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문화 – 불상
불상 1.불상의 탄생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지 5백여 년이 지나서야 불상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불상이 없었던 시기의 초기 불교미술을 일반적으로 불상이 없는 시대의 불교미술이라 하여 ‘무불상시대(無佛像時代)’라 부른다.
불상이 없었던 시기에는 보리수·법륜·불족·탑 등이 예배 대상이었다.
고대 인도 중기에 해당하는 쿠샨왕조 시기, 즉 기원후 1세기경에 간다라와 마투라 지방에서 불상이 탄생했다.
이 두 지역의 당시 역사가 분명하지 않아 불상 제작 시기를 놓고 격렬한 논쟁이 일어났다.
즉 불상의 간다라설과 마투라설이 팽팽하게 맞서왔다.
다행히 요즘은 학계에서 간다라와 마투라 동시설로 견해가 일치되고 있다.
간다라와 마투라 지역에서 제작된 불상은 그 모습이 전혀 달라 각각 독자적으로 불상을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2.불상의 도상적(圖像的) 특징 불교미술에는 탑이나 불상을 조성하거나 불화를 봉안할 때 갖추어야 할 일정한 형식이 있다.
예를 들면 불상을 조성할 때 부처님의 모습이 어떠해야 한다는 것을 경전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32상 80종호이다.
이러한 일정한 틀을 우리는 도상(圖像)이라 한다.
따라서 불교미술에서는 이 도상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상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부처님이 앉는 대좌(臺座), 부처님의 몸인 불신(佛身), 부처님의 몸을 장엄하는 광배(光背)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부처님 몸과 광배에 대해서만 32상 80종호에 규정되어 있고, 대좌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한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32상 80종호는 부처님이 갖춘 관상(觀相)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32상은 대상(大相)이라 하여 기본적인 특상(特相)을 말한다.
80종호(種好)는 소상(小相)이라 하여 대상을 전제로 한 세부의 특징으로 80수호(隨好)라고도 한다.
《대지도론(大智度論)》 제4권에서 이르기를 “대왕의 태자께는 실로 32상이 있습니다.
만일 집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될 것이요, 집을 떠나면 반드시 부처님이 될 것입니다.
”라고 했다.
따라서 32상은 원래 대인(大人) 즉 대장부(大丈夫)의 특수한 상으로서, 세간에서는 전륜성왕(轉輪聖王)이, 출세간에서는 여래(如來)가 갖추어야 하는 상이다.
이것은 불상을 조성하는 데 하나의 모범이 되었다.
(1) 불신(佛身) 32상 80종호가 모든 부처님의 형상에 그대로 표현되는 것은 아니다.
생명을 가진 부처님의 모습을 규정한 것을 조각이나 그림에 모두 적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32상 80종호의 규정이 불상을 만드는 기본 도상이 된 것은 사실이고, 이에 따라 조성된 불상은 어느 시대, 어느 곳을 막론하고 비슷한 모습이 된 요체인 것이다.
① 머리카락 부처님의 머리 모양은 원래 비구들과 마찬가지로 머리털을 깎은 형태였을 것이 분명하지만 불상이 조성되던 당시에는 다르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머리의 정상에 높은 육계(肉琦)가 표현되고, 머리카락은 나선형으로 오른쪽으로 돌아 올라가게 했다.
이것은 원래 성자들이 긴 머리카락을 위로 틀어 올려 묶던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② 백호(白毫) 부처님의 이마에 난 흰 털을 말한다.
원래는 ‘중도일승의 법(中道一乘의 法)’을 상징한다고 한다.
불상에는 수정 같은 보석을 끼우거나 도드라지게 새기기도 하며, 흰 털을 직접 그려넣기도 한다.
③ 귀 귀인(貴人)의 상호에서 긴 귀는 빠뜨릴 수 없는 특징이기 때문에 이것을 불상에 그대로 표현한 것으로 생각한다.
④ 손 초기 불상에는 손바닥에 바퀴무늬가 새겨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불법의 전도를 뜻하는 이 바퀴무늬는 후대에 이르면서 점차 사실적인 손금으로 표현된다.
우리나라 불상은 이러한 특징을 받아들여 선운사 금동 지장보살상 등 몇몇 불상을 제외하고는 모두 손금으로 표현되어 있다.
