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 계이라(?吏羅) 부부가 몸을 팔아 보시회를 열고 그 갚음을 얻은 인연
옛날 계이라(?吏羅)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들 부부는 매우 빈궁하여 할 수 없이 품팔이로써 겨우 살아갔다.
그는 다른 장자들이 모두 절에 가서 큰 보시회(布施會)를 베푸는 것을 보고 집에 돌아와 그 부인과 함께 자면서, 부인의 팔을 베고 누워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전생에 복을 짓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빈궁하다. 그런데 저 장자 같은 이는 전생에도 복을 지었고 지금도 복을 짓는다. 나는 지금도 복이 없다. 장래 세상에는 더욱 괴로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울자 눈물이 부인의 팔에 떨어졌다. 부인이 물었다.
“왜 눈물을 떨구십니까?”
그는 대답하였다.
“남을 보니 복을 닦아 언제나 즐거운데, 나는 빈천하여 복을 닦을 수 없구료. 그래서 눈물을 떨구는 것이요.”
“눈물을 흘리면 무엇합니까? 내 몸을 팔아서 그 재물로 복을 지으십시오.”
“당신을 판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 가겠소?”
“만일 살아가지 못할 것이 두려워 나를 내어 놓지 못하시겠으면, 우리 다 같이 몸을 팔아 공덕을 닦읍시다.”
이에 두 부부는 서로 이끌고 어떤 부잣집에 가서 말하였다.
“지금 우리 부부의 이 천한 몸을 사주십시오.”
주인이 물었다.
“얼마나 받으려는가?”
“열 냥을 받고자 합니다.”
“이제 너희들에게 돈을 줄 것이니, 이레 만에 갚지 못하면 너의 부부를 종으로 삼을 것이다.”
이렇게 약속하였다.
그들은 돈을 가지고 그 절에 가서 보시회를 열었다. 그들은 함께 쌀을 찧으면서 서로 격려하여 말하였다.
“지금 우리는 힘을 내어 이 복업을 짓는다. 뒷날 남의 집에 매이면 어찌 우리 뜻대로 되겠는가?”
이에 그들은 밤낮으로 부지런히 힘써 대회 거리를 준비하고 엿새 째가 되어 곧 회를 베풀게 되었다.
마침 그 때 국왕이 와서 회를 베풀려고 날짜를 다투자, 스님들이 모두 말하였다.
“저 가난한 이를 받았기 때문에 결코 변경할 수가 없습니다.”
국왕은 이 말을 듣고 말하였다.
“저이는 어떤 소인으로서 감히 나와 대회 날짜를 다투는가?”
그는 곧 사람을 보내어 계이라에게 말하였다.
“너는 내 날짜를 피하라.”
계이라는 대답하였다.
“절대 양보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세 번 되풀이하였으나 그 말은 처음과 같았다. 왕은 이상히 여겨 몸소 그 승방에 가서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뒷날로 미루지 않고 나와 날짜를 다투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우리는 오직 오늘 하루만 자유롭고, 이후에는 남의 집에 매이게 되어 다시는 회를 베풀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왜 할 수 없는가?”
그들은 말하였다.
“생각하니 우리는 전생에 복을 짓지 못하여 지금 이렇게 곤궁합니다. 그러므로 만일 지금 복을 짓지 않으면 아마 뒷날은 더욱 괴로워질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하던 끝에 몸을 팔아 돈과 바꾸고 그것으로 공덕을 지어 이 고통을 끊으려 하였습니다. 만일 이레 뒤에 그 돈을 갚지 않으면 우리는 그의 종이 됩니다. 오늘이 엿새인데 내일 이면 이레가 찹니다. 그 때문에 죽음으로써 날짜를 다투는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가엾은 생각이 들고 처음 보는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너야말로 참으로 빈궁의 괴로움을 깨달은 사람이다. 나약한 몸으로 굳건한 몸과 바꾸었고, 나약한 재물로 굳건한 재물과 바꾸었으며, 나약한 목숨으로 굳건한 목숨과 바구었구나.”
하고, 그의 대회를 허락하였다. 그리고 왕은 또 자기와 부인의 옷과 영락을 벗어 계이라 부부에게 주고, 다시 열 개 촌락을 떼어 복을 지은 봉(封)으로 주었다.
대개 지극한 마음으로 복덕을 닦는 이가 현재에 얻는 꽃갚음도 그와 같거늘, 하물며 장래에 얻는 열매갚음이겠는가?
이로써 볼 때에 모든 세상 사람으로서 괴로움을 면하고자 한다면, 부지런히 복을 닦아야 하겠거늘, 어찌 함부로 게으르고 방일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