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마야경 하권 ―일명 불승도리천위모설법경(佛昇忉利天爲母說法經)―
이때 세존께서는 바사닉왕과 여러 대중들을 위하여 이와 같이 미묘한 법을 설하기를 마치시고는 앞뒤로 여러 비구들의 옹위를 받으면서 저 사위국으로부터 다시 다른 시골 마을들을 유행(遊行)하기 시작하셨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들을 두루 교화하여 제도하다가 드디어 저 니련선하(尼連禪河)에 이르셨다. 세존께서는 이 강가에 이르시자 욕의(浴衣)로 갈아입고 강물에 들어가서 목욕을 하셨다.
그런데 이때 저들 한량없는 백천의 무수한 천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인ㆍ비인(非人) 등이 여래께서 강물에 들어가서 목욕을 하시는 것을 보고는 각각 모두 갖가지 바르는 향과 가루향들을 가지고 와서 공양하였다. 이때 이 니련선하 주위의 모든 물ㆍ육지ㆍ허공의 일체 중생들이, 목욕을 하고 계시는 여래의 몸이 마치 저 명경(明鏡)과 같이 미묘한 모습인 것을 보고는 다들 마음이 기쁘고 즐거워서 한결같이 자비로운 마음을 일으켰다. 그러자 3독(毒)이 소멸하여 조복되어서 서로 잡아먹는 일이 없어졌으며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켰다.
이때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이처럼 물과 육지와 허공에 있는 모든 중생들조차도 부처님의 몸을 뵙고는 오히려 그 마음에 환희가 일어서 이와 같이 보리심을 일으켰습니다. 그런데도 정작 저 제바달다(提婆達多)는 석궁(釋宮)에서 태어난 부처님의 친속일 뿐만 아니라 또한 사문(沙門)이 되어서 항상 입으로 저 매우 깊고 미묘한 경전을 읽어서 외웠음에도 불구하고 여래께 항상 거역하는 일만 하며, 승려들의 화합을 깨뜨리고 부처님 몸에 피가 흐르게 합니다. 그리고는 아사세(阿?世)를 교사하여 부왕(父王)을 살해하고 매일같이 풍미(?美)한 여인들을 불러 놓고 잔치판을 벌이면서 교만하여 자신이 부처님과 대등하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저 작은 이익[小利]으로써 자신을 봉양하면서 스스로 자신을 불길로 태우고 있으니 설령 저 부처님들이 이 자를 도와 구출하려고 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마치 저 노새가 비록 새끼를 배었으나 결국에는 자신의 목숨을 잃고 마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지금 네가 말한 바와 같이 제바달다는 항상 나에 대하여 원망하고 해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스스로 아비지옥(阿鼻地獄)의 인연을 짓고 있다. 그래서 모든 부처님들이 그 누구도 그를 구원하여 해탈시키지를 못한다. 나는 이와 같은 제바달다가 지극히 불쌍하다. 그는 이제 멀지 않아서 그 고업(苦業)의 핍박을 받게 될 것이다.”
이때 부처님 곁에 있던 제바달다가 이러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는 크게 성이 나서 즉시 부처님을 버리고 그의 제자들을 데리고 마갈제국(摩竭提國)으로 가서 아사세에게 몸을 맡기려 하였다. 가는 도중에 무수한 까마귀 떼가 요란하게 울면서 어지러이 날아다녔으며, 또 험상궂은 소를 만났는데 마구 뿔로 받고 발로 짓밟으려고 하였다. 제자들이 이러한 광경을 보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우리가 이런 여러 조짐들을 보니 이것은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닙니다. 그러니 만약 이대로 간다면 그곳이 기필코 어떤 이익됨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자 제바달다가 대답하였다.
“어리석은 너희들이 무엇을 알겠느냐? 다만 속히 나를 따라만 올 일이요 여러 말할 필요가 없다.”
그리하여 드디어 저 마갈제국에 도착하여 그 문지기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들어가서 내가 지금 여기에 와 있다고 너의 임금님께 여쭈어라.”
그 문지기가 즉시 들어가서 그의 임금에게 알리자 아사세왕은 지금 제바달다가 그의 문 밖에 와 있다는 말을 듣고는 크게 화가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그의 이름조차도 듣기 싫은데 더구나 그를 이 두 눈으로 보아야 한단 말이냐? 마치 우박이 풀과 나무들을 모두 부러뜨리지만 땅에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스스로 녹아버리고 마는 것과 같이 이 악인(惡人)도 역시 이와 같다. 그는 남을 부추겨서 악을 행하도록 하여 그 선근을 파괴하고는 또다시 자기 자신의 선근마저 스스로 망쳐버린 자이다.”
그리고는 곧 문지기에게 명하여 그를 들이지 못하도록 하였다. 제바달다는 아사세왕이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보고는 크게 고민을 하면서 손을 들어 머리를 치고 분하여 이를 갈면서 마구 욕설을 퍼부었다.
이때 우바라(優波羅) 비구니가 왕궁에서 나오다가 문 밖에서 제바달다의 이런 모습을 보고는 즉시 꾸짖었다.
“너는 지금 저 석종(釋種)으로서 성대함을 얻지 못하고 불법에 대하여 크게 유애(留?)를 짖는 자로구나.”