(2) 광배(光背) 32상 80종호의 규범에는 “한 길이나 되는 빛이 비친다.
”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것을 형상으로 나타내면 광배가 된다.
부처님의 신비함과 위대함을 장엄하게 드러내기 위해 빛의 발산을 표현한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빛은 머리에만 비칠 수도 있고 전신에 모두 비칠 수도 있다.
즉 두광(頭光)과 전신광(全身光)이 그것이며, 이것을 형상화하면 머리광배와 전신광배가 된다.
(3) 대좌(臺座) 대좌는 앉는 자리를 말하며, 좌(座)또는 좌대(座臺)라고 한다.
불상은 불신, 광배, 대좌가 하나를 이루어야 완성되기 때문에 불상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그러나 불상의 규범인 32상 80종호에는 대좌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대좌는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서 참선할 때 앉았던 풀방석이 유래가 된다.
이것이 부처님을 신격화함에 따라 금강보좌(金剛寶座)로 변하는데, 불상이 다양해지면서 보살상, 신장상 등이 등장하고, 대좌는 한층 더 다채롭게 변한다.
대좌의 종류는 《대지도론》에서 언급한 사자좌(獅子座)와 연화좌(蓮華座)가 보편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4) 손가짐[印契] 불상을 보고 무슨 부처님인가를 판단할 경우, 대개 몇 가지를 종합해서 정의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손 모양이다.
사실 불상의 손을 보면 제각기 달라서 가히 천차만별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러한 여러 모양의 손 모양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고 특정한 모양을 나타낸 것과,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는 것이다.
전자를 수인(手印)이라 부르고, 후자를 계인(契印)이라 한다.
수인과 계인을 합쳐서 ‘인계(印契)’라 부르고, 산스크리트로는 ‘무드라(Mudra)’라고 부르기도 한다.
① 수인(手印) 수인은 석가모니부처님의 근본 5인에서부터 아미타부처님의 9품인, 비로자나부처님의 지권인 등 다양하다.
이들을 다시 모든 불상에 다 사용되는 통인(通印)과 한 불상에만 쓸 수 있는 별인(別印)으로 구별한다.
선정인과 여원인, 시무외인 등은 통인이며, 항마촉지인, 전법륜인, 천지인 등은 석가모니불상의 별인이고, 아미타불상의 별인은 9품인이다.
비로자나불상은 지권인, 약사불상은 약기인, 미륵불상은 용화수인이 별인이다.
■ 천지인(天地印) 천지인은 부처님의 탄생과 관련 있는 수인이다.
석가모니부처님은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걷고 “하늘 위와 아래에 오직 나 홀로 존귀하도다.
모든 세상이 고통 속에 잠겨 있으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天上天下唯我獨尊 一切皆苦我當安之).”라고 외쳤다.
이 때 아기부처님의 한 손은 하늘을 가리키고, 한 손은 땅을 향하고 있다.
부처님 오신 날 아기 부처님 목욕시키는 의식[灌浴式, 灌頂式] 때 볼 수 있는 부처님의 모습이다.
■ 선정인(禪定印) 선정인은 결가부좌 상태로 참선 즉 선정에 들 때의 수인이다.
왼손 손바닥을 위로 해서 배꼽 앞에 놓고, 오른손도 손바닥을 위로 해서 그 위에 겹쳐 놓으면서 두 엄지손가락을 맞대어 놓은 형식이다.
부처님은 출가 후 여러 스승을 찾아 다니며 가르침을 구했다.
그 가운데는 오랜 기간에 걸친 고행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뒤에 부처님은 고행을 그만두고 보리수 아래에서 선정에 들어 깨달음을 얻었다.
이 때의 손 모양이 바로 선정인이다.
■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 항마촉지인은 부처님이 마왕 파순의 항복을 받기 위해 자신의 수행을 지신(地神)에게 증명해보라고 말하면서 지은 수인이다.
선정인에서 왼손은 그대로 두고 위에 얹은 오른손을 풀어 손바닥을 무릎에 대고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키는 모습으로, 부처님의 깨달음의 순간을 표현한 것이다.
이 날이 바로 12월 8일 성도절(成道節)로 불교가 시작된 역사적인 날이다.
성도절은 부처님이 수많은 마왕의 군대를 항복받고 깨달은 날이며, 인간의 몸으로 신의 세계를 뛰어 넘어 대자유인의 시대를 연 날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불상 가운데도 항마촉지인을 한 석가모니부처님이 가장 많다.
