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천한 사람

1.07. 천한 사람

(116)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어느 때 거룩하신 스승은 사아밧티이의 제타 숲, 고독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장자의 동산에 계시었다. 그 때 스승께서는 오전에 내의를 입고 바리때와 겉옷을 걸치고 밥을 빌러 사아밧티이에 들어가셨다.

그 때 불을 섬기는 바라문 바아라드바아자의 집에는 성화(聖火)가 켜지고 제물이 올려져 있었다.

스승은 사아밧티이 거리에서 탁발(托鉢)하면서 그의 집에 가까이 가셨다.

불을 섬기는 바라문 바아라드바아자는 스승이 멀리서 오는 것을 보고 스승께 말했다.

“까까중아, 거기 섰거라. 가짜 사문아, 거기 섰거라. 천한 놈아, 거기 섰거라.”

이렇게 당한 스승께서는 불을 섬기는 바라문 바아라드바아자에게 말씀하셨다.

“바라문이여, 도대체 당신은 천한 사람을 알고나 있소? 또 천한 사람을 만드는 조건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소?”

“고오타마여, 나는 사람을 천하게 하는 조건조차도 알지 못합니다. 아무쪼록 저에게 천한 사람을 만드는 조건을 알 수 있도록 그 이치를 말씀해 주십시오.”

“바라문이여, 그러면 주의해서 잘 들으시오. 내 말하리다.”

“네, 어서 말씀해 주십시오.”

하고, 불을 섬기는 바라문 바아라드바아자는 스승께 대답했다. 스승은 말씀하셨다.

(116) “화를 잘 내고 원한을 품으며, 간사하고 악독해서 남의 미덕을 덮어 버리고, 그릇된 소견으로 음모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17) 한번 태어나는 것이거나 두번 태어나는 것이거나, 이 세상에 있는 생물을 해치고 동정심이 없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18) 시골과 도시를 파괴하고 포위하여, 독재자로서 널리 알려진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19) 마을에 있거나 숲에 있거나 남의 것을 주지도 않는데 훔치려는 생각으로 이를 취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0) 사실은 빚이 있어 돌려 달라고 독촉을 받으면, ‘당신에게 갚을 빚은 없다’고 발뺌을 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1) 얼마 안 되는 물건을 탐내어 행인을 살해하고 그 물건을 약탈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2) 증인으로 불려 나갔을 때 자신이나 남을 위해, 또는 재물을 위해 거짓으로 증언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3) 때로는 폭력을 가지고, 혹은 서로 사랑하여 친척이나 친구의 아내와 어울리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4) 자기는 재물이 풍족하면서도 늙고 쇠약한 부모를 섬기지 않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5) 부모 형제 자매, 혹은 의붓 어머니를 때리거나 욕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6) 상대가 이익되는 일을 물었을 때, 불리하게 가르쳐 주거나 숨긴 일을 말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7) 나쁜 일을 하면서, 아무도 자기가 한 일을 모르기를 바라며 숨기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8) 남의 집에 갔을 때는 융숭한 대접을 받았으면서, 그 쪽에서 손님으로 왔을 때는 예의로써 보답하지 않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9) 바라문이나 사문 또는 걸식(乞食)하는 사람에게 거짓말로 속이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30) 식사 때가 되었는데도 바라문이나 사문에게 욕하며 먹을 것을 주지 않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31) 이 세상에서 어리석음에 덮여 변변찮은 물건을 탐하고 사실이 아닌 일을 말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32) 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경멸하며, 스스로의 교만 때문에 비굴해진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33) 남을 괴롭히고 욕심이 많으며, 나쁜 욕망이 있어 인색하고, 덕도 없으면서 존경을 받으려 하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34) 깨달은 사람을 비방하고 혹은 출가나 재가의 제자들을 헐뜯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35) 사실은 존경받지 못할 사람이 존경받을 사람이라 자부하고, 범천(梵天)을 포함한 세계의 도적인 그 사람이야말로 가장 천한 사람이오. 내가 당신에게 말한 이러한 사람들은 참으로 천한 사람인 것이오.

(136) 날 때부터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오, 태어나면서 바라문이 되는 것도 아니오. 행위에 의해서 천한 사람도 되고 바라문도 되는 것이오.

(137) 나는 다음에 실예를 들겠으니 이것으로 내 말을 알아 들으시오. 찬다아라 족의 아들이며, 개백정 마아탕가로 세상에 알려진 사람이 있었소.

(138) 그 마아탕가는 얻기 어려운 최상의 명예를 얻었소. 많은 왕족과 바라문들이 그를 섬기려고 모여 들었소.

(139) 그는 신들의 길, 더러운 먼지를 떨어 버린 대도(大道)를 올라가 탐욕을 버리고 범천의 세계에 가게 되었소. 천한 태생인 그가 범천의 세계에 태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었소.

(140) 베에다 독송자의 집에 태어나 베에다의 글귀에 친숙한 바라문들도, 때로는 나쁜 행위에 빠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소.

(141) 이와 같이 되면, 현세에서 비난을 받고 내세에는 나쁜 곳에 태어나오. 신분이 높은 태생도 그들이 나쁜 곳에 태어나는 것을, 그리고 비난 받는 것을 막을 수는 없소.

(142) 날 때부터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오. 날 때부터 바라문이 되는 것도 아니오. 그 행위로 말미암아 천한 사람도 되고 바라문도 되는 것이오.”

(143) 이와 같이 말씀하셨을 때에 불을 섬기는 바라문 바아라드바아자는 스승께 사뢰었다.

“훌륭한 말씀입니다. 고오타마시여. 훌륭한 말씀입니다. 고오타마시여. 마치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주듯이, 덮인 것을 벗겨 주듯이, 길 잃은 자에게 길을 가리켜 주듯이, 혹은’눈이 있는 사람들은 빛을 볼 것이다’하고 어둔 밤에 등불을 비춰 주듯이, 당신 고오타마께서는 여러 가지 방편으로 법을 밝히셨습니다.

저는 당신 고오타마께 귀의합니다. 그리고 진리와 수행승의 모임에 귀의합니다. 고오타마께서는 오늘부터 제 목숨이 다할 때까지 저를 귀의한 재속(在俗)신자로서 받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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