제바달다가 이 말을 듣고는 몹시 화를 내면서 주먹으로 그녀의 머리를 치자 비구니는 그만 목숨을 거두고 말았다. 제바달다가 저 나한(羅漢) 비구니를 해쳤으므로 곧 땅이 갈라지면서 사나운 불길이 크게 치솟아서 그의 몸을 휘감고는 지옥 속으로 끌고 들어가 버렸다.
이때 세존께서 목욕을 마치시고는 여러 비구들을 향해서 다음과 같이 게송을 설하셨다.
비유컨대 만일 악도에 가면
오르고 건너느라 늘 걱정 근심이지만
만일 평탄한 곳에 이르면
안온하여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노라.
생사의 좁고 험한 길은
중생들이 언제나 두려워하지만
저 열반의 길만은
다니는 자들이 안온함을 얻는다네.
내 지금 그곳을 가고 싶네.
공덕이 언제나 즐거운 그곳을.
세존께서 이와 같이 게송을 설하여 마치시고는 아난과 함께 왕사성에 이르러서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모든 법을 자세히 설하셨다.
다음에 파련불읍(巴連弗邑)에 이르러서 모든 백성들과 장자와 거사와 범지(梵志) 등을 위하여 모든 법을 자세히 설하셨으며, 다음에는 또 비야리성(毘耶離城)에 이르러서 많은 이차(離車) 및 내녀(?女)들을 위하여 모든 법을 자세히 설하셨다.
이때 세존께서 온몸에 병이 나서 여기저기가 모두 아팠다. 그러자 곧 존자(尊者) 아난을 돌아보고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온몸이 다 아프니 다만 그저 이 썩고 오래된 몸을 버리고 싶을 뿐이다. 너 아난은 마땅히 이를 알아야 할 것이다. 만약 비구나 비구니가 4신족(神足)을 얻는다면 능히 그 목숨을 머물게 할 수가 있어서 1겁 동안을 세상에 있을 수도 있고 1겁 안에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런데 더구나 그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래의 경우이겠는가?”
이때 아난이 천마귀(天魔)에게 가리어 있었으므로 묵묵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으며 그러기를 두 번 세 번 하였으나 역시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자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면 지금 너는 아무 나무 밑에 가서 오로지 정밀하게 생각하면서 모든 법들을 바르게 관찰하도록 하라.”
그런데 이때 저 마왕 파순(波旬)이 곧장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 아래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전에 부처님께 열반에 들기를 권청(勸請)하였을 때에 세존께서 저에게 대답하여 말씀하시기를, ‘나의 여러 제자들인 비구ㆍ비구ㆍ우바새ㆍ우바이들이 아직 모두 구족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아직 열반에 들 수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런데 지금은 이들 4부(部)의 무리들이 구족하여 그 제도함을 이미 모두 마쳤으니 부디 선서(善逝)께서는 속히 열반에 들도록 하소서.”
세존께서 마왕 파순에게 대답하여 말씀하셨다.
“좋은 말이로다. 마왕 파순이여, 여래는 지금부터 석 달이 지나면 열반에 들 것이니 그렇게 알라.”
그러자 파순이 이와 같은 부처님의 허락을 받고는 기뻐 날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 하였다. 그러고는 부처님의 발에 정례를 올린 다음 다시 저 천궁(天宮)으로 돌아갔다.
이와 같이 여래께서 저 천마(天魔)에게 허락을 하셨으므로 이후 석 달이 지나면 열반에 들어야 할 처지였다. 그래서 곧장 한량이 없는 수명을 버리고 신통의 힘으로 나머지 석 달을 살아 계셨다. 이때 저 대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을 하고 태양이 그 찬란한 빛을 잃었으며 풍우가 그 정상을 잃었다. 그리고 천ㆍ용 등 8부의 무리들이 한결같이 두려워 떨면서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와서 그 주위와 공중을 가득 채웠다.
이때 존자 아난이 이러한 광경을 보고는 너무나 놀라서 머리털이 곤두섰다. 그래서 급히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이르러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어찌하여 갑자기 이와 같은 광경이 벌어지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악마 파순이 지난번에 내가 있는 곳에 와서 나에게 열반에 들라고 권하기에 내가 이를 허락하였다. 그리고 곧장 목숨을 버렸는데 지금 저 신통력으로 석 달 동안 그 목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께서는 항상 사신족을 갖춘 사람은 능히 1겁 동안을 머물러 살 수도 있고, 1겁 동안을 멸하여 없어질 수도 있어서 마음대로 자유자재하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여래께서는 이 세상에 오래 머물지 않으시고 저들 제행(諸行)과 그것이 같다고 말씀하십니까?”
그러자 여래께서 아난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앞서 너에게 이와 같은 말을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천마가 너를 가려버렸기 때문에 너는 나에게 더 이상 머물도록 청할 줄을 몰랐던 것이다. 내가 이미 허락을 하였으니 어떻게 더 살아 있을 수 있단 말이냐? 아난아, 너는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제행의 법이 모두 이와 같아서 언제나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아난이 이와 같은 말씀을 듣고는 혼란스럽고 괴로워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슬피 울면서 깊이 자신의 잘못을 추급(追及)하여 뉘우쳤다. 이때 세존께서 아난과 함께 차례로 여러 나라와 고을과 마을들을 찾아다니면서 모든 법들을 자세히 설하니 그 교화하여 제도된 자들이 이루 일컬어 셀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는 다시 구시나갈국(鳩尸那竭國)의 역사(力士)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가서 희련하(熙連河) 곁에 있는 사라쌍수(娑羅雙樹) 사이에 이르러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를 지금 저 승상(繩床)에다 머리를 북쪽으로 하여 눕혀라. 지금 나는 몸이 지극히 고통스럽다. 그러니 오늘 밤에 열반에 들어야겠다.”
