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 14. 상인들의 어리석음

14. 상인들의 어리석음

옛날 어떤 상인들이 큰 바다를 항해하게 되었다. 바다를 항해하자면 반드시 길잡이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길잡이 한 사람을 구하였다. 길잡이를 따라 바다로 나가는 도중에 넓은 들판에 이르렀다.

거기는 천신(天神)을 모시고 제사지내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사람을 죽여 천신에게 제사한 뒤에 라야 비로소 지나갈 수 있었다.

상인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우리는 모두 친한 친구다. 어떻게 죽이겠는가. 오직 저 길잡이가 제물에 적당하다.”

그리하여 그들은 곧 길잡이를 죽여 제사를 지냈다. 그런데 제사를 마친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다가 마침내 지쳐서 모두 죽고 말았다.

모든 세상 사람도 그와 같다. 법의 바다에 들어가 그 보물을 얻으려면 좋은 법의 행을 길잡이로 삼아야 하는데, 도리어 선행을 부수고 생사의 넓은 길에서 나올 기약 없이, 세 가지 길[三惡道]을 돌아다니면서 한없는 고통을 받는다.

그것은 마치 저 장사꾼들이 큰 바다에 들어가려 하면서도 길잡이를 죽이고 나루터를 잃고 헤매다가 마침내 지쳐 죽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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