석굴암 부처님의 손 모양이 바로 그것이다.
보통 불전(佛傳) 미술에서는 이 항마의 장면이 부처님의 깨달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사용된다.
■ 설법인(說法印, 轉法輪印) 설법인은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뒤 다섯 비구에게 첫 설법을 하며 지은 수인이다.
부처님은 자신이 깨달은 경지가 너무 심오해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를 주저했지만, 범천(梵天)의 간청으로 법을 설할 결심을 하였다.
그래서 전에 함께 고행하던 다섯 사람의 수행자들을 찾아나섰다.
녹야원에 도착한 부처님은 다섯 사람의 수행자를 위해 처음 법을 설했는데, 이것을 일컬어 ‘초전법륜’이라고 한다.
진리의 수레바퀴를 처음으로 돌렸다는 의미다.
현재 바라나시 녹야원에 있는 사르나트박물관의 초전법륜상이 유명하다.
우리나라에는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불상이 대표적이나, 그 예가 많지 않다.
■ 시무외여원인(施無畏與願印) 시무외여원인은 시무외인과 여원인을 합친 것으로, 중생의 두려움을 없애주고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것을 상징하는 수인이다.
시무외인은 다섯 손가락을 가지런히 위로 뻗치고 손바닥을 밖으로 하여 어깨 높이까지 올린 형태다.
여원인은 손바닥을 밖으로 하고 손가락은 펴서 밑으로 향하며, 손 전체를 아래로 늘어뜨리는 모습이다.
이 두 수인은 처음에는 달리 표현되었으나 어느 때부터인가 시무외여원인으로 함께 표현되고 있다.
시무외여원인은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삼국시대의 불상에 나타난다.
석가모니불상뿐만 아니라 다른 불상에도 표현된다.
따라서 어느 부처님이나 두루 취하는 수인이기 때문에 별인(別印)과 구별해서 통인(通印)이라고 한다.
■ 아미타정인(阿彌陀定印)과 구품인(九品印) 아미타정인은 선정인을 약간 달리한 것으로 두 손을 배쪽에 가까운 다리 위에 올려놓고, 두 손의 엄지는 끝을 맞대고 다른 손가락은 펴서 서로 깍지낀 모양이다.
부처님의 가장 큰 바람은 모든 중생을 자비로 구제하는 것인데, 중생들의 근기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그들에게 맞는 설법이 필요했다.
구품인은 중생의 근기에 따라 품[根機]과 생[往生]을 상배·중배·하배로 나누고, 다시 각각 상중하 3품으로 구분하는 구품왕생(九品往生)으로 이루어져 있다.
■ 지권인(智券印) 지권인은 밀교 가운데 태장계의 주존불인 마하비로자나부처님, 즉 대일여래가 짓는 손가짐이다.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아서 각각의 엄지손가락을 손바닥으로 감추고 다른 손가락들로 감싸 주먹을 쥔다.
이런 두 손을 아래 위로 겹치고, 왼손의 검지는 세워서 오른손의 주먹 속으로 넣는 모양이다.
이것은 이(理)와 지(智), 중생과 부처, 미(迷)와 오(悟)가 본래 하나라는 것을 상징하는데, 손 모양을 통해서 이러한 진리를 즉시 깨닫게 하려는 것이다.
■ 약기인(藥器印) 약사불상의 가장 큰 특징은 수인(手印)과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인 지물(持物)에 있다.
먼저 지물인 약기(藥器)에 대해 살펴보면, 우리나라 약사불상은 보주(寶珠) 형태와 약그릇[藥器] 형태로 구분된다.
대부분의 약사불상은 약그릇으로 보주형의 지물을 가지고 있는데, 이처럼 둥근 보주형으로 만든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보주의 의미로 《대품반야경(大品般若經)》 제10에 의하면 “사람의 질병을 치료해주고 빈궁에서 벗어나게 하며, 아울러 어떠한 독(毒)도 침투하지 못하게 하는 공덕이 있다.
”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성질을 갖는 보주는 현세구복 신앙의 성격이 강한 관음보살, 지장보살, 약사불의 지물로 사용된다.
둘째로는 약호(藥壺)나 약합(藥盒)을 단순화한 것이라는 견해이다.