아난이 지시를 받고 승상을 마련하자 부처님께서 오른쪽 가슴을 땅에 붙이고 자리에 누우셨다. 이때 아난이 이처럼 부처님께서 누우신 것을 보고는 부처님 뒤에 숨어서 슬피 울면서 몹시 괴로워하였다. 세존께서 곧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아난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지금 부처님 뒤에 가까이 있으면서 눈물을 흘리며 근심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크게 자비하신 범음(梵音)으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어린아이처럼 그렇게 울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죽고 사는 일이란 모두가 다 이와 같기 때문이니라. 그러니 다만 전념하여 모든 법만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너는 옛날부터 나를 따라 모신 이래로 그 신업ㆍ구업ㆍ의업이 지극히 순수하고 선량하여 일찍이 털끝만큼이라도 어떤 과실을 보인적이 없었다. 그러니 너는 지금 마땅히 해탈만을 열심히 구해야 한다. 그리하여 저 슬픈 마음일랑 단호히 끊어 버리고 스스로 그처럼 괴로워하지 말라.”
그러자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여래께서 반열반을 하시게 되면 그 사유(?維:茶毘)는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사유하는 방법은 저 전륜성왕과 같이 하되 천단(千端)의 깨끗한 새 모직물[?]을 취하여 이를 부처님의 몸에 감고 향유(香油)를 내금관(內金棺)에 뿌리도록 하라. 그리고 또 금관 안의 은관(銀棺)에다 뿌리고 또 은관 안의 동관에다 뿌리고 또 동관 안의 철관에도 뿌려라. 그런 다음 갖가지 향기로운 섶을 쌓아 놓고 사유를 할 것이며, 그리하여 그 사리를 수습해서 탑묘(塔廟)를 세우고 표찰(表刹)과 번개(幡蓋) 등 갖가지로 공양하도록 하라.”
그리고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저 성 안에 들어가서 저들 여러 역사들에게 말하라. 내가 지금 여기서 오늘 밤에 열반에 드니 만약 와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시간이 이와 같다는 것을 알라고 전하라.”
곧 아난이 이와 같은 지시를 받고는 즉시 성 안으로 들어가서 거리와 도로를 돌며 높은 소리로 외쳤다.
“저 삼계의 대사(大師)이신 여래ㆍ응공께서 지금 사라쌍수 숲속에 계신데 오늘 밤이면 곧 열반에 드시게 됩니다. 그러니 만약 여러분들 중에 혹시 예배를 드리고 공양을 올리고 싶거나 또는 물어서 처결할 일이 있는 자들은 그 시간이 이와 같다는 것을 아십시오.”
여러 역사들이 이 말을 듣고는 다들 모두 크게 괴로워하면서 아난에게 물었다.
“세존께서 멸도(滅度)하심이 어이 그리도 빠르십니까? 저희들은 이제 어디에도 의지할 곳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눈물을 흘리면서 길을 따라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갔다. 이때 희련하 부근을 사라 나무가 두루 에워싸고 있었는데 그 너비와 길이가 480리나 되었으며, 그리고 천ㆍ용 등 8부중들이 이를 가득 채워서 조금도 빈자리가 없었는데 이들이 아들 한결같이 슬피 울고 괴로워하면서 세간이 그만 그 자부(慈父)를 잃어버리게 되었다고들 하였다. 그리고는 각자 서로 일러 말하였다.
“우리가 이제부터 저 생사의 바다에 빠지게 되었다. 그런데 누가 있어 이를 건져 내어서 구해 준단 말인가?”
이때 저 성 안에 한 범지(梵志)가 있었으니 그 이름이 수발다라(須跋陀羅)이며 그 나이가 120세였다. 그런데 이 자가 지금 부처님께서 사라쌍수 사이에 계시면서 오늘 밤에 열반에 드신다는 말을 듣고는 즉시 부처님께서 계신 곳을 찾아가서 아난에게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일체지자(一切智者)이신 여래께서 오늘 밤에 열반에 드신다고 하므로 좀 의문 나는 것이 있어서 여쭈어 보았으면 합니다. 그러니 부디 직접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싶습니다.”
그러자 아난이 마음속으로 생각해 보았다.
‘지금 이 범지는 오랫동안 이견(異見)을 익혀온 자이다. 그러니 반드시 그는 지금 부처님과 논쟁을 벌여서 몸이 아프신 세존을 번잡하고 어지럽게 할 것이다.’
그러고는 곧 말없이 침묵하여 이를 들어 주지 않았으며 이러기를 여러 번 하였으나 역시 그와 같이 하였다.
이때 세존께서 천이(天耳)로 멀리서 이를 들으시고는 아난에게 말하였다.
“너는 그 늙은 범지를 이리 데려오도록 하라. 그는 곧 나의 마지막 제자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수발다라가 부처님을 뵙게 되자 뛸 듯이 기뻐하며 두면례(頭面禮)를 올렸다. 세존께서 그를 위하여 8정도법(正道法)을 설하시자 그는 즉시 그 자리에서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었다. 그리고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 죽고 사는 고통의 바다는 이미 부처님의 힘을 입어서 얻어 지나게 되었습니다만 지금 대사께서 이처럼 열반에 드시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제가 먼저 멸도를 취하겠습니다.”
