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작고 소박한 행복

작고 소박한 행복

-법상스님-

작고 소박한 것에서 그 소유물의 참된 행복을 느낀다.

정말 행복한 것은 작고 사소한 데에서 온다.

많이 가져야 행복할 것 같지만 많이 가지게 되면 작은 데서 느낄 수 있는 깊고 소박한 행복감을 놓치고 만다.

신교대 장병 법우들 법회를 가면 초코파이 하나가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모른다.

평소에 하나를 주다가 어느 날 두 개를 준다고 하면 그냥 법당 안이 난리가 난다.

그냥 농담 삼아 장병들이 좋아할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이 친구들은 정말로, 진심으로 기뻐하고 좋아한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휴가를 나가면 초코파이를 실컷 사 먹겠나? 아니지.

돈 아무리 많아도 초코파이 돈 주고 안 사먹는다.

또 초코파이 잔뜩 쌓아 놓고서 너희들 먹고 싶은 대로 실컷 먹어라 하면 좋아 하겠나? 아니다.

잘 안 먹게 마련.

군종병도 같은 군인이지만, 법당에 초코파이가 쌓여 있으니까 어지간해서는 잘 안 먹는다.

너무 많으니까 초코파이 하나에서 오는 그 소박하지만 충분한 고마움을 모른다.

어떤가.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하나가 더 소중한가, 아니면 많이 쌓여 있는 것이 더 소중한가.

하나 있을 때 그것으로 인해 더 행복한가, 아니면 많이 쌓여 있을 때 그것으로 인해 더 행복한가.

작을 때, 적을 때 그 소유물에 대한 더 찐하고 참된 행복을 느끼는 법이다.

책 볼 때도 그런 것 같다.

정말 필요한 책들이 한두 권 있으면 그 책을 이리 씹어보고 저리 씹어보고 요목조목 감사하게 보면서 내 안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 한두 권을 천천히 읽어가면서 사유도 하고 곰곰히 내면의 뜰로 비추기도 하면서 그 말씀들을 내 것으로 만들 수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읽을 책들이 많다보면 그런 한두 권의 책에서 오는 살뜰한 고마움을 곧 상실해 버린다.

언젠가 뜻밖의 보시금이 생겨서 이참에 그동안 보고 싶었던 책들을 잔뜩 사 놓겠다는 요량으로 서점에 가서 이것저것 몇 권의 책들을 참 설레는 마음으로 골라 사들고 들어온 적이 있다.

그런데 한 권을 읽으면서 자꾸 빨리 읽고 다른 한 권을 읽어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다른 책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까 궁금하다보니 이 책의 내용이 별로 의미 없게 다가오기도 하고, 그런 마음이 있다 보니 한 권의 책을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충분히 내 삶과 반추해 가면서 읽을 수 없게 된다.

빨리 읽고 다른 책 읽으려고 대충 대충 책장이 넘어가게 마련이고, 또 이 책 말고도 읽을 책이 몇 권 더 있다는 생각이 들면 이 책이 그리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대충 100권을 읽는 것 보다 소중하게 내 삶을 일굴 수 있는 한 권의 책이 더 소중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이 그런 것 같다.

우리는 더 많이 소유하고 싶고,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쓰며 끊임없이 크고 많은 것을 쌓고 싶겠지만 그렇게 크고 많은 것에서는 참된 행복을 느끼기 어려운법이다.

하나가 필요한데 그 이상을 가지게 되면 필요한 하나에서 얻을 수 있는 소중함을 곧 잃게 마련.

가만히 주위를 돌아보자.

하나가 필요한데 그 이상을 소유하고 있지는 않은지.

작은데서 오는 행복, 소박한 데서 오는 살뜰한 행복을 욕심에서 기인하는 많은 물량으로 잊어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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