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문화 – 불화

불교의 문화 – 불화

불화   1.불화의 의의와 기원 불화는 넓은 의미로는 불교와 관련된 모든 그림을 일컫는다.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여러 존상들, 예를 들어 부처님·보살·신중을 나타낸 그림, 그리고 고승대덕을 기리기 위해 그린 그림 곧 진영(眞影)은 물론 부처님의 전생이야기, 부처님의 일대기, 법회의 모습을 그린 그림, 경전에 그려진 그림, 전각(殿閣)의 벽에 그려진 벽화 등을 일컫는다.

그리고 여러 전각을 오색(五色)을 기조로 갖가지 문양을 베풀어 장엄하는 이른바 단청(丹靑)도 불화의 범주에 포함하고 있다.

한편 좁은 의미로는 불화(佛畵)라는 말뜻 그대로 직접적으로 예배의 대상이 되는 부처님[佛陀]의 모습을 그린 그림으로 한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불화라고 하면 불교 그림을 총칭한다.

(1) 불화의 의의 불화가 지니고 있는 의의는 크게 종교성과 예술성의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불화가 일반 그림과 다른 이유는 바로 불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즉 단순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불교의 이념이나 사상을 알기 쉽고 아름답게 그려내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불화를 통해 감명을 받아 불교의 세계를 이해하고 나아가 종교적인 실천을 유발하는 것이 불화의 진정한 의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불화는 한 화폭에 다양한 존상을 담을 수 있고, 교리 내용을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어서 불상보다 휠씬 설명적이다.

그러므로 불교를 이해하거나 교화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2) 불화의 기원 불화가 언제부터 그려졌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경전에서는 부처님이 살이 계시던 불교 성립 초기부터 법당을 장엄했다는 사실을 전해주고 있다.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잡사(根本說一切有部毘那耶雜事)》 제17권에서는 부처님이 가장 오래 머문 기원정사(祇園精舍)에 불화를 그린 사실이 나오며, 이 내용으로 보아 불화는 기원정사에서부터 그렸고, 건물의 각 용도에 따라 그림의 내용을 달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불화로 장엄한 당시의 사원 모습을 지금은 볼 수 없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불화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인도 아잔타(Ajanta)석굴의 벽화이다.

    2.쓰임새로 본 불화의 종류 불화를 그려 모시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쓰임새로 볼 때 예배용, 교화용, 장엄용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특정한 불화를 한 가지 용도로 제한할 수는 없다.

예배용 불화이면서 장엄하는 기능도 있고, 또한 교화의 구실도 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분류는 불화가 봉안되는 위치, 또는 그것이 지니는 내용 등을 살펴서 가장 핵심적인 용도를 중심으로 구분한 것이다.

(1) 예배용(禮拜用) 불화 오늘날 사찰에서 주된 예배 대상은 불상이다.

우리나라 법당에는 그 성격에 따라 다양한 불상들이 봉안되며, 불상 뒤에는 그 성격과 용도에 맞는 불화를 봉안해서 함께 예배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불상과 영산회상도, 극락전에는 아미타불상과 극락회상도, 대적광전에는 비로자나 삼신불상과 비로자나 삼신불회도(三神佛會圖) 등을 함께 봉안하는 것이 통례다.

이렇게 불상 뒤에 봉안하는 불화를 후불탱화(後佛幀畵)라고 하는데, 불상과 함께 예배의 대상이다.

이들 예배용 불화는 불교의식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사찰의 전각에 장엄된 불화는 불교의식의 구성 내용과 절차에 알맞게 조성되고 예배를 받기 마련이다.

또한 실외에서 거행하는 의식에는 불상이 없으므로 괘불탱(掛佛幀)을 모셔 예배한다.

괘불탱은 대체로 10m 안팎의 거대한 불화이며, 법당 앞에 괘불대를 설치하고 봉안한다.

그러나 항상 봉안하는 것이 아니고 규모가 큰 의식에만 주로 봉안하므로 자주 내걸지는 않는다.