그러고는 즉시 부처님 앞에서 반열반에 들었다.
이때 세존께서 저들 8부(部)의 모든 대중들을 위하여 묘법(妙法)을 설하시기를 마치신 다음 열반해야 할 시간인 밤중이 되자 다음과 같이 게송을 설하셨다.
저들 모든 중생들에 대해
마땅히 내가 제도해야 할 인연이 끝났다.
밤이 고요하고 기운이 평화로우니
열반에 들 때가 이르렀구나.
이때 세존께서 이와 같이 게송을 설하시고는 즉시 초선(初禪)에 드셨으며, 초선에 드신 뒤 다시 2선(禪)에 드시고, 2선에 드신 다음 3선에 드시고, 3선에 드신 다음 4선에 드시고, 4선에 드신 다음 공처(空處)에 드시고, 공처에 드신 다음 식처(識處)에 들고, 식처에 드신 다음 무소유처(無所有處)에 드시고, 무소유처에 드신 다음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에 드시고, 비상비비상처에 드신 다음 멸진정수(滅盡正受)에 드셨다.
이때 이 모임에 모인 대중들이 이미 여래의 제근(諸根)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곧 아나율(阿那律)에게 물었다.
“세존께서 지금 열반에 드셨습니까?”
아나율이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 지금 멸진정수에 드셨습니다.”
이때 세존께서 저 멸진정수로부터 나오셔서 다시 비상비비상처로 드셨으며, 비상비비상처에서 나오셔서 다시 무소유처에 드셨고, 무소유처에서 나오셔서 다시 식처에 드셨고, 식처에서 나오셔서 다시 공처에 드셨고, 공처에서 나오셔서 다시 4선(禪)에 드셨고, 4선에서 나오셔서 다시 3선에 드셨고, 3선에서 나오셔서 다시 2선에 드셨고, 2선에서 나오셔서 다시 초선에 드셨다.
그리고는 곧 그 초선에서 다시 2선에 드셨고, 2선에서 나오셔서 3선에 드셨고, 3선에서 나오셔서 4선에 드셨고, 4선에서 나오셔서 공처에 드셨고,
공처에서 나오셔서 식처에 드셨고, 식처에서 나오셔서 무소유처에 드셨고, 무소유처에서 나오셔서 비상비비상처에 드셨고, 비상비비상처에서 나오셔서 멸진정수에 드셨으니, 곧 이곳에서 반열반을 하셨다.
그런데 이때를 당하여 대지가 진동하고 천ㆍ용 등 8부의 무리가 구슬피 울면서 술렁거렸다. 하늘의 제석과 범천왕이 다음과 같이 게송을 말하였다.
죽고 사는 것이 진실함이 업으니
헛되이 모든 중생들만 속이누나.
지금 모니(牟尼) 세존께서
이것을 버리셨는데 오히려 눈물이 흐르네.
그러자 중생들이 서로 함께 일러 말하였다.
“여래께서 멸도를 하심이 어이 그리도 빠르시단 말인가? 이제 저 삼계의 뇌옥(牢獄)을 누가 해탈시켜 준단 말인가?”
그 가운데 어떤 자는 땅 위에 뒹굴기도 하고, 어떤 자는 의복과 영락(瓔珞)을 잡아당겨 끊어서 찢기도 하고, 어떤 자는 머리털을 쥐어뜯고 가슴을 치며 크게 울부짖기도 하였다.
그러자 곧 아난이 성 안으로 들어가서 두루 역사들에게 고하였다.
“여래께서 어젯밤에 이미 열반에 드셨다. 그러니 너희들은 마땅히 공양을 바치어 사유하라.”
역사들이 이 말을 듣고는 마음이 크게 괴로워서 다들 그를 따라서 저 사라쌍수 밑으로 왔다. 세존께서 이미 반열반하신 것을 보고는 너무나 안타깝고 애통하여 어쩔 줄을 몰라 하며 곧장 아난에게 물었다.
“저희들은 여래의 몸을 어떻게 사유해야 할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그러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내가 어제 부처님께 여쭈어 보았더니 세존께서는 저 전륜성왕을 사유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하라고 유언을 하셨다.”
그리고는 아난이 이를 차례로 갖추어서 설명하여 주었다. 여러 역사의 무리들이 이 말을 듣고 즉시 공양에 필요한 것들을 철저히 준비하였는데 모든 일들을 아난이 시키는 대로 하였으니,
바로 저 전륜성왕을 관빈(棺殯)하는 방법으로 하였다.
