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자행 아가씨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선지식에게 생각할 수조차 없는 가장 존중한 마음을 일으키고, 넓고 크고 깨끗한 믿는 마음과 항상 대승을 생각하고 여의지 않는 마음과 부처님 지혜를 전일하게 구하고 다른 생각이 없는 마음을 내고, 법의 경계를 관찰하여 의심이 없으며, 일심으로 선지식에게 생각을 두어 걸림없는 지혜가 항상 앞에 나타났으며, 결정적으로 진실한 지혜 짬[眞實智際]에 머물고, 모든 법의 진실한 짬을 잘 분별하고, 삼세의 찰나의 짬까지 들어갔고, 허공과 같은 짬을 따라서 이해하고, 모든 법이 둘이 없는 짬을 분명히 보고,법계의 분별 없는 짬에 머물며, 모든 이치의 걸림없는 짬에 들어가고, 모든 겁의 부서지지 않는 짬에 머물며, 모든 업의 성품을 조복하는 짬과 여래의 함께하지 않는[不共] 훌륭한 법의 짬을 따르며, 여래의 짬이 없는 짬을 분명히 알고 가장 훌륭한 지혜로 모든 고집과 잘못된 생각을 깨뜨리고, 같은 세계 다른 세계의 차별한 모양을 고집하지 아니하고, 여러 부처님의 도량에 모인 대중의 모양에도 고집하지 아니하고, 부처님 세계의 깨끗한 모양도 고집하지 아니하고, 중생들의나라는 고집과 중생이란 고집을 잘 알며, 모든 음성과 말이 골짜기의 메아리와 같은 줄을 알고, 여러 가지 차별한 빛깔이 그림자와 같은 줄을 알았다.
이렇게 생각하여 바른 생각으로 관찰하면서 남쪽으로 가다가 사자빈신성에 이르러 두루 다니며 자행 아가씨의 소식을 물었다. 여러 사람의 말을 들은즉 그 아가씨는 임금의 딸로서 왕궁에 있으면서 5백 동녀로 시중을 삼고, 비로자나 마니장전에서 용승전단(龍勝?檀)으로 발이 되고 금실 그물을 두르고 하늘 옷을 깐 자리에서 묘한 법을 연설한다고 했다.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대궐 문 밖에서 일심으로 그 아가씨를 만나려 하였다. 바로 이 때에 많은 사람들이 궁궐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여러 사람들에게 어디 가느냐고 물었다. 사람들은 자행(慈行) 아가씨에게 가서 법문을 들으려 한다고 모두들 대답하였다.
선재동자는 이 궁궐 문에는 파수 보는 사람이 없는 줄을 알고 ‘나도 마땅히 따라 가리라’ 하고는 왕궁으로 들어갔다.
들어가 보니 한 보배 전각이 있는데, 파리로 바닥이 되고 유리로 기둥이 되고 금강으로 벽이 되고 염부단금으로 담을 쌓고, 모든 보배로 난간을 만들고, 광명이 찬란한 백천 가지 보배로 창문과 바라지를 만들고, 아승기 마니보배로 훌륭하게 장식하고, 보장 마니 거울로 원만하게 장엄하였으며, 세상에 제일가는 광장(光藏) 마니보배가 밤낮으로 광명을 내어 환하게 비치고, 수없는 보배 그물이 두루 덮였으며, 창문과 쪽문이 서로서로 비치고 여러 가지 보배가 찬란하게 번쩍이며, 백천의 방울과 풍경을 달아서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아름다운 소리가 들리어서 헤아릴 수 없는 보배로 장엄한 것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자행 아가씨는 몸이 진금빛이요 눈과 머리카락은 검푸르고, 용모는 단정하고 온갖 몸매가 구족하며, 맑은 목소리로 법문을 연설하고 있었다. 선재동자는 아가씨의 발에 예배하고 수없이 돌다가 합장 공경하고 한 곁에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나이다.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나이까? 듣자온즉 거룩하신 이께서는 잘 가르쳐 지도하신다 하오니, 저를 위하여 말씀해 주소서.” “선남자여, 그대는 내가 있는 이 궁전의 안팎에 가지가지 장엄한 것을 보라.”