괘불탱 가운데는 연대가 오래되고 우수한 불화가 많다.

우리나라에는 흔하지 않지만 티베트 등지에서 밀교의식 때 사용하는 만다라(曼茶羅)도 예배화로 볼 수 있다.

(2) 교화용(敎化用) 불화 불교 경전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해서, 교리의 이해를 돕고 나아가 감동을 불러일으켜 교화하는 불화를 일컫는다.

예를 들어 부처님의 일대기인 불전도(佛傳圖)나 전생의 이야기를 그린 본생도(本生圖)는 불교의 기본적인 설화이다.

이러한 설화 그림은 인도의 초기 불교미술에서부터 가장 많이 그려져 대중 교화에 큰 구실을 했다.

이러한 불화 가운데 팔상도(八相圖)는 조선시대에 널리 유행한 대표적인 불전도이다.

또한 죄를 지으면 그 업장(業障)에 따라 심판을 받고 지옥에 떨어진다는 내용을 그린 시왕도(十王圖), 반대로 선업(善業)을 쌓고 열심히 염불하고 수행하면 극락으로 인도된다는 내용을 그린 아미타래영도(阿彌陀來迎圖), 성반(盛飯)을 차려 부처님께 재를 올려 죽은 이의 영혼을 천도하는 내용을 그린 감로왕도(甘露王圖)와 같은 불화는 불교사상을 쉽게 풀이한 그림으로 대표적인 교화용 불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경전에 포함되어 있는 경변상도(經變相圖)는 교리 내용을 그림으로 알기 쉽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교화용 불화의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3) 장엄용(莊嚴用) 불화 법당 본존불상 뒤에 봉안하는 후불탱화는 불상과 함께 예배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그 불상이 상징하는 내용을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장엄하는 구실을 하는 면에서는 예배화인 동시에 교화용 불화이자 또한 장엄용 불화라고 할 수 있다.

장엄용 불화의 대표적인 예는 천장이나 기둥, 문 등에 그리는 단청(丹靑)이라고 할 수 있다.

단청은 원래 건물에 그리는 그림을 총칭하는 말이었다.

그러므로 벽화를 곧 단청이라고 일컬었으나 요즘은 후불벽, 좌우 측벽 등과 같은 주요 벽면에 그린 특정한 주제의 불화를 벽화라고 부르고, 단청은 주로 건물의 나무 부재에 그리는 도안적인 그림을 일컫는다.

이러한 단청은 용이나 호랑이와 같은 서수(瑞獸), 봉황이나 가릉빈가와 같은 서조(瑞鳥), 연꽃이나 당초문과 같은 식물무늬를 주요 소재로 한다.

특히 천장에는 연꽃을 도안적인 형태로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거나 꽃이나 향을 공양하는 비천(飛天) 등을 그려 법당의 종교적인 분위기를 한층 높여준다.

    3.형태와 재료로 본 불화의 종류 (1) 탱화(幀畵) 우리나라에 현재 남아 있는 불화 대부분은 비단이나 삼베, 모시, 또는 면포(綿布)나 종이를 바탕으로 해서 그리고, 족자나 액자 형태로 표장(表裝)해서 불단(佛壇)을 비롯한 의식단(儀式壇)의 벽에 봉안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그림을 일러 탱화 또는 후불탱, 삼신탱, 약사탱 등 ‘○○탱’이라 일컫고 있다.

한편 티베트에서는 비단이나 삼베, 모시 등에 그림을 그려 사원의 바깥 벽에 걸거나 경사진 언덕 등에 펼쳐놓는데 이것을 탕카(thangka)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초파일과 같이 많은 대중들이 모여 큰 의식을 거행할 때 법당 앞에 괘불대를 세우고 모시는 그림을 일러 괘불탱(掛佛幀)이라고 부른다.

직접 그리는 벽화는 이동할 수 없지만, 탱화는 액자나 족자 형태로 별도의 화폭에 그리므로 이동이 가능하다.

다양한 성격의 전각마다 각각의 성격에 맞는 탱화를 그려 봉안한다.