② 계인(契人) 계인은 손에 물건을 든 수인을 말한다.
약사부처님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상이 계인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주로 보살상, 신장상, 나한상들이 계인을 하고 있다.
수많은 보살상과 신장상과 나한상들은 각각 다른 지물을 들고 있기 때문에 종류는 그만큼 다양하다.
법구(法具), 무구(武具), 약기(藥器), 동물, 식물, 옥류(玉類), 건축물, 장신구, 별, 자연현상 등 모든 것이 그 대상이 된다.
3.불상의 종류 (1) 불상(佛像) 불교의 상(像)은 일반적으로 여래상, 보살상, 신장상, 나한상 및 조사상으로 구분된다.
불상은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이고 최고의 경지인 깨달음을 얻은 이를 상징하는 것이고, 보살상은 깨달음은 얻었지만 아직 중생제도를 위해 부처가 되는 걸 잠시 미룬 이를 가리킨다.
그렇기 때문에 불상과 보살상은 시각적으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불상은 32상 80종호라는 규범에 따라 조성되었고 전륜성왕이 모델이기 때문에 남성의 모습이다.
이에 반해 보살상은 중생들의 다양한 원(願)에 귀 기울이기 위해 남성의 모습보다는 여성의 모습에 가깝다.
불상과 달리 보살상은 머리에는 화려한 보관(寶冠)을, 몸에는 영락(瓔珞)이라는 장신구를 하고 하늘거리는 천의(天衣)를 입었다.
나한상은 깊은 산속에서 수행에 전념하는 나이 많은 수행자, 즉 노스님을 연상하면 맞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신선의 모습이 바로 나한의 모습에 가깝다.
신장상은 주로 무장한 모습인데, 사천왕상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불상은 무수하게 많고, 매우 다양하게 나뉜다.
법신(法身), 보신(報身), 화신(化身)의 삼신불상(三身佛像)과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불(三世佛)이 있다.
이것이 각각 천불(千佛)로 확대되어 모두 삼천불이 되기도 한다.
또한 방위를 나타내는 사방불(四方佛), 오방불(五方佛) 등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많은 부처님 가운데 석가모니불상, 비로자나불상, 아미타불상, 약사불상, 미륵불상 등이 많이 조성되었다.
① 영산회상의 교주, 석가모니부처님 부처님은 2천6백여 년 전에 중인도의 카필라성에서 태어났으며,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분이다.
출가해서 6년의 힘든 수행 끝에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모든 번뇌를 단숨에 끊어버리고 위대한 승리자가 된 것이다.
그래서 큰 영웅, 즉 대웅(大雄)이라 하였으며, 그를 모신 전각을 대웅전(大雄殿)이라 부르게 되었다.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부처님의 좌우에 약사부처님과 아미타부처님, 또는 아미타부처님과 미륵부처님을 봉안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대웅보전(大雄寶殿)’이라 부른다.
석가모니부처님의 좌우 협시보살(協侍菩薩)은 반야(般若)의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文殊菩薩)과 중생을 위해 서원을 세우고 수행하는 행원(行願)을 상징하는 보현보살(普賢菩薩)이 대표적이다.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는 대웅전에 주존불(主尊佛)로 봉안하거나 응진전, 나한전, 영산전, 팔상전 등에도 주존불로 봉안했다.
응진전 등에는 석가모니부처님의 좌우에 미륵과 제화갈라 보살 등 수기삼존(授記三尊)을 봉안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② 서방 극락정토로 인도하는 아미타부처님 아미타부처님은 서방정토 극락세계의 교주로서 죽음의 고통에서 중생을 구제하고자 오는 분이다.
산스크리트로 아미타바 붓다(Amita-bha Buddha) 또는 아미타유스 붓다(Amita-yus Buddha)로도 불린다.
아미타바는 한량없는 빛을, 아미타유스는 한량없는 수명을 의미한다.
그래서 전자를 무량광불(無量光佛), 후자를 수량수불(無量壽佛)이라 한다.
아미타부처님은 서방극락(西方極樂)에 계시면서 뭇중생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분이다.
누구든지 아미타부처님을 지극 정성으로 부르면 서방극락의 정토(淨土)로 맞아가신다.
