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가조아나함경(佛說呵雕阿那含經)

불설가조아나함경(佛說呵雕阿那含經)

동진(東晉) 천축(天竺) 축담무란(竺曇無蘭) 한역
권영대 번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타원(祇陀園)에 계셨다.

가조아나함은 5백 우바새를 거느리고 사리불에게 이르러서 절하고 자리에 앉았다.

사리불께서 경을 말씀하시자 크게 환희하여 물러갔다. 다시 부처님께 이르러 머리를 땅에 대고 절한 뒤에, 합장한 채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나서 물러앉았다.

부처님께서 가조아나함에게 물으셨다.

“너는 어떤 공덕이 있기에 5백 제자를 교화하여 그들이 너를 따르느냐?”

가조아나함은 꿇어앉아 합장하고 아뢰었다.

“저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네 가지를 항상 받들어 행하였습니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남에게 보시함이요, 둘째는 착한 말을 함이요, 셋째는 함께 배우는 이[同學]에게 공급해주는 것이 충분한가 봄이요, 넷째는 함께 배우는 이와 재물을 함께하여 계산하지 않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참 훌륭한 말이다. 과거 부처님도 이 네 가지를 벗어나지 않았고, 미래 부처님도 이 네 가지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며, 현재 부처님도 이 네 가지를 벗어나지 않는다.”

부처님께서 가조아나함을 위하여 경을 말씀하시자 모두가 크게 환희하여물러갔다.

가조아나함은 집에 돌아와서 여러 사람들과 종들을 불러 앞에 앉히고 경을 잘 말하여 이해하게 하고 생사와 선악의 길을 설명하였고, 다시 전당에 올라가서 모든 창고지기[持藏人]와 기녀를 불러 앞에 앉히고 경과 계율을 설명하니 모두 크게 기뻐하였다. 다시 후전(後殿)으로 올라가서 모든 부인ㆍ부녀자들을 위해 경과 계율을 말하고는 도로 정전으로 와서 상 위에 제계하고 단정히 앉아 뜻을 정하고는 곧 4등심(等心)을 얻었다. 첫째 하늘의 4왕이 모든 하늘을 청하여 자리에 모으고 함께 가조아나함의 공덕을 기렸으며, 4천왕 중에 가장 높은 왕은 가조아나함의 집에 내려와서 직접 가조아나함의 공덕을 기렸다. 가조아나함은 그때 4등심을 얻은지라 천왕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부처님 주위에 한 비구가 있었는데 가조아나함의 집으로 왔다. 가조아나함은 일어나서 비구를 맞이하며 앞에 앉았다.

비구가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좌중에서 항상 당신의 공덕을 기립니다.”

가조아나함은 비구에게 물었다.

“부처님께서 나를 기리실 때에 주변에 속인[白人]이 없었습니까?”

비구가 대답하였다.

“속인이 없었습니다. 설사 속인이 있었다 한들 무슨 꺼릴 것이 있겠습니까?”가조아나함이 말하였다.

“부처님의 말씀은 지극히 성실하십니다. 혹시 속인이 믿지 않는 이라면 반드시 지옥에 떨어질 것입니다. 만약 부처님의 말씀을 믿는 이라면 와서 나를 받들고 나에게 보시해야 합니다. 나는 남을 번거롭게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물었습니다.”

비구는 물러갔다.

가조아나함은 ‘생각하니 아침에 올 때 밥을 먹지 않았으니 음식이 남았겠구나’ 하고 곧 가서 씻고 밥을 먹었다.

비구는 돌아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위촉 받아 가조아나함의 집에 가서 ‘부처님께서 좌중에서 크게 기리신다’고 말하니 가조아나함이 ‘부처님께서 나를 기리실 때에 주변에 속인이 있었습니까?’라고 묻기에 제가 ‘속인이 없었습니다. 설사 속인이 있었다 한들 무슨 꺼릴 것이 있겠습니까’라고 말하니, 가조아나함은 ‘부처님께서 나를 기리심은 실로 지극히 성실하시고 헛되지 않으십니다. 만약 속인이 부처님 말씀을 믿지 않는 이라면 지옥에 떨어질 것입니다. 만약 부처님의 말씀을 믿는 이라면 와서 나를 받들어 섬겨야 합니다. 나는 다른 사람을 번거롭게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물었습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다. 내가 평시에 너희들에게 가조아나함이 7사(事)를 가졌다고 말하지 아니하였더니 이제 다시 1사가 붙어서 8사가 되었구나. 무엇이 8사인가? 첫째는 구하지 않음[不求]을 남이 알도록 바라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믿음[信]을 남이 알도록 바라지 않는 것이요, 셋째는 스스로 부끄러워함[自羞]을 남이 알도록 바라지 않는 것이요, 셋째는 스스로 부끄러워함[自慚]을 남이 알도록 바라지 않는 것이요, 다섯째는 정진을 남이 알도록 바라지 않는 것이요, 여섯째는 스스로 관함[自觀]을 남이 알도록 바라지 않는 것이요, 일곱째는 선정 얻음[得禪]을 남이 알도록 바라지 않는 것이요, 여덟 번째는 힐혜(黠慧)를 남이 알도록 바라지 않는 것이다. 남이 알도록 바라지 않는 까닭은 남을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러므로 남이 알도록 바라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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