(2) 벽화(壁畵) 벽화는 전각을 장엄하기 위해 그 안팎 벽면에 직접 그리는 그림을 말한다.

전각은 부처님을 봉안하는 곳, 다시 말해 부처님의 정토를 인간 세상에 형상화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종교적인 분위기가 충만하도록 아름답고 숭고하게 장엄한다.

벽화는 벽면의 재질에 따라 토벽화(土壁畵), 석벽화(石壁畵), 판벽화(板壁畵)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 사찰의 전각은 나무로 가구(架構)를 엮고, 이들 사이에 생긴 공간에 흙으로 벽을 만들고 그 위에 벽화를 그리므로 대다수가 토벽화다.

벽화는 건물의 수명과 연관되므로 건물이 훼손되면 벽화도 손상을 입게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여러 차례 전란을 겪어서 연대가 오래된 전각과 벽화가 그다지 많지는 않다.

기원정사를 그림으로 장엄했다는 기록에서 불화가 처음에는 벽화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조선 초기까지는 법당의 불화를 대부분 벽화로 제작했다.

그러나 조선시대 중기 이후에는 제작공정이 어려운 벽화를 제작하기보다는 탱화를 그려 벽에 거는 방식이 유행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사찰의 벽화 가운데 주목받는 것은 경상북도 영주 부석사 조사당에 그려져 있는 범천과 제석천도, 사천왕도가 고려시대의 벽화로 유명하다.

안동 봉정사 대웅전의 영산회상도(1435년경)와 강진 무위사 극락전의 아미타 후불 벽화(1476년)·아미타래영도·설법도·관음도 등도 널리 알려져 있다.

양산 통도사 영산전의 보탑도, 양산 신흥사 대광전의 아미타여래도와 약사삼존도, 고창 선운사 대웅전의 후불 벽화(1840년) 등도 유명하다.

(3) 경전화(經典畵) 경전에는 손으로 직접 베껴 쓴 사경(寫經)과 나무와 같은 판에 새겨서 찍어낸 판경(版經)이 있다.

이러한 경전에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나 본문을 압축한 그림이 실려 있어 경전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그림들은 경전의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했으므로 흔히 변상도(變相圖)라고도 부른다.

이러한 경 변상도는 심오하고 양이 많은 경전 내용을 한 장 또는 몇 장의 그림에 압축해서 표현해 경전의 세계로 인도하고 교화한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사실 방대한 내용을 좁은 지면에 함축적으로 그린다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경전 변상도 중에는 경의 내용 가운데 여러 장면을 한 화면에 설명적으로 표현해서 보기에 매우 복잡한 것도 있다.

반면 구체적인 내용을 생략하고 부처님의 설법장면으로 변상을 대표하는 것도 있다.

경전화는 재료와 기법을 기준으로 해서 사경화와 판경화로 나눌 수 있다.

주제별로 경전의 종류만큼 다양하고, 또한 같은 경전이라도 사경화와 판경화의 도상이 같은 것이 있고 다른 것도 있어, 경전 변상의 도상은 실로 무수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전해오는 예로 보아, 사경과 판경을 통틀어서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이 가장 많이 간행되었다.

법화경은 대승경전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경전이고, 또한 법화경에서 경전 간행의 공덕을 크게 강조했기 때문이다.

경전에 그림이 배치되는 형식은 권수화(卷首畵)형식, 삽도(揷圖)형식, 병렬전개(竝列展開)형식의 세 가지가 있는데 이는 사경과 판경 모두에 해당한다.

권수화형식은 경전의 첫머리에 그 경의 내용을 압축하거나 대표적인 내용을 묘사한 것이다.

경전화의 대부분이 이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삽도형식은 경전의 본문 가운데 필요한 부분에 그림을 삽입하는 형식을 말한다.

병렬전개형식은 경전의 모든 장마다 본문과 그에 해당하는 그림을 동시에 전개하는 형식이다.

대체로 글과 그림이 상하 또는 좌우로 배치된다.

