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정신 얼마나 실천하나
가엾이 여기는 마음 뿌리가 되고 상냥한 말씨는 줄기가 되고 참는 마음 너울너울 가지가 되고 보시는 주렁주렁 열매가 된다 – <대장부론> 4~8품 중에서 한국에 시집오는 외국인 이주여성들은 대부분 행복한 줄로만 알았다.
가끔 TV에 나오는 그녀들은 친정식구들을 향한 그리움에 눈시울을 붉히기는 했지만, 남편과 시부모님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아들딸도 잘도 낳아 행복하게 잘 사는 것처럼 보였다.
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여인네들이 한국말은 물론 한국음식도 곧잘 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대견한 마음이 드는가하면 가슴 짠한 연민도 생긴다.
하지만 최근에야 알았다.
이주여성들 모두가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행복은커녕 남편의 잦은 구타와 폭력으로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도 받지 못한 채,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처지에 있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통계적으로 지금 우리나라에는 약 12만4000여명의 외국인 여성들이 한국 남성과 결혼해 우리와 더불어 살고 있다.
해마다 2만5000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물밀듯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실정이다.
이들은 절반 이상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에서 왔다.
문제는 이혼한 이주여성들이다.
이주여성의 이혼건수는 2006년 3933건에서 2010년 7904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자비심이 많은 이는 재물 잃었을 때보다 보시할 곳 없을 때 걱정 문화와 언어, 나이차이로 인한 부부갈등과 우리나라에 아직도 남아있는 동남아 여성에 대한 하대(下對)의식이 이혼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여기에 교육수준과 인권의식이 높아진 이주여성들이 남편과 시댁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반발한 것도 이혼률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고 한다.
이들은 결국 가정과 사회 직장에서 받는 하대와 차별로 인해 삼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출가자이기 이전에 같은 여성으로서 짐작해보건대, 이들 이주여성들의 상처와 아픔의 수위는 생각보다 깊고 심각한 것 같다.
물론 이들의 인권회복을 위해 수고해주고 있는 NGO도 있고, 불교계 신행단체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의 인식과 작은 마음씀씀이다.
외국인 여성의 출입을 제한하는 목욕탕이 있는가 하면, 공중화장실 조차도 외국인 전용칸이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아직 모든 이들을 포용하는 넉넉한 자비심을 품지 못하는 현실이다.
자신이 차별받거나 자기 자식이 왕따를 당할 때는 욱하는 마음으로 격렬하게 저항하지만, 당장 눈앞에서 외국인이 부적절한 처우를 받거나 뭔가 도움을 요청할 때, 과연 얼마나 자비와 보살정신을 실천하는지 되새겨볼 일이다.
<대장부론>에 실린 다음 구절 역시 가슴으로 새길 대목이다.
‘마음속에 소중한 사랑이 있어도 아는 이 없고, 깊은 자비가 있어도 역시 아는 이가 없나니, 보시를 하지 않으면 자비의 마음을 가리운다.
마치 획석(금의 성분유무를 조사하기 위해 그어보는 돌)으로 그어봐야 금의 참과 거짓을 아는 것 같이, 괴롭고 위태로운 이를 보고 큰 보시를 행하면 자비의 마음이 있음을 알 수 있다…인색함이 많은 이는 재물을 잃으면 큰 걱정을 하거니와 자비심이 많은 이는 재물이 있어도 보시할 곳이 없을 때 걱정함이 그보다 더한다.
’ [불교신문 2784호/ 1월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