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 36. 도인의 눈을 뽑아 온 대신

36. 도인의 눈을 뽑아 온 대신

옛날 어떤 사람이 산에 들어가 도를 배우고 다섯 가지 신통을 얻었다. 그래서 천안(天眼)으로 땅 속에 묻혀 있는 온갖 것과 갖가지 보배를 환히 볼 수 있었다.

국왕은 이 소문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대신에게 말하였다.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항상 우리 나라에 머물면서 내 창고에 많은 보물이 쌓이게 할 수 있을까.”

어리석은 대신이 그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의 두 눈을 뽑아 왔다. 그는 왕에게 아뢰었다.

“신(臣)이 그의 눈을 뽑아 왔습니다. 그는 절대 어디로 가지 못하고 항상 이 나라에 있을 것입니다.”

왕은 그 대신에게 말하였다.

“그 사람을 여기 있게 하려는 까닭은 땅 속에 묻혀 있는 모든 것을 보려고 한 것인데, 네가 지금 그의 눈을 뽑았으니 어떻게 그가 모든 것을 볼 수 있겠는가.”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남이 두타(頭陀)의 고행을 하기 위해 산림이나 광야나 무덤 사이나 나무 밑에서 네 가지 바른 끊음과 부정관(不淨觀)을 닦는 것을 보고 억지로 그를 집에 데리고 가서 갖가지로 공양하며 그의 선법을 헐어 버리면 깨달음의 결과를 이루지 못하게 된다.

그것은 마치 저 어리석은 대신이 남의 눈을 뽑은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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