경전화의 도상에서 불화와 다른 것은 화면이 가로로 길기 때문에 도상이 주로 횡적인 구도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또한 우리나라 경전화의 특징은 사경화건 판경화건 간에 채색이 없는 선묘화(線描畵)라는 점이다.

경전 변상도의 양식은 바로 이 선의 성격으로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4.전각에 장엄된 불화 각 전각에 설치된 의식단(儀式壇)은 불교의식의 분단법(分壇法)에 따라 크게 삼단(三壇)으로 나누기도 한다.

삼단이란 상단·중단·하단을 일컫는데, 각 단을 다시 상중하로 나누기도 한다.

대체로 삼단을 나누면, 상단은 불단(佛壇)으로 불보살을 모신 단이며, 중단은 신중단(神衆壇)이라 하여 신중을 모신 단이며, 하단은 영가를 모신 영단(靈壇)이 된다.

따라서 각 단에 따라 장엄하는 불화의 유형도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금당의 경우, 상단인 불단의 뒤벽을 장엄하는 탱화를 후불탱이라 한다.

이는 ‘불상의 뒤를 장엄하는 탱화’라는 뜻에서 붙인 명칭이다.

그러므로 후불탱의 그림 내용은 전각에 봉안된 상설(像設)의 내용에 따른다.

다시 말해 주존(主尊)에 의해 구분되고 그 명칭도 그에 알맞게 붙인다.

중단은 신중단이므로 장엄되는 탱화는 신중탱이다.

하단은 영가의 위패를 모신 영가단이므로 영가를 천도하는 내용을 담은 그림, 곧 감로탱을 모신다.

(1) 부처님 계열의 그림 여기서 부처님 계열의 그림이라 함은 금당의 상단에 모셔진 주존에 따라 석가모니부처님, 비로자나부처님, 아미타부처님, 약사부처님, 미륵부처님 등 우리나라에서 널리 신앙되는 각 부처님에 속하는 그림을 통틀어서 말한다.

① 석가모니부처님 그림(釋迦牟尼佛畵) ■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 대웅전(大雄殿)에는 석가모니불상과 불화를 봉안한다.

석가모니불화는 부처님이 영취산(靈鷲山)에서 법화경을 설하는 법회 장면을 그린 불화로,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라고도 한다.

도상은 본존인 석가모니부처님이 수미단의 연화좌에 결가부좌하고 있는 모습이며 중앙에 자리하고, 오른손으로 땅을 가리키는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취하고 있다.

본존을 중심으로 협시인 문수(文殊)와 보현(普賢) 보살을 비롯한 보살중(菩薩衆), 십대제자(十大弟子)와 분신불(分身佛)이 좌우에 배치되며, 아래에는 사천왕(四天王), 위쪽에는 팔부중(八部衆)이 역시 좌우로 배치되어 법회를 외호하는 형상을 취하고 있다.

이들 권속들은 대체로 본존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으며 좌우 대칭의 구도를 이룬다.

여기에 법화경에서 질문자로 나오는 사리불(舍利弗)이 본존의 대좌 앞에서 석가모니부처님을 향해 무릎을 꿇고 앉아 질문하는 장면이 첨가되기도 한다.

또한 대웅전에는 이러한 영산회상도 외에 중앙에 석가모니부처님, 왼쪽에 약사부처님, 오른쪽에 아미타부처님의 삼불회도(三佛會圖)를 봉안하기도 한다.

석가모니불화는 대웅전 외에도 영산전, 팔상전, 응진전, 나한전 등에 후불화로도 봉안된다.

■ 팔상도(八相圖) 석가모니부처님의 전기를 여덟 장면으로 압축 묘사한 그림으로, 팔상전(八相殿)에 봉안한다.

본존은 석가모니부처님이므로 석가모니후불화를 봉안하고, 팔상도 8폭을 좌우 각 4폭씩 배치하는데, 본존의 왼쪽(향해서 오른쪽)에는 도솔래의상, 사문유관상, 설산수도상, 녹원전법상, 오른쪽에는 비람강생상, 유성출가상, 수하항마상, 쌍림열반상을 봉안한다.

