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06장. 불사의품

제 06장. 불사의품

그때에 사리불이 이 방안에 평상이 없음을 보고, 여러 보살과 많은 제자들이 어디 앉을 것인가 염려하자 유마힐이 그 생각하는 것을 알고, “사리불님, 스님은 법을 위하여 왔나이까? 평상을 위하여 왔나이까? 나는 법을 위하여 온 것이요, 평상을 위하여 온 것은 아니니이다. 여보시오 사리불님, 법을 구하는 이는 몸과 목숨도 아끼지 아니하거늘 하물며 평상을 구하나이까? 법을 구하는 것은 빛깔과 느낌과 생각하는 것과 의욕과 의식하는 것으로 구하는 것이 아니며, 18계와 12입을 구하는 것이 아니며, 욕계.색계.무색계를 구하는 것이 아니니다.

여보시오 사리불님, 법을 구하는 이는 불보를 애착하여 구하지 아니하며, 부처님에 애착하여 구하지 아니하며 법에 애착하여 구하지 아니하며, 승에 애착하여 구하지 아니하는 것이며 법을 구하는 이는 고제를 보는 것을 구하지 아니 하며, 번뇌를 끊는 것을 구하지 아니하며, 열반 증하려고 도를 닦는 것을 구하지 아니 하나이다.

왜냐하면 법에는 실없는 말이 없거늘, 만일 괴로움의 이치를 보고 번뇌를 끊고 열반을 증하려고 도를 닦는다 하면 이것은 실없는 말이고, 법을 구하는 것이 아니니이다.

여보시오. 사리불님, 법은 고요하고 멸한 것이어늘 만일 생멸을 행하면 이것은 생멸을 구함이라 고요하고 멸함을 구함이 아니며, 법은 애착이 없는 것이어늘 만일 법이나 열반에 애착한다면 이것은 애착이요 법을 구함이 아니며, 법에는 가는 곳이 없거늘 만일 법에 가는 것이 있다면 이것은 무엇에 따라가는 것이지, 법을 구함이 아니며, 법에는 취하고 버릴것이 없거늘 만일 취하고 버린다면 이것은 취하고 버리는 것이지 법을 구함이 아니며 법은 처소가 없거늘 만일 처소에 집착한다면 이것은 처소에 집착하는 것이지, 법을 구함이 아니며,법은 형상이 없거늘 만일 어떤 형상을 분별함을 따르면 이것은 형상을 구하는 것이지, 법을 구함이 아니며, 법은 머물 수 없는 것이어늘 만일 법에 머물면 이것은 법에 머무는 것이지, 법을 구함이 아니며,

법은 보고 듣고 깨닫고 알 수 없는 것이어늘 만일 보고 듣고 깨닫고 알고 함을 행하면 이것은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것이지, 법을 구함이 아니며, 법은 조작함이 없는 것이어늘 만일 조작함이 있다면 이것은 세속법을 구하는 것이지 법을 구하는 것이 아니니, 그러니까 사리불님, 만일 법을 구하는 이면 온갖 법을 구할 것이 없어야 하나이다. ”

이런 말을 연설할 적에 오백천자들이 모든 법 가운데서 법눈이 깨끗함을 얻었다.

그 때에 장자 유마힐이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당신께서는 한량없는 천만억 아승지 세계에 다니셨으니 어느 세계에 가장 묘하고 훌륭한 공덕으로 된 사자좌가 있더이까? 거사님, 동방으로 삼십육 항하사 세계를 지나가서 수미상이란 세계가 있고 그 세계에 수미등 부처님이 지금 계시니 그 부처님의 키는 팔만사천 유순이요, 사자좌의 높이도 팔만사천 유순이며, 장엄한 것이 제일이더이다.