선재동자는 다시 절하고 살펴보았다. 낱낱 벽에서, 낱낱 거울에서, 낱낱 기둥에서, 낱낱 모양에서, 낱낱 형상에서, 낱낱 보배 그물에서, 낱낱 난간에서, 낱낱 방울과 풍경에서, 낱낱 보배 나무에서, 낱낱 영락에서, 낱낱 장엄거리에서, 낱낱 보배 형상에서, 낱낱 마니보배에서, 광명이 세상을 비추는 낱낱 비로자나 보배에서, 시방 법계의 모든 여래께서 처음 대승심을 낸 때로부터 보살의 도를 닦는 동안에 각각 행과 서원과 경계와 각각 세상에 나서 정각을 이루던 일과 각각 광대한 신통 변화로 법 수레를 운전하는 일과 내지 각각 열반에 드시던 일을 분명하게 보았으며, 이러한 모양의 가지가지 경계가 거울 속의 그림자와 같고, 맑은 물 속에서 허공의 해와 달과 별들을 보는 것과 같았다. 이런 것은 모두 자행 동녀가 지나간 세상에서 닦은 선근의 힘으로 생긴 여러 가지 모양이 그 속에 나타난 것이었다.
이 때에 선재동자는 자기가 관찰한 대로 모든 부처님의 장엄한 세계와 행과 원과 신통 변화의 모양을 기억하면서 합장하고 공경하여 일심으로 자행 아가씨를 쳐다보았다.
때에 동녀는 선재동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반야바라밀 보장엄문은 내가 36항하의 모래 수와 같은 여래에게서 얻은 법문이니, 저 여래들이 제각기 가지가지 방편문으로써 나로 하여금 들어가게 하였고, 한 부처님이 연설하신 것은 거듭 말하지 아니하였느니라.” “거룩하신 이여, 이 반야바라밀 보장엄문의 경계는 어떠하나이까?” “선남자여, 내가 이 반야바라밀 보장엄문에 들어가서는 따라 나아가고 생각하고 관찰하여, 거기에 있는 경계와 위의와 모양과 증득하여 들어가는 일을 기억하여 분별하고, 즉시에 보변출생(普?出生)다라니문을 얻으니, 백만 아승기 다라니문이 모두 앞에 나타나는 것이 마치 소용돌이치는 물처럼 신속하게 나타나느니라.
이른바 불(佛) 다라니문·법 다라니문·부처 세계 다라니문·중생 다라니문·두루 퍼지는 다라니문·과거 다라니문·미래 다라니문·현재 다라니문·항상 머무는 다라니문·복덕 다라니문·복덕 더미 다라니문·지혜 다라니문·지혜 더미 다라니문·서원 다라니문·서원을 분별하는 다라니문·행 다라니문·행이 깨끗한 다라니문·행 닦음을 모으는 다라니문·행이 원만한 다라니문·업 다라니문·업이 없어지지 않는 다라니문·업이 깨끗한 다라니문·업이 흘러가는 다라니문·업을 지금 짓는 다라니문·나쁜 업 여의는 다라니문·바른 업 닦는 다라니문·업에 자재한 다라니문·착한 행 다라니문·착한 행을 항상 지니는 다라니문·삼매 다라니문·삼매를 따르는 다라니문·삼매를 관찰하는 다라니문·삼매 경계 다라니문·삼매에서 일어나는 다라니문·신통 다라니문·마음 바다 다라니문·가지가지 마음 다라니문·곧은 마음 다라니문·깨끗한 마음 다라니문·마음 숲을 비추는 다라니문·마음[心地]이 청정한 다라니문·중생의 마음 나는 데를 아는 다라니문·중생의 미세한 마음 아는 다라니문·중생의 번뇌행을 아는 다라니문·번뇌의 버릇을 아는 다라니문·번뇌의 방편을 아는 다라니문·번뇌로 짓는 것을 아는 다라니문·중생의 신심을 아는 다라니문·중생의 알음알이를 아는 다라니문·중생의 행을 아는 다라니문·중생의 믿고 알고 행함이 차별함을 아는 다라니문·중생의 성품을 아는 다라니문·중생의 욕망을 아는 다라니문·중생의 사상[想]을 아는 다라니문·세계가 일어난 것을 아는 다라니문·시방을 두루 보는 다라니문·모든 법을 두루 보는 다라니문·법을 말하는 다라니문·크게 사랑하는 다라니문·크게 불쌍히 여기는 다라니문·고요한 다라니문·말하는 법 다라니문·해탈 다라니문·두루 내는 다라니문·고집하는 끝이 없는 다라니문·방편과 방편 아닌 다라니문·따라가는 다라니문·차별한 다라니문·널리 들어가는 다라니문·걸리는 짬이 없는 다라니문·온갖 것에 두루 퍼지는 다라니문·불법 다라니문·보살법 다라니문·성문법 다라니문·연각법 다리니문·세간법 다라니문이니라.