아미타부처님에 대해서는 정토 삼부경, 즉 《무량수경(無量壽經)》, 《아미타경(阿彌陀經)》,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아미타부처님을 봉안한 전각을 무량수전, 극락전, 미타전이라고 한다.
좌우 협시보살은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가장 보편적이나, 고려시대부터는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이 배치되기도 했다.
도상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것은 당시의 신앙형태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③ 중생의 병고를 다스리는 약사부처님 인간의 근본 고(苦)는 생로병사(生老病死)다.
그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고(苦)를 들라면 병고(病苦)를 들 수 있다.
이처럼 인간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질병문을 불교에서는 약사신앙으로 해결하려 했다.
약사신앙은 약사유리광여래 또는 대의왕불(大醫王佛)이라고 하는 약사불이 보살이었을 때 서원한 12대원(大願)을 뼈대로 한 것이다.
이 12대원은 크게 두 가지로 구별된다.
하나는 중생들이 갖는 현세의 소망을 이루게 한 후 궁극적으로 무상보리(無上菩提)를 이루게 한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중생들의 병고를 치료해주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약사신앙은 중생들의 병고 내지는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그들이 갖는 현세의 소망을 성취케 하고 마침내는 해탈하고자 하는 기대에서 이루어진 신앙체계였다.
약사부처님을 모신 전각을 약사전 또는 유리보전(琉璃寶殿)이라 하며, 좌우 협시는 일광보살(日光菩薩)과 월광보살(月光菩薩)이다.
이와 함께 약사 12대원을 상징하는 약사 12신장을 거느리고 있다.
④ 용화수(龍華樹) 꽃을 든 미륵부처님 미륵부처님은 메시아로 널리 알려진 미래불(未來佛)이다.
미륵신앙과 관련된 대표적인 경전이 여섯 종류가 있는데, 이 가운데 《불설관미륵보살상생도솔천경》(미륵상생경), 《불설미륵하생경》(미륵하생경), 《불설미륵대성불경》(미륵대성불경)을 미륵 삼부경이라 한다.
미륵 경전의 내용은 주로 석가모니부처님의 제자인 미륵보살이 도솔천에 상생(上生)해 있다가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열반하신 지 56억 7천만 년 뒤에 내려와 [下生] 용화수 아래에서 설법하여 고통받는 중생들을 제도한다는 것이다.
미륵부처님(미륵보살)의 세상은 어떤 고통도 없는 낙원이며, 인간의 수명은 8만 8천 살이며, 생각만 해도 모든 것이 저절로 생기는 곳이라고 한다.
불교미술에서는 각 시대마다 미륵신앙을 근거로 한 미륵보살과 미륵부처님을 만들어 정성껏 봉안해왔다.
삼국시대에는 미륵상생경을 기초로 사색에 잠긴 모습의 미륵보살상을 만들었다.
국보 78호와 83호 금동 미륵반가사유상은 도솔천에서 끊임없이 수행에 전념하고 있는 보살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2) 보살상 보살상은 대승불교의 특징을 상징하는 보디사트바(Bodhisattva)를 도상화한 상이다.
보살은 위로는 진리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하는(上求菩提 下化衆生) 것을 강조한다.
따라서 대승불교에는 수많은 보살상이 등장하고 있다.
보살상은 대부분 머리에 화려한 보관(寶冠)을 쓰고 머리칼[寶髮]을 드리우며, 몸은 장신구로 장엄하고 옷은 천의를 걸치고 있다.
보통 보살상에는 독존상도 있지만 거의 부처님 좌우의 협시상으로 조성된다.
불상이 주연이라면 보살상은 조연으로 주연 배우의 성격을 드러내주고 곁에서 보좌하는 구실을 한다.
즉 본존(本尊)은 불상이고, 협시(協侍)는 보살인 것이다.
때로는 보살상이 홀로 주연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보살이 바로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 문수보살이다.
보살상은 주로 손에 든 물건에 따라 구분하기도 하고, 보관의 형태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① 지혜의 상징 문수보살 문수보살은 산스크리트로 ‘만주슈리(Man~jus´ri)’며 이 말 전체를 묘길상(妙吉祥)·묘덕(妙德) 등으로 번역한다.
문수사리와 만수실리는 이 만주슈리를 소리나는 대로 쓴 것이며, 문수(文殊)란 문수사리(文殊舍利)를 생략한 말이다.