그 때에 유마힐이 신통력을 나타내어, 저 부처님이 높고 넓고 깨끗하고 훌륭한사자좌 삼만이천개를 보내어 유마힐의 방으로 들여 왔다. 여러 보살과 큰 제자들과 제석과 범천왕과 사천왕들이 원래 보지 못하던 것이며, 그 방도 크고 넓어,삼만이천 사자좌를 들여 놓았으나 비좁지 아니 하고, 비야리성이나 남섬부주의 사천하도 협착하지 않고 예전과 같았다.

문수사리여, 이 사자좌에 나아가서 여러 보살들과 함께 앉으시되, 선 키가 저 사자좌와 같게 하시오. 신통을 얻은 보살들은 즉시 몸을 변화하되 키가 사만이천유순 쯤 되게 하여 사자좌에 앉았으나, 새로 발심한 보살이나 큰 제자들은 모두 올라가지 못하였다.

그 때에 유마힐이 사리불께 사자좌에 앉으시라고 말하였다. “거사님, 이 평상이 너무 높고 커서 우리는 올라갈 수 없나이다. 여보시오 사리불님, 수미등왕 부처님께 예배하면 올라 앉을 수 있나이다. 이에 새로 발심한 보살들과 큰 제자들이 즉시 수미등왕 여래에게 예배하니 곧 사자좌에 올라앉게 되었다.

거사님, 희한한 일이외다. 이 좁은 방에 이렇게 높고 넓은 평상을 들여 놓아도 이 비야리성이 비좁지도 아니하고, 이 남섬부주에있는 촌락이나 도시나 이 사천하에 있는 천궁.용궁이나 귀신의 궁전들도 비좁지 않나이다.”

“여보시오 사리불님, 부처님네와 보살들은 불가사의라는 해탈이 있나니, 이 해탈에 머무른 보살들은 높고 넓은 수미산을 겨자씨속에 넣더라도 커 지거나 작아지지 아니하고, 수미산도 본 모양과 같으며, 사천왕천, 도리 천의 여러 하늘 사람들도 자기 몸이 겨자씨에 들어가는 줄을 깨닫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거니와, 제도를 받을만한 이라야 수미산이 겨자씨에 들어가는 줄을 보게 되나니, 이것이 불가사의 해탈법문이외다.

또 사방에 있는 큰 바닷물을 털구멍에 넣더라도 고기. 자라.거북.악어 같은 물 짐승들을 요란하게 하지도 아니하고, 큰 바다의 본 성품이 변하지도 아니하며, 여러 용이나 귀신이나 아수라들이 자기 몸이 들어가는 줄을 알지 못하고 이런 중생을 요란케 하지도 아니 하나이다.

또 사리불님, 이 불가사의 해탈에 머물러 있는 보살들은 삼천 대천 세계를 옹기장이의 물래 모양으로 집어서 손바닥에 놓고 항하사 세계 밖으로 던져 보내더라도, 그 세계 중생들이 자기 몸이 가는 줄을 알지 못하며, 다시 들고와서 본 고장에 도로 넣더라도, 그 세계 사람들이 가고오는 줄 을 알지 못하며, 세계의 모양도 예와 같나이다.

또 사리불님, 어떤 중생이 오래 살기를 좋아하여 제도할 수 있는 이에게는 보살이 이레를 늘이어서 한 겁을 만들어 그 중생으로 하여금 한 겁인 줄을 알게 하고, 어떤 중생이 오래 살기를 좋아하지 아니하여 제도할 수 있는 이에게는 한 겁을 줄이어서 이레를 만들어 그 중생으로 하여금 이레인 줄로 알게 하나이다.

또 사리불님, 불가사의 해탈에 머무른 보살은 일체 불국토를 장엄하는 것을 한 국토로 모아서 중생에게 보이기도 하고, 또 그 보살이 일체 세계의 중생들을 오른 손바닥에 올려 놓고 시방세계로 다니면서 일체 중생 들에게 보이면서도, 본 고장을 변동하지 아니하며

또 사리불님, 시방 중생들의 부처님네에게 공양할 공양구들을 보살이 한 털구멍 속에서 볼 수 있게 하며, 또 시방세계에 있는 해와 달과 별들을 한 털구멍에서 볼수 있게 하지요.