또 세계가 이룩하는 다라니문·세계가 부서지는 다라니문·세계가 머무는 다라니문·세계를 장엄하는 다라니문·세계의 형상 다라니문·좁은 세계 다라니문·넓은 세계 다라니문·때묻은 세계 다라니문·깨끗한 세계 다라니문·깨끗한 세계에 때묻은 세계를 나타내는 다라니문·때묻은 세계에 깨끗한 세계를 나타내는 다라니문·순전히 때묻은 세계 다라니문·순전히 깨끗한 세계 다라니문·때묻고 깨끗한 세계 다라니문·깨끗하고 때묻은 세계 다라니문·평탄한 세계 다라니문·울퉁불퉁한 세계 다라니문·엎어진 세계 다라니문·잦힌 세계 다라니문·곁으로 선 세계 다라니문·세계 그물 다라니문·세계가 굴러가는 다라니문·세계가 제각기 생각을 의지하여 머무는 다라니문·세계가 행하는 다라니문·가는 것이 굵은 데 들어가는 다라니문·굵은 것이 가는 데 들어가는 다라니문·큰 것이 작은 데 들어가는 다라니문·작은 것이 큰 데 들어가는 다라니문·부처님들을 보는 다라니문·부처님 몸을 분별하는 다라니문·부처님 광명으로 장엄한 그물을 보는 다라니문·부처님의 원만하고 묘한 음성을 듣는 다라니문·부처님 법 수레 운전하는 다라니문·부처님 법 수레 성취하는 다라니문·부처님 법 수레 차별한 다라니문·부처님 법 수레 차별 없는 다라니문·부처님 법 수레 해석하는 다라니문·부처님 법 수레 굴러가는 다라니문·부처님 몸 두루 가득한 다라니문·부처님 회상 원만한 다라니문·부처님 일을 능히 짓는 다라니문·부처님 회상 차별한 모양을 분명히 아는 다라니문·부처님 대중 바다에 들어가는 다라니문·부처님 광명 비치는 다라니문·부처님 삼매 다라니문·부처님 삼매의 자재한 작용 다라니문·부처님 계신 곳 다라니문·부처님 가지(加持) 다라니문·부처님 변화 다라니문·부처님 유희 다라니문·부처님이 중생의 마음의 움직임이 차별함을 아는 다라니문·부처님 신통이 가지가지 변화하는 다라니문·도솔천궁에서 지은 업 다라니문 내지 열반에 드시는 모습을 나타내 보이는 다라니문·중생을 이익하는 다라니문·깊은 법에 들어가는 다라니문·미묘한 법에 들어가는 다라니문·보리심 모양 다라니문·보리심 나는 다라니문·보리심 도를 돕는 다라니문·모든 서원 다라니문·모든 수행 다라니문·신통의 모양 다라니문·여의는 모양 다라니문·온통 지님[摠持]이 청정한 모양 다라니문·지혜 바퀴가 청정한 모양 다라니문·지혜 깨끗한 모양 다라니문·한량없는 해탈 모양 다라니문·생각하는 힘 깨끗한 다라니문·제 마음 깨끗한 다라니문 들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반야바라밀 보장엄문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의 마음이 넓어서 허공과 같으며, 법계에 들어가 지혜가 넓으며, 복과 덕이 성취되어 견고하고 움직이지 아니하며, 세상에서 뛰어나는 법에 머물러 세간을 멀리 여의며, 부지런히 닦아 익혀 일체지지로 향하며, 지혜 눈이 깨끗하여 때가 끼지 아니하며, 몸과 말과 행동이 모두 깨끗하며, 차별한 지혜로 여러 법에 두루 들어가며, 걸림없는 지혜가 마치 허공 같으며, 모든 세간 경계를 통달하여 걸림없는 지위를 얻었으며, 큰 광명 광으로 모든 법과 뜻을 잘 분별하여 온갖 세간이 비치어 가리움이 없으며, 세간에 항상 다니어도 세간법에 물들지 아니하며, 세상을 이익케 하나 세간에서 깨뜨리지 못하며, 모든 중생의 끝까지 의지할 데가 되며, 모든 중생의 말을 잘 알며, 중생들의 가지가지 의식을 분명히 알며, 중생들의 업과 습관과 근성을 잘 알아서 그들의 마음을 따라 적당하게 법을 말하며, 모든 곳에서 두루 몸을 나타내며, 온갖 시간에 항상 자재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저들의 공덕과 행을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남쪽에 세눈이 나라[三目國]가 있고, 거기 묘견(妙見) 비구가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