문수보살은 불교의 실천[行]을 상징하는 보현보살과 함께 석가모니불과 비로자나불의 협시보살로 사자를 탄 형상으로 나타난다.
문수보살상은 사자를 타고 있는데 이렇게 사자를 탄 문수를 언급한 최초의 경전이 초기 밀교 경전인 《다라니집경》이다.
“문수의 몸은 온몸이 흰색이며 정수리 뒤에 빛이 있다.
칠보의 영락과 보관(寶冠), 천의(天衣) 등 갖가지로 장엄하고 사자에 올라타고 있다.
”라는 구절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문수 신앙처는 오대산과 금강산이다.
오대산 상원사 청량선원의 문수보살상과 문수동자상이 유명하다.
② 지혜의 실천자 보현보살 보현보살은 산스크리트로 ‘사만타바드라(samantabhadra)’이다.
‘사만타’란 ‘완전한’ ‘보편적인’이라는 뜻으로, 보(普)·편(遍) 내지는 보편(普遍)으로 한역된다.
‘바드라’란 ‘행복한’, ‘좋은’,‘아름다운’이라는 의미로 현(賢)·현선(賢善)·선(善)·묘(妙) 등으로 의역된다.
이 의미대로 본다면 보현보살은 이 세계 곳곳에서 어질고 아름다우며 완벽하게 나타나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이다.
바로 문수보살의 지(智)와 대응하는 실천적이고 구도적인 행(行)의 보살이다.
보현보살은 여섯 개의 상아를 지닌 흰 코끼리를 타고 모든 장소에 몸을 나투어 청량한 빛으로 중생을 길러내는 자비를 상징한다.
따라서 불교미술에서는 석가모니불과 비로자나불의 좌우 협시보살로서 늘 함께 표현된다.
③ 깊은 명상에 잠긴 미륵보살 미륵보살은 미륵불과 마찬가지로 즐거움을 준다는 산스크리트 ‘마이트리(maitri)’에서 파생된 ‘마이트레야(Maitreya)’로서 자씨보살(慈氏菩薩)로 의역된다.
석가모니불도 이 세상에 태어나 깨달음을 얻기 전에는 도솔천 내원궁(內院宮)에서 살았던 것으로 설해져 있다.
미륵보살은 56억 7천만 년 동안 도솔천에 머물면서, 여러 중생들을 위해 법을 설하고 깊은 사유에 잠기기도 하면서 수행에 몰두한다.
《미륵하생경》과 《미륵대성불경》에 따르면, 미륵보살이 지상에 하생(下生)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륜성왕이 통치하는 이상사회가 구현되어 있어야 한다.
실제로 백제와 신라의 지배층은 이 미륵하생신앙을 미륵보살이 하생할 만한 이상사회를 건설하는 주체로서 자신들을 합리화하는 이데올로기로 받아들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반가사유상을 삼국시대인 6세기부터 통일신라 초기까지 약 1백 년간 집중적으로 조성했다.
우리나라의 반가사유상은 국보 제78호와 제83호 미륵반가사유상이 대표적인데, 일본에도 영향을 미쳐 고류지(廣隆寺)와 츄코지(中宮寺)의 반가사유상과 같은 많은 예를 남기고 있다.
④ 대자비의 화신 관세음보살 대승불교의 꽃인 관음보살은 산스크리트 명칭으로 ‘아바로키테슈바라(Avalokites´vara)’라고 하며, 여러 종류가 있다.
《법화경》 <보문품>에서는 그 변화의 모습을 33가지로 나열하고 있다.
그 가운데 성관음(聖觀音)·천수관음(千手觀音)·십일면관음(十一面觀音)·불공견삭관음(不空寇索觀音)·여의륜관음(如意輪觀音)·마두관음(馬頭觀音)·준제관음(准提觀音) 등이 가장 유명하다.
관음보살상이 다른 보살상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보관에 표현된 화불(化佛)과 손에 연꽃 가지나 연꽃 봉오리, 또는 정병(淨甁)을 들고 있는 점이다.
보관 속의 화불은 《관무량수경》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미타불의 화신이다.
정병은 물 가운데서도 가장 깨끗한 물[淨水]를 넣는다는 뜻이다.
깨끗한 물은 감로수(甘露水)라는 말과도 통하는데, 감로수는 중생들의 고통이나 목마름을 없애준다.
