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뼈와 검은뼈의 비유

흰뼈와 검은뼈의 비유

사람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고 땅에서 푹 솟아난 것도 아니라 했다. 그러면 사람은 어디서 어떻게 나서 어떻게 살아가는가? 사람은 자기의 업을 씨줄로 하고 부모를 날줄로 하여 나서 이 세상의 모든 것 들과 연관 속에 살아간다.

말하자면 한 알의 씨앗이 토양 속에 배태되었다가 기후 풍토지리 인력의 보조를 얻어 생장하듯 우리도 부모님을 가자하여 이 세상에 태어나 자연과 국가, 민족, 사회의 모든 풍토, 지리를 섭취해 가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나는 자에겐 네 가지 은혜가 있다. 첫째는 부모의 은혜요, 둘째는 국가의 은혜요, 셋째는 자연의 은혜요, 넷째는 동포(중생)의 은혜다.」

하였다. 부모는 나를 낳아주고 국가는 나의 설자리를 안전하게 하여 주는 까닭이며, 자연은 공도(公道)의 은혜자며 동포는 생존의 의식을 보양해 주는 까닭이다.

『부처님은 어느 날 여러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다가 무성한 산록 위에 흩어진 뼈한 무더기를 보고 정중히 절하였다. 아란이 보고 물었다.

「세존님, 세존님께서는 3계의 도사요, 4생의 자부이신데

어찌하여 그런 해골바가지에게 절을 하십니까?」

「아란아, 네 출가하여 나를 따른 지 오래지만 아직도 이런 도리를 모르구나. 저 해골이 전날에 내 부모 형제가 아니고 누구이겠느냐, 지금 이 속에는 나의 옛 아버지의 뼈와 어머니의 뼈가 섞여 있구나.」

「무엇을 보시고 어머니와 아버지를 구분하시나이까?」

「어머니의 뼈는 검고 아버지의 뼈는 희고 또 무겁다. 어머니는 한번 자식을 날 때마다 3말 3되의 피를 흘리고 여덟섬 네 말의 젖을 먹이는 까닭이며, 수태로부터 생육에 이르기까지 뼈를 깎는 고통을 겪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네 가지 은혜가 있으나 부모님의 은혜보다 더 중한 것은 없다.」

하였다.』<報父母恩重經>

그렇다. 사람이 누가 부모를 의지하지 않고 이 세상에 나랴.

그런데도 사람들은 마음이 어리석어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기보다는 도리어 부모를 원망하고 저주한다.

부모의 은혜를 열가지로 들고, 설사 두 부모를 양 어깨에 짊어지고 수미거해를 천만번 돌지라도 백분의 불급일이라고 하였다.

이 은혜 이 사랑을 일깨워 주시기 위하여 부처님은 그 많은 제자들 앞에서 손을 모으고 뜻을 거두어 해골더미에 경례하셨던 것이다. 생각하면 사람의 삶이 일생일대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다생겁래에 부모를 가자하지 아니함이 없으니 6도중생이 나의 부모요 형제 아니라고 그 누가 보증할 것인가.

그러므로, 「저 해골이 전날에 내 부모 내 형제 아니고 누구이겠느냐, 지금 이 뼈 속에는 나의 옛 아버지의 뼈와 어머니의 뼈가 섞여 있구나.」

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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