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 57. 발로 장자의 입을 찬 하인

57. 발로 장자의 입을 찬 하인

옛날 큰 재물을 갖고 있는 장자가 있었다.

좌우의 사람들은 모두 그의 마음을 얻으려고 온갖 공경을 다하였다. 장자가 가래침을 뱉을 때에는 좌우의 모시는 사람들이 재빨리 발로 그것을 밟아 문질러 버렸다.

어떤 어리석은 사람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가래침이 땅에 떨어지면 다른 사람들이 먼저 재빨리 밟아 문질러 버린다. 그렇다면 나는 그가 뱉으려 할 때에 먼저 밟으리라.’

그때에 장자가 막 가래침을 뱉으려 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은 곧 다리를 들어 장자의 입을 걷어차서 입술이 터지고 이가 부러져 버렸다.

장자는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내 입을 찼느냐?”

그는 말했다.

“장자의 침이 입에서 나와 땅에 덜어지기만 하면 좌우의 아첨하는 사람들이 어느새 밟아 버립니다. 나는 아무리 밟으려 하여도 늘 따르지 못합니다. 그래서 침이 막 입에서 나오려 할 때 다리를 들고 먼저 밟아 장자님의 마음을 얻으려고 한 것입니다.”

무릇 어떤 일이나 때가 있는 것이니, 때가 아직 이르기도 전에 억지로 애를 쓰면 도리어 괴로움을 당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 사람은 마땅히 ‘때’와 ‘때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