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7. 범마달 부인이 시기하여 아들 법호(法護)를 죽인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계시면서 제바달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언제나 너를 매우 사랑한다. 나는 몸으로나 말로나 뜻으로 너를 조금도 미워하지 않는다. 지금 다 같이 참회하자.”
그러나 제바달다는 욕하고 떠났다.
비구들이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그처럼 사랑하는데, 저 제바달다는 어찌하여 도리어 욕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옛날 바라내국에 범마달(梵摩達)이라는 왕이 있었다. 그 부인은 이름이 불선의(不善意)요, 그 아들은 이름이 법호(法護)인데, 총명하고 인자하므로 스승에게 보내어 공부하게 하였다.
그 때 범마달은 여러 궁녀들을 데리고 동산에 나가 즐거이 놀다가, 먹다 남은 술을 그 부인에게 보내었다. 그러자 부인은 화를 내어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차라리 법호의 목을 찔러 그 피를 마실지언정 이 술은 마시지 않겠다.’
왕은 이 말을 듣고 화를 내어 말하였다.
‘공부하는 법호를 불러 오라.’
법호가 오자 왕은 그의 목을 찌르려 하였다. 법호는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저에게는 아무 죄도 없습니다. 저는 왕의 외아들인데, 왜 저를 죽이려 하십니까?’
왕이 말하였다.
‘내가 너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다. 네 어미 뜻일 뿐이다. 네 어미에게 말하여 참회하고, 그를 기쁘게 하면 너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아들은 곧 어머니에게 참회하면서 말하였다.
‘아들이라고는 저 하나뿐이요, 또 아무 죄도 없는데, 왜 저를 죽이려 하십니까?’
그러나 어머니는 참회를 받아들이지 않고, 아들의 목을 찌르고 그 피를 주어 마시게 하였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부왕은 바로 지금 저 구가리(拘迦離)요, 그 어머니는 지금 저 제바달다며, 그 아들은 바로 내 몸이다.
나는 그 때 조금도 나쁜 마음이 없었지만, 그는 내 참회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지금도 또한 그렇다.
나는 그 때 죽임을 당하였지만 조금도 성내거나 원망하는 마음이 없었거늘, 하물며 지금 성내어 그를 미워하는 마음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