② 비로자나부처님 그림(毘盧遮那佛畵) ■ 삼신탱(三身幀) 대적광전(大寂光殿) 또는 대광명전에 봉안하며, 주로 세 폭으로 이루어진 비로자나삼신불화(毘盧遮那三身佛畵)를 봉안한다.

삼신은 법신(法身)·보신(報身)·화신(化身)을 일컫는다.

법신은 부처님의 진신(眞身), 즉 영겁토록 변치 않는 만유의 본체(本體)로서의 진리를 말하고, 보신은 인연에 따라 나타난 불신, 화신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스스로 몸을 바꾸어 중생의 모습이 된 불신을 말한다.

이 삼신을 그린 삼신불화에서 법신은 비로자나부처님(毘盧遮那佛), 보신은 노사나부처님(盧舍那佛), 화신은 석가모니부처님으로 표현한다.

법신 비로자나부처님은 지권인(智拳印)을 취하며, 협시보살은 석가모니부처님과 마찬가지로 문수와 보현 보살이다.

보신 노사나부처님은 양손을 벌리고 설법인(說法印)을 취하며, 주로 보관을 쓴 보살형으로 표현된다.

화신 석가모니부처님은 항마촉지인을 취하며, 영산회상도와 같은 도상이다.

■ 화엄탱(華嚴幀)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의 내용을 표현한 그림으로, 화엄전에 봉안한다.

우리나라에서는 80권으로 번역된 80화엄이 주로 유통되었는데, 내용은 크게 일곱 군데에서 행하는 아홉 번의 법회로 구성된다.

화엄탱은 일곱 군데에서 행한 아홉 번의 법회의 장면을 그린 그림이라 하여 ‘칠처구회도(七處九會圖)’라고도 한다.

화엄경 변상도는 크게 상부와 하부로 구성되는데, 화면의 상부에는 천상에서 행하는 네 번의 법회, 하부에는 지상의 법당에서 행하는 다섯 번의 법회 장면, 그리고 화엄경의 마지막 품인 <입법계품>(入不思議解脫境界普賢行願品)의 내용인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찾는 장면이 묘사된다.

최하단부에는 <화장세계품(華藏世界品)>의 연화장세계도가 그려져 있다.

③ 아미타부처님 그림(阿彌陀佛畵) ■ 극락회상도(極樂會相圖=彌陀會幀) 아미타부처님이 서방극락에서 설법하는 모습을 그린 불화다.

화면의 중앙에 아미타부처님이 설법하고 있고 그 주위에 권속이 배치되는 방식으로, 석가모니부처님의 영산회상도와 구성이 비슷하다.

아미타부처님의 협시보살은 관음(觀音)과 세지(勢至) 보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세지보살 대신 지장보살이 오른쪽 협시보살이 되기도 한다.

그림에 등장하는 존상의 수에 따라 독존도(獨尊圖), 삼존도(三尊圖: 아미타부처님과 관음·세지 보살, 또는 아미타부처님과 관음·지장 보살), 오존도(五尊圖: 아미타부처님과 관음·세지·지장·용수 보살), 칠존도(七尊圖: 아미타부처님과 관음·세지·문수·보현·금강장·제장애 보살), 구존도(九尊圖: 아미타부처님과 관음·세지·문수·보현·금강장·제장애·미륵·지장 보살), 군도 형식인 아미타극락회상도(阿彌陀極樂會上圖: 아미타부처님과 8대보살, 사천왕, 십대제자, 범천·제석천, 타방불·팔부중 등) 형식 등으로 분류한다.

고려시대에는 아미타독존도, 아미타삼존도, 아미타구존도가 많이 제작되었고, 조선시대 사찰의 극락전에는 극락회상도가 주로 봉안되었다.

또한 대웅전의 삼불회(三佛會) 중 왼쪽에 아미타극락회상도를 봉안하기도 한다.

