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金剛經)』을 통달한 덕산(德山)이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을 주장하는 남쪽의 선(禪)을 소탕하여 버리겠다고 『금강경』 소초(疏?)를 짊어지고 길을 떠났다. 도중에 떡집에 들어가 점심을 먹으려고 청하니, 떡 파는 노파가 묻기를 “보따리에 든 것이 무엇인가요?” 하자, 덕산이 “『금강경소』요” 하였다. 노파가 “내가 물을 터이니 대답하면 떡을 공양하겠으나, 대답하지 못하면 다른 데 가서 사시오” 하였다. 덕산이 “물으시오” 하자 노파는 “『금강경』에 ‘과거심 불가득(過去心 不可得) 미래심 불가득, 현재심 불가득’이라고 하였는데, 스님은 점심하신다니 어떤 마음에 점심하시렵니까?” 하였다. 덕산은 대답을 못하였다. 노파의 지시로 숭신(崇信)을 찾아 용담(龍潭)에 갔다. 용담사 법당에 들어가 덕산은 “용담의 소문을 들은 지 오래되었는데 와서 보니 용도 없고 못도 안 보이는군” 하자, 숭신이 “자네가 참으로 용담에 왔네” 하였다. 덕산은 또 말이 막혔다. 그곳에 머무는데, 방장(方丈)에 가서 늦도록 있다가 자기 처소로 가려 하니 바깥이 캄캄하였다. 도로 들어갔더니, 용담이 지촉에 불을 켜서 덕산에게 내밀었다. 덕산이 받으려 할 때에 그 불을 훅 불어 꺼버렸다. 그 바람에 덕산은 크게 깨치고 절하였다. 용담이 “자네 무엇을 보았기에 절하는가?” 하니, 덕산이 “이제부터 다시는 천하 노화상들의 말씀을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하였다. 이리하여 용담의 법을 받고, 그 이튿날 『금강경소』를 불살라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