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묘견 비구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보살의 머물러 있는 행이 깊은 것을 따라서 생각하고 보살의 증득한 법계의 짬이 깊은 것을 생각하고, 보살이 중생을 아는 미세한 지혜가 깊음을 생각하고, 보살이 세간을 생각하고 행하는 지혜가 깊음을 생각하고, 중생들의 지음 없는 성품이 깊음을 생각하고, 중생들의 마음 흐르는 것이 깊음을 생각하고, 모든 법이 인연으로 일어나는 짬이 깊음을 생각하고, 중생들의 진실한 짬이 깊음을 생각하고, 중생들이 그림자와 같음이 깊음을 생각하고, 중생들의 이름의 차별한 짬이 깊음을 생각하고, 중생들의 말하는 짬이 깊음을 생각하고, 중생들의 장엄하는 법이 깊음을 생각하고, 중생의 비밀한 짬이 깊음을 생각하고, 중생들의 광명의 짬이 깊음을 생각하면서, 점점 앞으로 가다가 세눈이나라에 이르러 그 성 안에서 저자와 골목과 산과 내와 삼림과 신선 사는 데를 두루 다니며 찾다가 문득 묘견(妙見) 비구가 한 숲 속에서 거니는 것을 보았다.
머리는 일산 같고, 정수리에는 육계(肉?)가 유난히 단정하고, 눈은 길고 넓은 것이 청련화 잎 같고, 코는 길고 곧고 우뚝한 것이 개로 지은 진금[挻眞金] 같고, 입술은 붉고 고운 것이 빈바 나무 열매 같고, 이는 희고 가지런하고 치밀한 것이 마흔 개요, 뺨은 사자 볼처럼 아래 턱이 불룩하고, 눈썹은 높고 길고, 이마는 넓고 반듯하고, 양미간의 흰 털은 맑고 빛나기 백수정 같고, 귀불이 늘어진 것은 진주를 달아 놓은 듯, 얼굴은 보름달 같아 보는 이마다 칭찬하고, 목은 둥글고 곧고 주름잡힌 금이 세 줄이요, 가슴의 덕상(德相:卍字)은 묘하게 장엄하고, 가슴은 사자 가슴 같고, 어깨는 통통하고 둥글고, 허리와 옆구리는 가늘고 잘록하기 금강저(金剛杵) 같고, 팔은 곧고 통통한데 드리우면 무릎을 지나고, 손가락 사이의 그물 같은 꺼풀은 거위 발 같고, 손바닥 발바닥에는 금강 바퀴 금이 있고, 보드랍기 도라솜 같고, 장딴지는 사슴 다리 같고, 일곱 군데가 평평하고 둥글고, 손가락은 가늘고 길고, 발꿈치는 둥글고 평평하며, 피부는 금빛이요 늘 한 길 되는 광명이 비치며, 몸의 솜털은 위로 쓸리어 낱낱이 오른쪽으로 꼬부라지고, 몸집이 원만하기는 니구타 나무 같고, 몸매가 단정하고 깨끗하기 설산(雪山)과 같고, 모든 근이 맑고 고요하며 눈이 깜박이지 않으며, 경계에 대하여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지혜가 깊고 넓어 바다와 같아서, 가라앉거나 일어나거나 지혜거나 지혜 아니거나 움직거리고 희롱함이 모두 쉬었고, 부처님의 행하던 평등한 경계를 얻었으며 인연으로 생겨나는 차별 법문에 들어갔고, 중생을 성숙시킴에 게으르지 아니하며, 깊고 넓고 원만한 자비로 교화하고 지도함을 잠깐도 버리지 아니하고, 모든 여래의 바른 법 눈을 받아 지니기 위하여, 모든 중생에게 지혜 눈을 내게 하기 위하여, 여래의 행하던 도를 그대로 밟기 위하여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조심조심 거닐고 있었다.
고요하고 단정함은 보름달 같고, 위의와 동작이 조용하고 엄숙하기는 정거천(淨居天) 같으며, 수없는 천인과 용과 건달바와 제석천왕·범천왕·사천왕들과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이 앞뒤에 호위하였고, 방위 차지신[主方神]들은 제 방위를 따라다니면서 앞을 인도하고, 발로 다니는 신[足行神]들은 연꽃을 들고 따라다니면서 발을 받들고, 그지없는 빛 불 차지신[無盡光主火神]은 보배 횃불을 들어 밝게 비치고, 염부당 숲 차지신[閻浮幢主林神]은 항상 많은 묘한 구소마꽃을 뿌리고, 움직이지 않는 땅 차지신[不動藏主地神]은 보배 광을 나타내고, 넓은 빛 허공 차지신[普光明主空神]은 허공을 장엄하고, 묘길상 바다 차지신[妙吉祥主海神]은 마니보배를 내리고, 수미장 산 차지신[順彌藏主山神]은 합장하여 절하고, 걸림없는 힘 바람 차지신[無?力主風神]은 향기로운 꽃을 흩고, 봄날 맑은 기운 밤 차지신[春和淑氣主夜神]은 허리를 굽혀 공경하고, 원만하게 깨달은 낮 차지신[常覺圓滿主晝神]은 시방에 비치는 마니 짐대를 잡고 공중에 있으면서 큰 광명을 놓았다.
선재동자는 묘견 비구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절하고 합장하고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삽고 다시 보살의 도를 구하려 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쳐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저에게 말씀하시옵소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나이까?”