그런데 이때 마야가 하늘 위에서 다섯 가지 쇠락하는 모습[衰相]을 보았으니, 첫째는 머리 위의 꽃이 시드는 것이고, 둘째는 겨드랑이 밑에서 땀이 나는 것이며, 셋째는 정수리의 광명이 사라지는 것이요, 넷째는 두 눈이 자주 깜박거리는 것이며, 다섯째는 자리가 즐겁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또 그날 밤에 다섯 가지 큰 악몽을 꾸었는데, 첫째 꿈은 저 수미산이 무너지고 사방의 바닷물이 말라 버리는 것이고, 둘째 꿈은 여러 나찰(羅刹)들이 다들 손에 날카로운 칼을 들고 다투어 모든 중생들의 눈알을 뽑아내는데 때마침 흑풍(黑風)이 불어와서 모든 나찰들이 다들 뜀박질을 하면서 설산(雪山)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셋째 꿈은 욕계(欲界)와 색계(色界)의 여러 하늘들이 갑자기 보관(寶冠)을 잃고 스스로 영락을 끊어 버린 다음 자리가 편안하지 못하며 그 몸에 광명이 없어서 마치 저 먹물덩어리와 같은 것이고, 넷째 꿈은 저 여의주왕(如意珠王)이 높은 당간(幢竿) 위에서 항상 진보(珍寶)를 비처럼 뿌려서 모든 공급이 두루 흡족함에도 불구하고 저 네 마리 독룡(毒龍)이 입에서 불을 내뿜으면서 저 당간을 불어서 넘어뜨리고 그 여의주를 삼켜 버리며 빠르고 사나운 악풍(惡風)이 이를 휘몰아서 깊은 못에다 빠뜨려 버리는 것이며, 다섯째 꿈은 다섯 마리 사자가 공중에서 내려와서 마하마야의 젖을 물고 그 왼쪽 갈비뼈 속으로 들어가 버리니 심신(心身)이 아프기가 마치 칼로 에이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이때 마하마야가 이와 같은 꿈을 꾸고는 그만 놀라서 잠을 깨어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방금 잠을 자다가 문득 이러한 길상(吉祥)하지 못한 꿈을 꾸었으니 심신이 모두 지극히 근심스럽고 괴롭다. 그런데 전에 내가 백정왕궁(白淨王宮)에 있을 때에도 낮에 잠을 자다가 매우 희유한 꿈을 꾸었는데, 어떤 천자가 황금색의 몸을 하고 흰 상왕(象王)을 타고 따르는 여러 천자들이 미묘한 기악(妓樂)을 연주하면서 일정(日精)을 관하여 나의 오른쪽 가슴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그 때는 나의 심신이 안락하여 아무런 고통이나 번뇌가 없었으니 곧 저 실달(悉達)태자를 임신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 광명이 종족(宗族)들을 빛나게 하고 저 세상을 밝게 비추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 다섯 가지 꿈이 매우 두렵고 무서우니 이는 필시 나의 아들 석가여래가 반열반에 드는 악상(惡相)일 것이다.
그리고는 곧장 나머지 여러 천자들을 향하여 꿈에서 본 여러 가지 일들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이때 존자 아나율이 이미 모두 관빈을 마친 여래의 몸을 보고는 즉시 도리천 위로 올라가서 마하마야가 있는 곳에 이르러 다음과 같이 게송을 말하였다.
대사(大師)는 가장 수승한 천중천(天中天)으로
모든 세간을 훌륭하게 인도하신 분이라네.
그런데 지금 이미 저 무상한 바다의
마갈대어(摩竭大魚)에게 먹힌 바 되었네.
바로 저 구시나갈이란 나라에 있는
사라나무 숲의 쌍수 사이에서
이제 곧 멀지 않아 성의 동문을 나가서
갖가지 공양을 올려 사유할 것이니
천인 등 8부의 무리가 몰려들어서
울부짖는 진동 소리가 삼천세계를 꿰뚫으리라.
이처럼 아나율이 게송을 설하기를 마치고는 다시 곧장 여래의 관빈이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이때 마하마야가 이처럼 아나율이 게송을 설하는 것을 듣고는 그만 기절하여 쓰려졌다. 여러 천녀(天女) 등이 얼굴에다 찬물을 뿌렸더니 한참 만에 다시 소생하였다. 그리고는 몸의 모든 장식들을 스스로 뽑아버리고 슬피 울며 눈물을 흘리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내가 지난밤에 다섯 가지 악몽을 꾸고 나서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리라는 것을 분명히 알았다. 그런데 지금 과연 아나율이 와서 이미 부처님께서 저 사라쌍수 사이에서 멸도하셨으며 머지않아 곧 사유할 것이라고 하는구나. 어찌 이다지도 괴롭단 말인가? 세간안(世間眼)이 멸도를 하시다니,
어찌 이다지도 빠르단 말인가? 인천(人天)의 복이 다하였구나.
전에 내가 백정왕의 왕궁에서 부처님을 낳은 지 겨우 이레 만에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래서 손수 이를 안아서 키우면서 모자간의 정을 펼쳐 보지도 못하고 마하파사바제(摩訶波?波提)인 이모에게 부탁하여 그로 하여금 젖을 먹여서 키우게 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차츰 장대하여 그 나이가 19 세에 이르자 한밤중에 성(城)을 넘어서 그만 나가 버렸으므로 온 성의 안팎이 모두 슬퍼하고 괴로워하지 않은 자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성도(成道)한 뒤에는 그 세간의 혜안을 열어서 마치 저 자정(慈情)이 많은 아버지처럼 모든 자들을 감싸서 보호하여 주었다. 그런데 어찌 이처럼 어느 날 하루아침에 그만 열반에 들고 만단 말인가? 저 무상의 악적(惡賊)이 지극히 흉포하여 이와 같이 나의 정각(正覺)의 아들을 해치고 말았구나.”
그리고는 곧 대중들 속에서 게송을 설하였다.
한량이 없는 겁을 지나는 동안에
언제나 서로 모자가 되었었는데
그대가 이미 정각을 이루었으니
이 인연이 그만 영구히 끊기었고
또다시 지금에 와서는
저 반열반에 들고 말았구나.