특히 관음보살이 이 감로수로 중생들의 고통을 없애주어 감로병이라고 했다.
관음보살 외에도 미륵보살이나 제석천 등도 이러한 병을 들고 있다.
⑤ 지옥 중생의 구제를 서원한 지장보살 명부(冥府)의 세계에서 고통받는 모든 중생을 다 제도할 때까지 부처가 되는 것을 미룬 분이 지장보살(Ks·itigarbha)이다.
지장보살은 전생에 장자의 아들이었고, 또 다른 전생에서는 한 바라문의 딸이었다.
지장보살의 도상 특징인 보주(寶珠)와 석장(錫杖)의 의미가 이로써 설명된다.
지장보살은 협시로서 무독귀왕(無毒鬼王)과 도명존자(道明尊者)를 거느린다.
지장보살을 모신 전각을 지장전(地藏殿), 명부세계의 재판을 담당하는 왕과 함께 봉안하면 명부전(冥府殿), 시왕전(十王殿)이라 한다.
지장보살의 도상 특징은 화려한 보관(寶冠) 대신 삭발한 스님의 머리를 하고 있거나 때로는 두건을 쓰기도 한다.
아마 여기저기 중생들의 다양한 바람에 부응하려면 몸에 장신구를 두르는 것이 거추장스러웠을 것이다.
손에는 석장과 보주를 쥐고 있다.
지장보살이 들고 있는 보주(寶珠)를 여의주(如意珠, cinta-man·i)라고도 한다.
⑥ 일광보살과 월광보살 불교에서 인간의 수명과 관련이 깊은 부처님은 약사여래와 치성광여래(熾星光如來)다.
이 두 부처님의 좌우 협시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이다.
《약사여래본원공덕경》에서는 일광과 월광보살이 약사불의 협시로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불교미술에서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은 해와 달을 가진 모습으로 나타난다.
때로는 보관(寶冠)에다 해와 달을 표시하기도 하고, 때로는 손에 들고 나타나기도 한다.
(3) 나한상과 조사상 부처님의 상수제자인 가섭 존자와 아난 존자같이 훌륭한 분들의 상을 표현한 것이 나한상이고, 한 종파의 큰스님을 조각한 것을 조사상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조각으로 표현될 경우, 세속을 초탈한 스님 모습을 하고 있다.
나한상은 가섭과 아난 존자 등 십대제자를 중심으로 5백 나한, 1천2백 나한 등 많이 있다.
조사상은 용수, 무착, 세친, 현장, 원효, 의상, 지장 등 인도와 중국, 또는 우리나라의 고승상이다.
해인사의 목조 희랑 조사상이 대표적이다.
(4) 천부신장상(天部神將像) 불교에는 불보살 외에 범천(梵天), 제석천(帝釋天)을 비롯해서 사천왕, 팔부중 등 수많은 호법신(護法神)들이 있다.
이들은 부처님이 설법하실 때 여러 성중(聖衆)과 함께 불법을 찬양하며 불법의 외호(外護)를 맹세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들을 신중(神衆)이라고 한다.
특히 무장형의 여러 존상(尊像)을 외호신중(外護神衆) 또는 신장이라고 부른다.
곧 무력으로 적을 항복받으며, 불법(佛法)을 옹호하고, 불경(佛經)을 수지독송(受持讀誦)하는 사람들을 외호하는 신들을 말한다.
① 제석(帝釋)과 범천(梵天) ■ 제석천 인도에서 제석은 ‘인드라(Indra)’이며, 범천은 ‘브라만(Brahman)’ 신으로 고대 인도 최고의 신들이다.
제석천은 수미산 꼭대기 도리천(瀟利天)의 주인으로 불교화하면서 부처님을 수호하는 최고의 수호신이 되었다.
그래서 불상의 좌우에 많이 묘사되었고, 후에는 사리기(舍利器)나 탑신 같은 데에도 자주 새겨졌다.
■ 범천 범천은 제석천 인드라와 더불어 불법 수호의 쌍벽을 이루는 범천 브라만이다.
근본불교 경전을 보면 대범천은 이 사바세계의 주인으로서 상당히 교만한 존재였다.
그러나 부처님 말씀을 듣고 교만심을 없애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그는 특히 항상 법을 설해줄 것을 청하고, 항상 그 설법이 이루어지는 자리에 참석해서 법을 듣고 묻는다.