■ 아미타래영도(阿彌陀來迎圖) 아미타부처님의 명호를 외는 염불수행을 열심히 하면 아미타부처님이 내려와서 서방극락으로 맞이해간다고 한다.

이렇게 아미타부처님 등이 왕생자를 서방극락으로 맞이해가는 모습을 그린 것을 아미타래영도라고 한다.

아미타래영도에도 설법도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형식이 있다.

아미타부처님이 단독으로 맞는 아미타독존래영도, 아미타삼존이 맞이하는 아미타삼존래영도, 아미타부처님과 8대보살이 맞이하는 아미타구존래영도, 여러 성중(聖衆)들이 함께 맞이해가는 아미타성중래영도, 그리고 왕생자들을 용선(龍船)에 싣고 인로왕보살(引路王菩薩)과 관음보살 등이 아미타부처님에게 인도해가는 용선래영도(龍船來迎圖) 등이 있다.

■ 관경변상도(觀經變相圖 = 觀無量壽經變相圖) 아미타사상의 기본 경전인 정토 삼부경 가운데 가장 발달된 형태라고 할 수 있는 《관무량수경》의 내용을 그린 것이다.

관경변상도는 서분(序分)의 내용을 그린 서분변상도(序分變相圖)와 본분변상도(本分變相圖)로 구분된다.

서분변상도는 석가모니부처님이 이 경전을 설법하게 된 동기인 위데휘 왕비와 빔비사라 대왕, 그리고 아들인 아사세 태자 사이에 얽힌 마가다왕국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본분변상도는 16관변상도라고도 하며 석가모니부처님이 16가지 극락세계의 장엄함을 관상(觀想)하고 수행하게 하여 위데휘 왕비와 그 일행을 구제하는 내용이다.

16관은 아미타부처님을 관상하는 13단계의 관상법[定善觀]과 근기에 따라 3품으로 분류한 왕생자들이 극락왕생하는 모습이다[散善觀]. 보통 화면 중앙에 아미타부처님의 극락세계가 전개되고, 그 위쪽과 좌우에 13관이 배치되며, 하단에는 상중하 3품의 중생들이 왕생하는 모습을 표현한다.

16관은 제1일상관(日想觀), 제2수상관(水想觀), 제3지상관(地想觀), 제4보수관(寶樹觀), 제5보지관(寶池觀), 제6보루관(寶樓觀), 제7화좌관(華座觀), 제8상관(像觀), 제9진신관(眞身觀), 제10관음관(觀音觀), 제11세지관(勢至觀), 제12보관(普觀), 제13잡상관(雜像觀), 제14상배관(上輩觀), 제15중배관(中輩觀), 제16하배관(下輩觀)이다.

④ 약사부처님 그림(藥師佛畵) ■ 약사회탱(藥師會幀=藥師琉璃如來說法圖) 약사부처님의 도상은 왼손바닥 위에 약사부처님의 상징인 약그릇을 올려놓고, 오른손으로는 설법인이나 시무외인(施無畏印)의 자세를 취하며, 협시보살은 일광(日光)과 월광(月光) 보살이다.

약사부처님 그림에는 약사부처님과 협시보살을 그린 약사삼존도, 여기에 12신장 등의 권속을 첨가한 약사불회도 등의 형식이 있다.

12신장은 갑옷을 입고 각기 칼, 추, 도끼 등의 무기를 든 무장형이며, 각각 몸의 색을 달리하고 있다.

약사부처님은 약사전에 봉안되거나 대웅전에 삼불회의 한 폭으로 봉안된다.

⑤ 미륵부처님 그림(彌勒佛畵) 미륵불화는 도솔천의 미륵천궁을 묘사한 미륵정토 변상도(彌勒淨土變相圖), 용화수 아래서 미륵이 되어 중생을 제도하는 미륵하생도(彌勒下生圖), 미륵보살이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미륵래영도(彌勒來迎圖)의 형식이 있다.

