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신앙 쿠야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설법을 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떤 곳에 쿠야라고 하는 한 마리의 말의 왕이 있었다. 이 마왕(馬王)은 언제나 해변에 있어 표류해 오는 사람들을 구해주었다.
바다의 피안(彼岸)에는 많은 귀녀(鬼女)가 살고 있어 그 나라에 오는 사람들을 보면 금시로 훌륭한 성곽(城郭)이나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어 내거나 기악(妓樂)이나 음식을 주던지 자신은 미인으로 둔갑하여 강제로 행인을 꾀어들여 주색(酒色)을 주고서 쇠바늘로 목을 찔러, 피를 빨고 살을 떼어 먹고, 그 뼈를 갉았다.
마왕은, 멀리 귀녀가 사람을 잡아먹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이 가련한 사람들을 구해주고 싶어서 바다를 뛰어넘어 저편 기슭에 가서 높은 산에 올라가 큰 소리로 세번 외쳤다.
『누구든지 여기를 도망쳐서 바다를 건너고 싶은 사람은 나오너라.』
사람들은 이 소리를 듣고 항상 마왕이 표류자(漂流者)를 건네주고 위험에서 구해 준다는 것을 들어왔으므로 저 목소리야말로 마왕이 부르는 소리일 것이라고 기꺼이 모여들었다.
『제발 가엾은 우리들을 구해 주십시오.』
『너희들이 이 섬에서 구출되려면 그 귀녀들은 태어난 아이들을 데리고 뒤를 쫓아와 은애(恩愛)의 끈으로 묶으려고 하겠지, 만일 연연(戀戀)한 마음을 일으켜 거기에 머무르면 내가 떠난 후, 귀녀는 반드시 너희들의 피를 빨고 살을 먹을 것이다.
본국에 돌아가고 싶거든 바르고 강한 마음으로 단단히 내 등에 타고, 내 갈기나 꼬리에 매어 달려 서로 떨어지지 않게 하면 반드시 안전하게 바다를 건너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을 믿고 마왕에게 매어달린 자는, 모두 목숨을 보존해서 돌아가 양친을 만날 수가 있었지만 귀녀에게 빠져 문란한 행동을 한 자는 모두 귀녀에 먹혀버렸다는 얘기이다.
마왕은 석존의 전신이다.
<六度集經 第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