나아가 제석천과 더불어 불법을 수호할 것을 서원한다.
■ 인왕상 인왕은 금강역사(金剛力士)라고도 불리며, 문을 지키는 수문장 구실을 한다.
금강역사상은 문 외에도 석탑과 부도의 탑신부 또는 사리기, 불감(佛龕, 불상을 모셔놓는 작은 집), 신중탱화 등에도 등장해서 불보살과 사리를 수호하고 있다.
금강역사의 산스크리트 이름은 ‘바즈라파니(Vajrapa-n·i)’ 또는 ‘바즈라다라(Vajradhara)’이다.
금강저, 즉 바즈라의 주인 또는 그 금강저를 들고 있는 자라는 뜻이다.
그래서 집금강(執金剛) 또는 금강수(金剛手)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강역사상은 대부분 맨손이며, 간혹 왼손에 칼을 들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보통 사찰 출입구[金剛門]의 오른쪽에는 입을 벌리고 있는 아형(阿形: ‘아’하고 입을 벌린 채 공격하는 모습을 취함) 금강역사, 왼쪽에는 입을 다물고 있는 훔형(‘훔’하고 입을 다문 채 방어하는 자세를 취함) 금강역사가 배치되어 사찰을 수호한다.
아형 금강역사는 나라연금강(那羅延金剛), 훔형 금강역사는 밀적금강(密蹟金剛)이라 부른다.
나라연금강은 천상의 역사(力士)로서 힘이 코끼리의 백만 배나 된다고 한다.
밀적금강은 언제나 금강저를 들고 부처님을 호위하며, 온갖 비밀스러운 사적(事跡)을 알고 있다고 한다.
이들 인왕상의 도상 특징은 상체를 벗은 반나체에 손은 권법(拳法)을 짓거나 금강저(金剛杵)를 들고 있는 독특한 모습이다.
② 사천왕상(四天王像) 사천왕은 인도 신화시대부터 전해오는 호세신(護世神) 또는 방위신(方位神)으로, 세계의 중심인 수미산의 중복(中腹)에 사는데, 그 정상의 도리천에 사는 제석천의 권속이다.
사방사주(四方四洲)를 수호하는 호법신으로 많은 경전에 설해져 있다.
사천왕신앙은 사악한 것으로부터 신성한 것을 보호하고 침략자로부터 약한 자를 수호하는 구실을 한다.
그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는 호국사상(護國思想)과 연결되었고, 종교적으로는 사찰을 수호하는 호법신(護法神)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사천왕상은 그 생김새 때문에 무서운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사찰 초입의 천왕문에 모셔진 사천왕상은 보는 사람을 놀라게 한다.
이처럼 사천왕상이 무서운 형상으로 변한 것은 실크로드를 통해 불교가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으로 들어오면서부터이다.
인도 귀족형의 온화한 모습이 갑옷을 입고 위엄이 충만한 분노상으로 변했다.
사천왕상이 무서운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은 인간 내면의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죄의식을 불러일으켜 깨닫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우리 내면의 번뇌를 끊게 하고 불법을 수호하기 위해,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든 무서운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그러나 머리에는 화려한 보관(寶冠)을 쓰거나 북방민족이 사용하던 털 목덮개가 달린 투구를 쓰고 있기도 하다.
특히 북의 다문천왕이 탑을 든 것은 다른 상들과 뚜렷이 구별된다.
사천왕이 담당하는 방위는 동방은 지국천왕(持國天王), 남방은 증장천왕(增長天王), 서방은 광목천왕(廣目天王), 북방은 다문천왕(多聞天王)이다.
이 사천왕은 손에 갖가지 물건을 들고 있는데 시대에 따라 물건이 달라진다.
대부분의 경우 양쪽 발 밑에 악귀(惡鬼)를 밟고 있다.
③ 팔부중상(八部衆像) 팔부중상은 인도 재래의 여덟 신을 불교가 습합해서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의 선신(善神)으로 삼은 것이다.
그래서 신의 이름도 일정하지 않고 모습 또한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팔부중은 대개 무장을 한 모습이 많고, 손에 들고 있는 지물이나 자세도 여러 가지이다.
주로 불탑이나 승탑의 기단부에 팔부중이 많이 조각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