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힌 용

붙잡힌 용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을 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인도의 코오신국에 요카다라고 하는 정의의 왕이 있었다. 왕자인 슛다와 공주인 안쟈난과를 몹시 사랑하여 둘을 위해 연못을 만들어 두 아이에게 목욕을 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이 연못 속에 킨 이라고 부르는 애꾸눈의 거북이가 살고 있어, 애들과 같이 물속에서 놀며 아이들 몸에 부딪쳤으므로 아이들은 깜짝 놀라 큰 소리를 내며 부르짖었다.

『누가 와! 연못 속에 무서운 놈이 있어!』

『아이들 때문에 만든 연못에 무엇이 들어 있다. 소쿠리로 건져라!』

왕의 명령으로 잡아보니 한 마리의 거북이었다. 그리하여 왕이

『어떻게 죽이면 좋겠느냐?』

고 물은즉 신하들은

『목을 베는 것이 좋겠습니다.』

『불에 집어 놓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며서 찌개를 하면 맛있겠습니다.』

라고들 제각기 떠들어 댔다.

한 사람의 신하는 제법 잘난체 하며 앞으로 나아가.

『그렇게 죽여 봤자 괴로움이 부족합니다. 바다속에 내어던져 괴롭히는 것이 가장 심한 형벌입니다.』

라고 아뢰었다.

거북이는 듣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것이 제일 견디기 어렵습니다.』

왕은 그 말대로 바다속에 내어던지게 하였으므로 거북이는 요행이 살았던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 원수를 갚아야지라고 생각하여 용왕(龍王)한테로 가서 말재주 좋게 속여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왕 요카다에게는 아주 예뻐서 선녀(仙女)도 다를 수 없이 아름다운 딸이 있습니다. 아버지인 왕은 여러모로 걱정하여 당신과 결혼시켜 친척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용왕은 속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큰 잔치를 차려 거북이를 대접하고 거북이 말대로 열여섯 마리의 신하를 거북이에게 안내시켜 코오신국에 보냈다.

거북이는 왕성(王城) 밑 도랑 속에 이르자

『당신들은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나는 이제부터 임금님께 아뢰고 오겠습니다.』

라고 말하고는 나간채로 거북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열여섯 마리의 용은 걱정하여 성안으로 들어가 왕 앞에 나간즉 왕 이렇게 물었다.

『무슨 일로 여기에 왔느냐.』

『임금님! 당신의 따님을 우리 용왕님의 부인으로 보내주신다는 말씀을 듣고, 모시러 왔습니다.』

이것을 들은 임금은 크게 노하여,

『사람의 왕의 딸을 어느 누가 용 따위에 주겠다고 생각하느냐.』

라고 말하고는 자리를 차고 일어섰다.

『임금님, 우리들은 대왕님이 보내주신 거북이의 말을 듣고 온 것입니다. 절대로 입씨름을 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라고 말하는 용들의 말을 귀에 담지도 않았으므로 용들도 크게 노하여, 그 신변력(神變力)을 나타내어 궁중의 모든 물건을 모조리 용으로 만들어 왕의 주위를 에워쌌다.

왕은 놀라고 겁이 나서 큰소리로 외치며 신하를 불렀다.

큰일이 일어난 것을 듣고 신하들은 모여들었다. 그리고 왕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 놀랐으나 결국은 어쩔 수도 없이 그들은 입을 모아

『단지 한 사람의 딸 때문에 나라를 망칠 수는 없습니다. 제발 용왕이 말하는 대로 왕녀를 주십시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라고 모두가 말하므로 마침내 왕녀는 부왕과 신하들의 전송을 받고 바닷가에서 작별을 한 후 용궁으로 시집을 가게 되었다.