이와 같이 미륵부처님을 주제로 한 그림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에 전해오는 것은 고려시대에 제작된 미륵하생경 변상도(彌勒下生經變相圖) 두 점뿐이고, 조선시대 그림으로는 통도사 용화전에 봉안되었던 미륵여래탱뿐이다.

미륵하생경 변상도를 보면 미륵부처님이 용화수 아래서 설법하는 장면과, 미륵부처님이 부처가 되어 하생한 시두말대성(翅頭末大城)의 풍려하고 비옥한 모습, 미륵부처님에게 귀의하는 전륜성왕 부부의 모습 등이 묘사되어 있다.

보살화로는 조선시대에 그려진 괘불들이 전해온다.

(2) 보살 계열 그림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관음전의 상단 그림으로 관음탱이 널리 알려져 있으며, 그 밖에 명부전의 상단 그림으로 지장탱이 많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 지장탱은 따로 명부중 그림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① 관음보살도(觀音菩薩圖) 관음보살도는 단독으로도 많이 그려진다.

특히 고려시대 이래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가 매우 많이 제작되어 현존하는 고려불화 중에는 관음보살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고려시대의 수월관음도는 《화엄경(華嚴經)》의 <입법계품>에서 선재동자(善財童子)가 53선지식 가운데 한 분인 관음보살을 찾아가 법문을 구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즉 관음보살이 보타락산의 바위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 합장하며 우러러보는 선재동자를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는데, 자비로우면서 원만한 상호로 아름다운 천의와 영락장식 등을 걸치고 있다.

관음보살 주위에는 버들가지가 꽂힌 정병이 있고, 한 쌍의 대나무가 솟아 있으며, 파랑새가 날고 있다.

수월관음도는 섬세하고 아름다우며 서정적인 불화다.

(3) 나한 계열 그림 나한을 주제로 그림 그림으로는 십육나한도와 오백나한도가 널리 유행했다.

여기에서는 나한도의 개념을 넓혀서 십대제자나 한 종파를 처음으로 연 조사(祖師)를 비롯한 고승대덕을 기리기 위해 그린 그림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① 나한도(羅漢圖) 우리나라에서 16나한도를 많이 그린다.

응진전이나 나한전에 석가모니 후불화와 함께 봉안한다.

나한도는 이국적인 모습, 탈속한 모습, 자유자재한 다양한 자세, 용 같은 신령스러운 동물을 자유로이 다루는 도인의 모습 등, 도상이 다양하고 자유로워 회화성이 강한 불화다.

16나한도 외에 빈두로 존자만을 그린 나한도를 독성도(獨聖圖)라고 한다.

천태산을 배경으로 늙은 비구가 석장을 짚고 앉아 있는 모습을 주로 그린다.

독성도는 독성각을 지어 봉안하거나 또는 주불전 입구에 봉안하기도 한다.

② 진영(眞影) 고승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진영(眞影)이라고 한다.

진영은 고승 숭배사상과 선종의 영향으로 많이 제작되었는데, 각 종파의 개산조(開山祖)나 국가에 공을 세운 고승, 또는 문파에서 뚜렷한 업적을 남긴 스님들의 초상을 그렸다.

진영의 형식은 의자에 앉은 의좌상(倚坐像)과 화문석 등이 깔린 바닥에 앉은 좌상으로 구분되며, 의좌상에는 답대(踏臺)에 발을 올려놓고 의자에 걸터앉은 형식과 답대에는 신발만 놓고 의자에 결가부좌로 앉은 형식이 있다.

정면보다는 약간 측면의 자세를 취하고, 스님의 정신이 배어나도록 얼굴에 가장 중점을 두어 정성들여 묘사한다.

진영은 조사당(祖師堂) 또는 진영각(眞影閣) 등에 봉안하는데, 역대 16국사의 진영을 봉안한 송광사의 국사전(國師殿)이 대표적이다.

