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전 (磨)

【화두】 사문(沙門) 도일(道一)이 전법원(傳法院)에서 날마다 좌선하고 있을 때였다. 남악 회양(南嶽懷讓)이 그가 법기(法器)인 줄 알고 하루는 가서 묻기를 “대덕이여! 좌선해서 무엇 하려 하는가?” 하니, 도일이 대답하기를 “부처가 되려 합니다” 하였다. 남악이 벽돌 한 개를 가지고 그의 암자 앞에 가서 돌에다 갈고 있었다. 그러자 도일이 “스님, 무엇 하려 하십니까?” 하니, 남악이 말하기를 “갈아서 거울을 만들려고 하네” 하였다. 도일이 “벽돌을 갈아서 어떻게 거울을 만들 수 있겠습니까?” 하니, 이에 남악이 말하기를 “벽돌을 갈아서 거울을 만들 수 없다면, 좌선을 해서 어떻게 부처가 될 수 있겠는가?” 하였다. 도일이 “어떻게 하여야겠습니까?” 하니, 남악이 말하기를 “사람이 수레를 모는 것과 같아서, 수레가 가지 않으면 수레를 때려야 하겠는가, 소를 때려야 하겠는가?” 하였다. 이 말에 도일은 대답이 없었다. 남악이 다시 말하기를 “그대는 앉아서 선(禪)을 배우는 것인가, 앉아서 부처를 배우는 것인가? 만일 앉아서 선을 배운다면 선은 앉고 누움에 있는 것이 아니요, 만일 앉아서 부처를 배운다면 부처는 일정한 모양이 없으니, 무주(無住)의 법에는 취하거나 버릴 것이 없느니라. 그대가 만일 앉아서 부처를 이룬다면 이는 부처를 죽이는 것이며, 만일 앉는 모양에 집착하면 그 이치를 달성치 못하리라” 하였다. 이에 마치 도일은 제호(醍?)를 먹은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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