용왕의 아내가 된 왕녀는 얼마 후, 용왕과의 사이에 아들 딸 둘을 낳았다. 사내아이를 반다츠라고 했다. 용왕이 죽은 뒤 반다츠가 왕위를 이어 왕이 되었으나 세상의 영예를 싫어하고 청정의 생활을 뜻했다. 많은 아내들도 왕의 뜻을 받아 같이 성을 나와 조용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러나 바다속에는 그런 땅을 얻을 수가 없었으므로, 육지고 올라와 사리수(私梨樹) 밑에서 몸을 조그만 뱀으로 변화 시켜서 똬리를 틀고 자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밤이 되면 나무 밑에는 수십의 등불이 켜지고, 낮에는 여러 가지 꽃이 떨어져 그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때에 그 나라에 하즈라는 한 사람의 땅꾼이 있었다. 하루는 산으로 들어가 구렁이를 잡아 구경거리를 삼아야겠다고 소리치는 아이에게 물었다.

『구렁이가 이 근방에 없느냐?』

『아아. 있습니다 사리수 밑에 한 마리의 뱀이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밤이 되면 그 나무 위에는 수십개의 등불이 달려 빛이 반짝이고 낮에는 갖가지 꽃이 떨어져 비길데 없이 아름답습니다.』

이것을 들은 땅꾼은,

『이거야말로 바라던 횡재다.』

라고 사례를 하고 사리수 밑으로 찾아 살짝 독약을 용의 이빨에 발랐다.

이 때문에 용은 이빨이 모조리 빠지고 지팡이로 맞아 살가죽은 터지고 뼈는 부러지고, 거기에다 땅꾼에게 모가지와 꼬리를 잡혀 둘둘 말렸으므로 그 괴로움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러나 용은 결코 그것을 원망하지 않았다. 다만 과거의 죄업(罪業)이 화를 당하게 한 것이라고 뉘우치기만 했다.

그리고는 마음속 깊이 맹세를 했다.

(미래에 깨달음을 얻으면 나와 같은 괴로움을 받고 사는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

땅꾼은 뱀을 조그만 상자에 넣고 어깨에 매고 여러 나라를 편력(遍歷)하며 용에게 재주를 부리게 하고 때로는 용을 시켜 사람을 놀래주고, 금은 각기 천장 남녀 종들을 각기 천명, 코끼리, 말, 소등 골고루 천마리씩 벌어가지고는 여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렇게 이곳 저곳을 땅꾼은 두루 돌아다니다가 한번은 용왕의 외조부의 나라에 들어갔다. 용왕의 형제들은 서로 변하여 육지를 날아다니며 용왕을 찾았으나 눈에 뜨이지 않아 모두 외조부의 성에 돌아와 있었다.

때 마침 땅꾼에게 끌려서 이 나라에 들어온 용왕은 머리 다섯 개를 갖은 용으로 둔갑하여 춤을 추려고 하였으나 외조부와 형제들이 있는 것을 보고 부끄러워서, 땅꾼이 아무리 불러도 엎드린 채 꼼짝도 않았다. 용의 어머니는 용을 보고 이제까지의 일을 용으로부터 듣고는 어머니도 형제도 마주잡고 울었다.

외조부인 사람의 왕은, 와가 나서 이 땅꾼을 죽이려고 할 때에

『나의 과거의 업보(業報)로 받는 고통입니다. 그를 죽이면 다시 원한을 뒤에 남길 뿐입니다. 그보다도 원하는 것을 베풀어 주십시오. 불도의 수행은 넓은 자비의 마음으로 성취되는 것입니다.』

라고 말리는 용왕의 말에 의해 인간의 왕은 땅꾼에게 재보(財寶)를 주어 돌려 보냈다. 그러나 땅꾼은 이 나라를 나서자 마자 곧 도적을 만나 재보는 빼앗기고 몸은 칼에 찔려 쓰러졌다.

용왕은 외조부와 어머니에게,

『대왕이시어! 생각나셨을 때 제 이름을 불러 주십시오. 반드시 곧 달려 오겠습니다. 결코 염려하지 마십시오.』

라고 따뜻한 말을 남기고, 물기슭에 나와 작별을 한 후 홀로 용의 나라로 돌아갔다. 일동은 모두 눈물을 흘리며 이 불행한 용왕을 전송했다는 이야기이다.

반다츠용왕은 석존, 땅꾼은 테바닷다이다.

<六度集經 第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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