그런데 저 높고 큰 나무로 말하면
온갖 새들이 서로 의지해 살면서
아침이면 흩어져 나갔다가는
저녁이면 다시 돌아와서 모이는데
그대와 내가 모자간이 되어서
생사의 나무에 함께 서로 살다가
도과(道果)를 이룬 뒤로는
이 같은 근원을 길이 끊어 버리고
다시 멸도를 취했으니
다시는 만나 볼 길이 영영 없구나.
이처럼 마하마야가 게송을 설하고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며 괴로워하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하였다. 그리고는 저들 한량없는 천녀 등의 권속에 둘러싸여서 미묘한 기악(妓樂)을 연주하며 향을 사르고 꽃을 뿌리며 노래를 부르고 찬탄하면서 공중에서 내려와 사라쌍수가 있는 곳을 찾아갔다.
사라쌍수 숲에 이르러서 멀리서 부처님의 관을 보고는 그만 너무나 아득하여 몸을 가누지 못하였다. 여러 천녀 등이 그 얼굴에다 물을 뿌렸더니 비로소 다시 깨어나서 앞으로 관이 있는 곳까지 나아가 정례를 올리고 눈물을 흘리며 비통해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예로부터 우리는 저 한량없는 오랜 세월 동안 영원토록 서로 모자간이 되어서 일찍이 한 번도 서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처럼 하루아침에 복이 다하였도다. 그들이 바야흐로 혼미하여진다고 한들 누가 그들을 위하여 이를 열어서 인도한단 말인가?”
그리고는 즉시 저 하늘의 만다라화(曼陀羅華)ㆍ마하만다라화ㆍ만수사화(曼殊沙花)ㆍ마하만수사화를 관 위에 뿌리면서 다음과 같이 게송을 설하였다.
지금 이 사라쌍수 숲 속에는
천ㆍ용 등 8부의 무리들이
통곡하는 소리들만 들리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마치 앵무새가 어지러이 울듯이
그 말소리를 알 수가 없으니
땅을 가득 메운 자들이
마치 죽지 꺾인 새들처럼
일어나 날아가질 못하는구나.
여래께서 열반하신 이 숲속에서.
오랜 세월에 쌓아온 은애(恩愛)가
저 자가라조(遮迦羅鳥)와 같건만
지금 이 무상의 바람이
제각각 다른 곳으로 불어서 흩어지는구나.
괴로움에 쌓인 모든 중생들이
법의 감로를 희망하니
마치 저 난제조(蘭提鳥)가
애타게 비를 기다림과 같구나.
무엇 때문에 이제 와서 갑자기
그렇게도 빨리 열반에 드는고.
두꺼운 관 속에 몸을 감추었으니
내가 여기 온 것을 알기나 할런지.
이처럼 마하마야가 게송을 설한 다음 여래의 승가리(僧伽梨)와 발다라(鉢多羅)와 석장(錫杖)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이것을 잡고는 왼손으로 머리를 치면서 몸을 들었다가 마치 저 태산이 무너지듯이 땅에다 내던졌다. 그리고는 구슬피 울부짖고 끊어질 듯이 통곡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나의 아들이 전에 이와 같은 것들을 입거나 집거나 하고 이 세간을 널리 복되게 하였으며 하늘과 사람들을 이익되게 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이 물건들을 소유할 주인이 없으니, 아 괴롭구나. 이 아픔을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그러자 이때 저들 8부의 무리와 사부대중들이 마하마야가 이처럼 근심하 면서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는 비감한 마음이 한층 더해져서 눈물이 마치 빗줄기와 같이 쏟아졌으며, 그것이 제석의 힘으로 다시 강물로 변해서 흘러 내렸다.
이때 세존께서 크신 신력(神力)을 쓰셨으므로 관(棺)의 뚜껑들이 저절로 열리게 되었으며, 그리하여 세존께서 관 가운데서 합장을 하고 일어나셨는데 마치 사자왕이 처음에 굴 밖으로 나올 때에 용맹을 떨치는 기세와 같았다. 그리고 몸의 털구멍으로부터 일천 가지 광명을 방출하셨는데 그 광명 하나하나마다 모두 일천의 화불(化佛)이 있었으니, 이들 화불이 모두 합장하고 저 마하마야를 향하여 부드러운 범음(梵音)으로 어머니께 문안을 올렸다.
“멀리서 그 몸을 굽히시어 이 염부제까지 내려오셨습니다. 제행(諸行)의 법이 원래 그러한 것이니 부디 그만 울음을 거두십시오.”
그리고는 즉시 그 어머니를 위하여 다음과 같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모든 복전(福田) 중에서
부처님의 복전이 제일이며
세상의 모든 여인들 중에서
옥녀(玉女)의 보배로움이 제일입니다.
지금 이처럼 나를 낳으신 어머니가
뛰어나게 훌륭하여 짝이 없으니
능히 저 삼세(三世)를 통해서
불보ㆍ법보ㆍ승보를 낳으셨네.
그래서 내가 관 속에서 일어나
기꺼이 합장하고 찬탄을 하니
나를 낳으신 은혜를 갚아
나의 애틋한 효도의 정을 보여 드리리.
부처님들은 비록 멸도를 하셨지만
법보와 승보는 항상 머무니
어머님은 근심 걱정을 마시고
무상을 잘 관찰하여 수행하소서.
이와 같이 세존께서 게송을 설하시자 마하마야가 조금은 스스로 위안이 되었다. 그래서 그 안색에 차츰 갓 피어나는 연꽃처럼 화색이 돌았다.