또 사리불님, 시방세계에 있는 온갖 바람을 보살이 한 입에 빨아 들이되, 몸이 손상하지 아니하고 밖에 있는 나무들도 꺾이지 아니하며, 또 시방 세계가 겁말에 화재로 탈적에 온갖 불을 뱃속에 넣더라도 불은 변동이 없으면서도 해가 되지 아니하며,또 아랫쪽으로 항하사 같이 많은 세계를 지나가서 한 국토를 들어다가 윗쪽으로 항하사 같이 많은 세계를 지나가서 놓더라도, 바늘 한개로 대추나무 잎 하나 꿰어드는 것 같이 하되 요란하지 아니 하지요.

또 사리불님, 불가사의 해탈에 머무른 보살은 신통력으로써 부처님 몸을 나타내기도 하고 벽지불 몸을 나타내기도 하며 성문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고 제석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며 범천왕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며, 세주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며 전륜성왕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지요.

또 시방세계에 있는 여러가지 소리, 큰 소리, 작은 소리들은 모두 변하여 부처님 음성을 만들어서 덧없고 괴롭고 공하고 내가 없다는 법문을 연설하기도 하고, 시방 부처님네의 말씀하시는 여러가지 법문을 연설하기도 하고, 시방 부처님네의 말씀하시는 여러가지 법문을 그 음성 가운데서 듣게 하기도 하나니, 사리불님. 내가 지금 보살의 불가사의 해탈 법문의 능력을 대강 말하였거니와 만일 죄다 말하려면 겁이 다 하여도 다 말할 수 없나이다.

이 때에 큰 가섭이 보살의 불가사의 해탈법문 이야기를 듣고 처음 보는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마치 어떤 사람이 소경 앞에다 여러가지 빛깔과 형상을 나타내어도 소경은 보지 못하나니, 온갖 성문들이 이 불가사의 해탈법문을 듣고 알지 못하는 것도 그와 같으니, 지혜로운 이가 이 말씀을 듣고 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지 아니 하리요. 우리들이 어찌하여 영원히 대승법에 뿌리를 끊어서 썩은 종자가 되었는가?

일체 성문들이 이 불가사의 해탈 법문을 듣고는 모두 부르짖어 통곡하여 그 소리가 삼천대천세계에 진동할 것이로되, 보살들은 대단히 기뻐하여 이 법문을 받자올 것이며, 만 일 보살의 불가사의 해탈법문을 믿고 아는 이는 온갖 마군들도 어찌하지 못하리이다.”

큰 가섭이 이 말을 할 적에 삼만이천 하늘 사람들이 다 아뇩다라삼먁삼 보리심을 내었다.

그 때에 유마힐이 큰 가섭에게 말하였다. “거룩한 이여, 시방에 한량없는 아승지 세계에서 마왕이 되는 이는 흔히 불가사의 해탈에 머무른 보살들이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마왕으로 나타나는 것이며,또 시방 여러 보살에게 어떤 사람이 손이나, 발이나 귀.코.눈.머리.뇌수.피.살.가죽.뼈며 촌락. 성시읍 처자. 하인이며 코끼리.말.차.금.은.유리.자거.마노.산호.호박.진주.보배며 의복이나 음식을 달라고 하면, 이런 걸인은 흔히 불가사의 해탈에 머문 보살들이 방편으로 그 사람을 시험하여 뜻을 견고케 하기 위함이니, 어찌하여 그러하 냐?

불가사의 해탈에 머문 보살이라야 위덕이 있어 이러한 핍박을 하여 여러 중생에게 난감한 일을 보이거니와 못난이 범부들은 아무 세력도 없으므로이렇게 보살을 핍박하지 못하나니, 마치 큰 코끼리가 차고 밟는 일을 나귀는 감당할 수 없는 것 같나니, 이것이 불가사의 해탈에 머무른 보살의 지혜 방편의 문이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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