다락아래 매어놓고 매일 매일 맛있는 고기를 주어 사육했다. 그랬더니 거의 인간의 중량과 동등할 정도의 체중을 지닌 커다란 개가 되었다. 부인은 개를 보며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부인은 왕에게 칠일간의 단식을 요구했다. 그러나 자신은 왕 몰래 음식을 먹고 있었다. 왕은 부인과의 약속대로 한 알, 한 방울의 물도 먹지 않고 마시지 않았다. 그래서 몸은 극도로 쇠약해졌다.

부인은 유켄나 대신을 불러 말했다.

『내일은 대왕께서 기원이 끝나는 날이시니 시회(施會)를 마련할 준비를 해주시오.』

유켄나는 이에 백성들로 하여금 성내의 거리 거리를 말끔히 청소시켰다. 향수를 뿌리고 향로에는 명향(名香)을 피워놓았다. 여러 가지 빛깔의 고운 꽃들을 흩고 풍악을 연주하며 무희들은 나비처럼 풍악에 맞춰 춤추게 했다. 대시회는 황홀 찬란한 막을 열었다.

백성들은 대시회라고 저마다 성아래 떼를 지어 모여들었다. 이윽고 부인은 칠일간이나 음식을 전폐하여 극도로 쇠약한 대왕을 부축하여 대시회의 성황을 구경하고자 고루에 올라 자리에 앉았다. 고루에는 왕과 부인 단 두 사람뿐이었다.

부인은 갑자기 초췌한 왕을 잡아서 혼잡한 다락 아래로 떼밀어 떨어뜨렸다. 미리 그를 위해 사육해 두었던 두 마리 사나운 개가 달려들어 기절한 왕을 물어 죽이고 그 살을 모두 뜯어 먹어버렸다. 또한 솔개, 까마귀, 늑대 등이 달려와서 그 잔해(殘骸)조차 남기지 않고 모두 먹어치웠다.

이것을 본 사람들은,

『대왕이 고루에서 추락하시어 돌아가시자 개 두 마리가 그만 그 살을 모두 뜯어먹었다.』

고 놀라운 소식이 삽시간에 퍼졌다. 이 일대 비보가 전해지자 지금까지 들뜨고 흥청거리던 환락경은 갑자기 비탄과 통곡의 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대신들이 급히 집합해서 대왕의 사인 규명에 나섰다. 여러 가지를 종합 검증한 결과 이는 부인의 모살(謀殺)이라는 데에 의견이 일치했다.

분노한 대신들은 돌로 방을 만들고 그 안에 부인을 가둔 뒤, 방에서 불을 질러 이것을 소살(燒殺)하여 대왕의 원한을 풀어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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