묘견 비구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나이가 아직 젊고 출가한 지도 오래지 않았지마는, 이생에서 36항하(恒河) 모래처럼 많은 여래를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면서 깨끗한 행을 닦았는데, 어떤 부처님한테서는 하루 낮 하룻밤을 닦았고, 어떤 부처님한테서는 이레 낮 이레 밤을 닦았고, 어떤 부처님한테서는 보름을 닦았고 한 달을 닦았고, 일 년·백 년·천 년·백천 년·나유타 년을 닦았고,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해를 닦았으며, 어떤 부처님한테서는 한 소겁(小劫)을 지냈고 혹은 한 중겁·한 대겁,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아승기겁 동안을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고 깨끗한 행을 닦으면서, 법문을 듣고 그대로 행하며, 모든 서원을 깨끗이 장엄하고, 부처님들의 깊은 경계에 들어갔으며, 보살의 모든 미묘한 행을 닦아 온갖 바라밀문을 원만히 하였으며, 또 저 부처님들의 이루신 정각과 나타내는 신통과 운전하는 법 수레와 나타내는 열반과 남긴 교법과, 내지 교법이 끝나는 각각의 차별을 모두 보고 받아 지니어 어지럽지 아니하였으며, 또 저 부처님들이 본디부터 세운 큰 서원으로 여러 부처님 국토를 두루 장엄함과 본디 들어간 삼매의 힘으로 보살의 깊고 묘한 행을 만족함과 본디 닦은 보현행의 힘으로 부처님들의 바라밀 바다를 깨끗하게 함을 알았노라.
선남자여, 그리고 나는 항상 이 거니는 곳을 떠나지 아니하고 잠깐 동안에 모든 시방이 모두 앞에 나타나나니 깨끗하고 묘한 지혜를 얻어 살펴보고 아는 것이 막히지 않는 까닭이며, 잠깐 동안에 모든 세계가 모두 앞에 나타나나니 빠른 힘을 얻어서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를 지나가되 막히지 않는 까닭이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가 모두 앞에 나타나나니 두루 장엄하고 깨끗함을 얻어 보살의 원력을 성취한 까닭이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중생의 차별한 행동이 모두 앞에 나타나나니 보현의 교법 바다를 만족한 까닭이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의 청정한 몸이 모두 앞에 나타나나니 널리 친근하고 성취하는 보현보살의 행과 원의 힘을 얻은 까닭이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여래께서 앞에 나타나나니 부드러운 마음으로 모든 여래를 공양하고 섬기려는 원력을 얻은 까닭이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여래께서 법 비를 내려 중생의 마음에 들게 하는 것이 모두 앞에 나타나나니 아승기 법문을 알아 다라니를 따르는 원력을 얻은 까닭이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보살의 수행 바다가 모두 앞에 나타나니 온갖 보살의 행을 깨끗이 함이 마치 제석천궁의 진주 그물 같은 훌륭한 원력을 얻은 까닭이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모든 삼매 바다가 앞에 나타나나니 한 삼매 속에서 모든 삼매에 마음대로 드나드는 원력을 얻은 까닭이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모든 근성 바다가 앞에 나타나나니 모든 근성의 짬을 알아 한 근성에서 온갖 근성을 보게 되는 원력을 얻은 까닭이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시간이 모두 앞에 나타나나니 온갖 시간에 정법의 수레를 운전하여 중생의 세계가 다하여도 법 수레는 다함이 없으려는 원력을 얻은 까닭이며,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삼세의 바다가 모두 앞에 나타나나니 모든 세계 중에서 삼세로 나누인 지위를 아는 지혜 광명의 원력을 얻은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이 따라가는 다함 없는 등불 해탈문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의 마음이 견고하여 금강과 같으며, 여래의 가문에 나서 문벌이 진정하며, 부서지지 않고 항상하는 목숨을 성취하며, 지혜 등불을 항상 켜서 꺼질 때가 없으며, 몸이 견고하여 부서버릴 수 없으며, 환술 같은 몸을 널리 나타내는데 용모가 단정하여 세상에 짝할 이 없으며, 중생의 마음을 따라 한량없이 차별하며, 인연으로 일어난 법과 같아서 변하여 달라짐이 다함 없으며, 독한 칼날이나 화재(火災)로도 해칠 수 없으며, 마군의 무리를 항복 받고 외도들을 꺾어 굴복하며, 몸빛이 아름답기 염부단금과 같으며, 세간에서 뛰어넘어 짝할 이 없으며, 큰 광명을 놓아 시방을 비추는 것을 보는 이는 반드시 모든 장애의 산을 파할 것이며, 모든 불선근(不善根)을 뽑을 것이며, 반드시 광대하고 훌륭한 선근을 심을 것이어서, 이런 사람은 만나보기 어렵고 나타나기도 어려운 것이 마치 우담발화가 피는 듯 하나니, 이러한 것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런 공덕행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남쪽에 원만다문(圓滿多聞)이라 하는 나라가 있고 그 나라에 묘문성(妙門城)이 있으며 그 성중에 근자재주(根自財主)동자가 있으니, 그대는 거기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그 때에 선재동자는 보살의 행을 만족히 성취하기 위하여, 보살의 다함 없는 공덕을 닦기 위하여, 보살의 서원 갑옷을 입기 위하여, 보살의 큰 힘 광명을 놓기 위하여, 보살의 깊이 믿고 아는 힘을 이루기 위하여, 보살의 한량없는 훌륭한 행을 일으키기 위하여, 보살의 법에 싫은 마음이 없고, 모든 보살이 때에 선재동자는 묘견(妙見) 비구의 가르침을 받고 기억하고 잊지 않으며, 결정코 분명하게 닦아 익혀 그 법문에 깨달아 들어가기를 생각하면서, 천인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 따위의 권속들에게 호위되어 점점 남쪽으로 가다가 원만다문(圓滿多聞) 나라에 이르러서는, 묘문성에 들어가서 두루 다니면서 근자재주동자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