그런데 이때 아난이 부처님께서 일어나시는 것을 보고, 또 이와 같이 게송을 설하시는 것을 듣고는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다가 이를 억지로 참고 합장하여 부처님께 여쭈었다.
“필시 저 후세의 중생들이 저에게 물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반열반을 하실 때에 다시 무슨 말씀을 하셨는가’ 하고 말입니다. 그러면 제가 어떻게 대답을 하여야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러거든 너는 이렇게 대답하라. ‘세존께서 이미 반열반에 드신 뒤에 마하마야께서 하늘에서 내려오셔서 금관(金棺)이 있는 곳에 이르셨는데, 이때 여래께서 후세의 효성스럽지 못할 여러 중생들을 위하여 저 금관으로부터 마치 사자왕이 용맹을 떨치는 기세로 일어나 나오셨으며, 그리하여 몸의 털구멍에서 1천 가지 광명을 방출하셨는데 그들 하나하나마다 광명마다 모두 일천의 화불이 다 합장하고 저 마하마야를 향하였으며 그런 다음에 또다시 위와 같은 게송을 읊었다’고 말이다.”
그러자 아난이 다시 아뢰었다.
“그러면 이 경의 이름을 무엇이라고 해야 하며, 이를 어떻게 받들어서 지녀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옛날에 저 도리천에서 어머니를 위하여 법을 설하였으며, 어머니 마하마야부인께서도 스스로 설하신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이처럼 여기서 두 모자가 서로 만나 보게 되었으니 너는 장차 후세의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지금 이 경을 차례로 풀어서 설하도록 하라.
이 경은 이름하여 마하 마야경이라고 하며, 또한 불승도리천위모설법경(佛昇忉利天爲母說法經)이라고도 하며, 또한 불림열반모자상견경(佛臨涅槃母子相見經)이라고도 하니, 이와 같이 받들어서 지니도록 하라.”
이때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을 하시고는 어머니께 작별을 고하면서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내가 살아야 할 일을 이미 다하였으니
범행(梵行)이 이미 확립된 지 오래이다.
지은 것을 이미 모두 처리하였으니
후세의 유(有)를 받을 것이 없으리.
부디 어머니께서는
스스로를 위로하여 괴로워하지 마소서.
제행은 모두가 덧없는 것이니
머묾이란 그것이 곧 생멸의 법입니다.
이 같은 생멸이란 것이 멸하고 나면
적멸(寂滅)이 가장 즐거운 것입니다.
세존께서 이와 같이 말씀을 마치시고는 곧 관을 닫아 버렸다. 그러자 삼천대천세계가 두루 다 진동하였으며, 마하마야부인과 저들 8부의 모든 중생들이 슬피 울며 괴로워하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하였다. 마하마야가 아난에게 물었다.
“우리 아들 실달(悉達)이 멸도에 임박해서 가르쳐 지시한 것이 있었는가?”
그러자 아난이 대답했다.
“세존께서 밤중에 여러 비구들을 위하여 그 교계(敎誡)를 대략 설하시고, 또 설하신 12부(部)의 경(經)을 들어서 마하가섭(摩訶迦葉)에게 부촉하시면서 다시 이를 저에게 도와서 선포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마하마야가 이 말을 듣고는 더욱더 슬퍼하면서 곧 아난에게 물었다.
“그대는 옛날부터 부처님을 모시면서 세존께서 하시는 설교를 들어왔으니, 그래 여래의 바른 법이 언제쯤 가서 멸할 것 같으냐?”
그러자 아난이 눈물을 흘리면서 대답하였다.
“제가 전에 일찍이 세존으로부터 법이 멸한 뒤에 일에 대하여 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 마하가섭이 아난과 함께 저 법장(法藏)을 결집하게 될 것이며, 그 일이 다 끝난 뒤에는 마하가섭은 낭적산(狼跡山) 속에 들어가서 멸진정(滅盡定)에 들고 저도 또한 과증(果證)을 얻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차례를 따라 이어서 반열반에 들게 되었는데, 마땅히 저 바른 법을 우바국다(優婆?多)에게 부촉할 것이며 그리하여 그 법요(法要)를 잘 설하되 마치 부루나처럼 이를 널리 설하여 사람들을 제도하고, 또 저 아수가왕(阿輸迦王)을 권화(勸化)해서 불법에 대하여 견고하고 바른 믿음을 얻도록 해서 부처님의 사리로써 널리 팔만 사천의 탑들을 일으킬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2백 세가 지나면 시라난타(尸羅難陀) 비구가 이 법요를 잘 설하여 저들 염부제에서 12억 사람들을 제도할 것이며, 그리고 3백 세가 지나면 저 청련화안(靑蓮花眼) 비구가 법요를 잘 설하여 반(半) 억의 사람들을 제도하고, 4백 세가 지나면 우구(牛口) 비구가 법요를 잘 설하여 1만 사람을 제도하고, 5백 세가 지나면 보천(寶天) 비구가 법요를 잘 설하여 이만 사람을 제도하여 저들 8부의 중생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킬 것인데, 바른 법이 여기에 이르러 드디어 멸진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6백 세가 지나면 저들 96종의 외도들이 삿된 소견을 다투어 일으켜 불법을 파괴하여 멸할 것이지만, 이때 마명(馬鳴)이라는 비구가 있어서 법요를 잘 설하여 저 모든 외도의 무리들을 항복시킬 것이며, 7백 세가 지나면 용수(龍樹)라 하는 비구가 있어서 법요를 잘 설하여 저 사견(邪見)의 깃발을 멸하여 없애고 바른 