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 15. 어떤 왕의 어리석음

15. 어떤 왕의 어리석음

옛날 어떤 국왕이 딸 하나를 낳았다.

왕은 의사를 불러 말했다.

“나를 위해 공주에게 약을 먹여 빨리 자라게 하라.”

의사는 말하였다.

“나는 공주님께 약을 먹여 곧 크게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그 약을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 약을 얻을 때까지 왕께서는 공주님을 보지 마십시오. 약을 쓴 뒤에 왕께 보여 드리겠습니다.”

의사는 곧 먼 곳에 가서 약을 구해 오겠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12년이 지난 뒤에 약을 얻어 가지고 돌아와 공주에게 주어 먹게 한 뒤에 왕에게 데리고 가서 보게 하였다.

왕은 그것을 보고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참으로 훌륭한 의사다. 공주에게 약을 주어 갑자기 자라게 하다니.”

왕은 좌우에 명령하여 그에게 보물을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왕의 무지를 비웃었다.

“공주가 12년 동안 자란 것은 알지 못하고 그 장성한 것만을 보고 약의 힘이라고 말한 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선지식을 찾아가 말하기를,

“나는 도를 구하려고 합니다. 원컨대 나를 가르쳐 당장 선지식이 되게 하소서” 한다.

스승은 방편으로 그로 하여금 좌선하면서 열 두 가지 인연[十二因緣]을 관(觀)하게 하 고, 차츰 온갖 덕을 쌓아 아라한(阿羅漢)이 되게 한다.

그러면 그는 크게 기뻐한다.

“훌륭하시다. 큰 스승님은 나로 하여금 가장 빨리 묘한 법을 증득하게 하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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