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성인(聖人)
(207) 친한 데서 두려움이 생기고, 집안 살림살이에서 더러운 먼지가 낀다. 친함도 없고 살림살이도 없다면, 이것이 바로 성인의 깨달음이다.
(208) 이미 돋아난 번뇌의 싹을 잘라 버리고, 새로 심지 않고 지금 생긴 번뇌를 기르지 않는다면, 이 홀로 가는 사람을 성인이라 부른다. 저 위대한 선인(仙人)은 평안의 경지를 본 것이다.
(209) 번뇌가 일어나는 근본을 살피어 그 씨를 헤아려 알고, 그것에 집착하는 마음을 기르지 않는다면, 그는 참으로 생(生)을 멸해 구경(究竟)을 본 성인이고, 망상을 버려 미궁에 빠진 자의 무리 속에 끼지 않는다.
(210) 모든 집착이 일어나는 곳을 알아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탐욕을 떠나 욕심이 없는 성인은 무엇을 하려고 구하지 않는다. 그는 이미 피안(彼岸)에 다달았기 때문에.
(211) 모든 것을 이기고 온갖 것을 알며, 지극히 총명하고 여러가지 사물에 더럽히지 않으며, 모든 것을 버리고 애착을 끊어 해탈한 사람, 어진이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212) 지혜로운 힘이 있고, 계율과 맹세를 잘 지키고, 마음이 잘 집중되어 있고, 선정(禪定)을 즐기며, 생각이 깊고, 집착에서 벗어나 거칠지 않고, 번뇌의 때가 묻지 않은 사람, 어진이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213) 홀로 걷고 게으르지 않은 성인,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않고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은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은 연꽃처럼, 남에게 이끌리지 않고 남을 이끄는 사람, 어진이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214) 남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 하거나 욕을 하더라도 수영장에 서 있는 기둥처럼 태연하고, 애욕을 떠나 모든 감관(感官)을 잘 가라앉힌 사람, 어진이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215) 베짜는 북처럼 똑바로 스스로 편안히 서서 모든 악한 행위를 싫어하고, 바른 것과 바르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 어진이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216) 자제하여 악을 행하지 않고, 젊을 때나 중년이 되어서도 성인은 자신을 억제한다. 그는 남을 괴롭히지 않고, 남한테서 괴로움을 받지도 않는다. 어진이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217) 남이 주는 것으로 생활하고 새 음식이거나 먹던 음식이거나 또는 남은 찌꺼기를 받더라도, 먹을 것을 준 사람을 칭찬하지도 않고 화를 내어 욕을 하지도 않는다면, 어진이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218) 성의 접촉을 끊고, 어떠한 젊은 여자에게도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며, 교만하지도 태만하지도 않은, 그래서 속박에서 벗어난 사람, 어진이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219) 세상을 잘 알고, 최고의 진리를 보고, 거센 흐름과 바다를 건넌 사람, 속박을 끊고 의존하지 않으며, 번뇌의 때가 묻지 않은 사람, 어진이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220) 출가한 이와 집에 있는 이는 주소와 생활 양식이 같지 않다. 집에 있는 이는 처자를 부양하지만, 계를 잘 지키는 이(출가자)는 무엇을 보아도 내것이라는 집착이 없다. 집에 있는 이는 남의 목숨을 해치고 절제하기 어렵지만, 성인은 자제하고 항상 남의 목숨을 보호한다.
(221) 마치, 하늘을 날으는 목이 푸른 공작새가 아무리 애를 써도 백조를 따를 수 없는 것처럼, 집에 있는 이는 세속을 떠나 숲속에서 명상하는 성인이나 수행자에게 미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