(4) 신중 계열 그림 ① 신중탱(神衆幀) 신중도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제석천과 천부중을 그린 제석도(帝釋圖), 범천과 제석천에 천부중을 그린 제석범천도(帝釋梵天圖), 위태천(韋太天)을 중심으로 한 천룡팔부중과 사천왕 등 무장의 신중을 그린 천룡도(天龍圖), 제석도와 천룡도를 함께 그린 제석천룡도(帝釋天龍圖), 제석과 금강역사를 그린 제석금강도(帝釋金剛圖), 그 외에 화엄경에 등장하는 39위 신장을 묘사한 39위신중도(39位神衆圖), 104위신중도 등이 있다.

② 사천왕탱(四天王幀) 사천왕은 수미산의 사방을 지키는 호법신으로 동방의 지국천왕(持國天王), 남방의 증장천왕(增長天王), 서방의 광목천왕(廣目天王), 북방 다문천왕(多聞天王)이다.

갑옷을 입은 무장형으로 비파, 칼, 활, 탑과 같은 지물을 들고 있으며, 사찰 입구 천왕문(天王門)에 봉안한다.

③ 칠성탱(七星幀) 칠성도는 북두칠성을 불교화한 그림으로 칠성각에 봉안한다.

본존은 북극성(北極星)을 불교식으로 여래화한 치성광여래(熾星光如來)로서, 자연적인 재해나 적의 침략 등의 재앙을 소멸해주고 자손 번성과 수명 연장을 이루어주는 부처로서 조선시대에는 특히 자식 낳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열렬히 받들었다.

치성광여래의 도상은 왼손에 금륜(金輪)이나 약합(藥盒)을 들고 있고, 협시는 일광과 월광 보살이다.

그 밖에 북두칠성을 여래화한 7여래, 필성(弼星), 14성군(星君), 28숙(宿), 삼대육위(三臺六位) 등 도교적 존재들을 불교화해서 배치한다.

④ 산신탱(山神幀) 산신은 호랑이를 불교적으로 신격화한 것이다.

산신도의 도상은 심산유곡을 배경으로 백발이 성성한 신선 같은 산신이 호랑이를 깔고 앉아 있거나 기대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며, 산신각에 봉안한다.

(5) 명부중 계열 그림 ① 지장보살도(地藏菩薩圖) 지장보살은 아미타삼존도에서 아미타불의 오른쪽 협시보살로도 표현된다.

지장독존도, 도명 존자와 무독귀왕과 함께 그리는 지장삼존도, 지장삼존도에 범천, 제석천, 사천왕 등을 첨가한 지장권속도, 여기에 시왕을 첨가한 지장시왕도(地藏十王圖), 지장시왕도 아래에 지옥 장면을 첨가한 지장경 변상도 등의 형식이 있다.

② 삼장보살도(三藏菩薩圖) 지장보살신앙이 확대된 것이 삼장보살이다.

이는 천장(天藏)·지지(地持)·지장(地藏) 보살을 일컫는 것으로, 법신불·보신불·화신불로 이루어진 비로자나 삼신불과 같은 삼신불의 논리를 지장보살에게 적용함으로써 성립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삼장보살도의 도상은 중앙에 천장보살과 권속, 오른쪽에 지지보살과 권속, 왼쪽에 지장보살과 권속을 그리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도상의 불화이다.

③ 시왕도(十王圖) 명부에서 죽은 자의 죄업을 심판하는 열 명의 대왕인 시왕을 그린 그림으로, 명부전에 봉안한다.

명부전에는 본존으로 지장보살상과 지장보살도를 봉안하며, 그 좌우에 시왕도를 배치한다.

시왕은 명부의 재판관인 염라대왕이 중국에서 도교와 결합되어 십대왕으로 확대된 것이다.

죽은 중생들이 1·7일에서 7·7일까지와 백 일, 1년, 3년 등 열 차례에 걸쳐 각 왕 앞에 나아가 재판을 받는데, 3년 안에 태어날 세계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경전에 따르면 열 명의 대왕은 관장하는 지옥이 따로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왕탱은 상단에 자리한 대왕과 하단에 그려진 지옥 장면이 경전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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