법의 횃불을 높이 들 것이며, 8백 세가 지난 뒤에는 모든 비구들이 사치스런 의복 등을 좋아하여 방탕하게 놀기만 해서 백 명이나 천 명 중에 혹시 한두 사람이 겨우 도과(道果)를 얻을 수가 있을 것이고, 9백 세가 지나면 남종[奴]이 비구가 되고 여종[婢]이 비구니가 될 것이며, 1천 세가 지나면 모든 비구들이 부정관(不淨觀)과 아나파나(阿那波那) 를 듣고는 성을 내어서 하려고 하지 않으므로 한량없는 비구들 중에서 겨우 하나나 둘이 정수(正受)를 사유할 것이다. 1천1백 세가 지나면 모든 비구들이 마치 세속의 사람들처럼 시집을 가고 장가를 가고 하면서 대중들 속에서 비니(毘尼)를 헐뜯어 비방할 것이고, 1천2백 세가 지나면 이들 모든 비구들과 비구니들이 범행(梵行)이 아닌 행동을 하면서 그럼에도 만약 자식이 있으면 사내는 비구를 삼고 여자는 비구니를 삼을 것이며, 1천3백 세가 지나면 가사(袈裟)가 흰 색으로 변하여 물이 들지 않을 것이고, 1천4백 세가 지나면 사부대중의 무리들이 마치 사냥꾼처럼 살생하기를 좋아하면서 삼보물(三寶物)을 팔아 버릴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1천5백 세가 되면 구섬미국(俱?彌國)에 어떤 삼장(三藏) 비구가 있어서 법요를 잘 설하여 그 무리가 5백 명이 될 것이다. 또 한 사람의 나한(羅漢) 비구가 있어서 계행(戒行)을 잘 호지(護持)하여 그 도중(徒衆)이 또한 5백 명이 될 것인데, 어느 날 15일 포살(布薩)을 할 때에 저 나한 비구가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 청정한 법을 설법하면서 이러이러한 일은 해야 하고 이러이러한 일은 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 저들 삼장 비구의 제자들이 이를 반박하여 말하기를, ‘너는 지금 너 자신의 몸이나 입도 스스로 청정하게 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이와 같이 어설픈 말을 할 수가 있단 말이냐?’고 할 것이다. 그러면 저 나한 비구가 대답하기를, ‘나는 오랜 기간에 걸쳐서 신업ㆍ구업ㆍ의업을 청정하게 닦아서 아무런 과악(過惡)이 없다’고 하리니, 그러면 저들 삼장 비구의 제자들은 이 말을 듣고는 더욱 화가 나서 그 자리에서 즉시 저 나한 비구를 죽여 버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때 저들 나한 비구의 제자들이 또한 말하기를, ‘우리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법의 이치에 합당한 것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너희들이 우리 화상(和尙)을 해친단 말이냐?’고 하고는 즉시 그 자리에서 칼을 빼어 저 삼장 비구를 죽여 버리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저들 천ㆍ용 등 8부의 무리들은 조금도 이를 슬퍼하지 않을 것이고, 악마 파순(波旬)과 여러 외도의 무리들은 이것이 기쁘고 신이 나서 다투어 탑과 절을 파괴하고 비구들을 마구 죽여 버리게 될 것이다. 이때 저들 모든 경장(經藏)들이 모두 흘러가서 저 구시나갈국(鳩尸那竭國)에 이르면 아뇩달(阿?達) 용왕이 이를 몽땅 바다 속으로 가지고 들어갈 것이니, 드디어
불법이 모조리 멸진하고 말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마하마야가 이 말을 듣고는 통곡을 하며 괴로워하면서 즉시 아난을 향하여 다음과 같이 게송을 설하였다.
모든 것이 모두 다 귀멸(歸滅)하니
언제나 편안함은 있지 않다네.
수미산과 바닷물까지도
세상이 다하면 소멸한다네.
세간의 어떤 뛰어나게 굳센 것도
끝내는 쇠퇴하여 썩고 말 것이다.
나의 아들이 저 지나간 시절에
열심히 온갖 행(行)을 수집(修集)하여
바른 깨달음을 얻고는
대중들을 위하여 경장을 설했다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시절들이
모조리 매몰되어 사라졌는고.
슬프구나. 저 죽고 사는 법이
두렵기도 하고 싫어할 만도 해라.
이와 같이 마하마야가 이 게송을 설하고 나서 아난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 이미 유칙(遺勅)으로 존자와 마하가섭에게 그 바른 법을 부촉을 하셨으니 마땅히 이를 열심히 정밀하게 호지하여 외우고 설해야 할 것이다. 나는 지금 차마 여래를 사유하는 것을 볼수가 없다.”
그리고는 즉시 부처님의 관에 예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일곱 바퀴 돈 다음 눈물을 흘리며 통곡을 하면서 다시 저 하늘로 돌아갔다.
이때 사라쌍수 숲 속에 모였던 천인(天人) 등 8부와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들이 이와 같이 여래 모자가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말들을 듣고는 무상도심(無上道心)을 일으키는 자도 있고,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은 자도 있으며, 사다함과(斯陀含果)를 얻은 자도 있고,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얻은 자도 있으며, 아라한과를 얻은 자도 있고, 더러는 벽지불의 마음을 일으키기도 하였으니, 모든 대중들이 이 부처님의 말씀을 받아 지녀서 이를 받들어서 실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