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이고, 다들 억울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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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중에서 –
제가 예전에 교도소 가서 법회를 많이 했습니다.
그때 그 죄수들에게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한때 잘못해서 비록 이렇게 죄수이지만, 지금이라도 뉘우치고 참회하면 된다’
기본 논조가..
그런 마음으로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내 말보다도 초코파이나 떡이나..
이런 거 때문에 법회에 오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어쩌다가 제가 감옥에 갔어요.
집회시위법 위반이라고 해서..
대학생들에게 강의를 했는데 절 마당에서 했는데
전두환 시절에 그게 위법이라는 거예요.
법당 안에서 해야 한다고.
옥외 집회라고..
그래서 논쟁을 했어요.
나는 ‘절 안에서 해서 종교집회다’
자기들은 ‘옥외에서 해서 집회시위법 위반이다’
그래서 잡혀가서 검사하고 계속 싸웠어요.
그랬더니 검사가 성질이 나서 ‘당신 말야, 나보다 법을 더 잘아?’ 고함까지 질렀어요.
그래서 제가 ‘내가 한 행동이 내가 볼 때는 죄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당신이 현행법으로 죄가 된다고 생각하면, 그럼 현행법대로 기소해서 재판에 회부하면 되지 않느냐?’
검사 생각은 내가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자술서를 쓰고 사과문을 쓰면
보내주겠다는 거예요.
잡아두겠다는 게 아니고..
그런데 나는 그걸 안 쓰겠다는 거예요.
왜? 내 생각에 나는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그래서 계속 논쟁을 하게 되니까..
그렇게 말 안 들으면 괘씸하니까 은근히 괴롭히는 거예요.
그때 집회시위법 위반이면 스스로 양심수라고 하는데..
‘우린 죄인이 아니다’ 하는데
그러면 혼자 놔두든지 아니면 그런 사람들끼리 모아 놓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말을 안 들으니까 저를 방을 바꿔서 다른 죄수들 방으로 보냈습니다.
그러면 이제 그 방에서 질서를 잡히고 구박을 받고..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거기에서 지내기 힘들면 진술할 때 고분고분해지는 거죠.
거기에서 빨리 나오려고 ‘그래, 잘못했다’고 하는 거죠.
합법적으로 고통을 주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거기 가서 제가 충격을 받았어요.
제 생각에는 거기 들어온 사람들은 다 죄가 있는 줄 알았는데
한 사람 한 사람, 자기 이야기를 하는데 다 억울한 사람, 재수없어 들어온 사람밖에 없어요.
‘나는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 방에 열두 명이 있었는데..
나만 죄 없는 게 아니고, 그 사람들 모두 죄가 없다고 그러는 거예요.
교통사고 내서 들어온 사람은, 상대방 가족을 독한 놈한테 걸려서 합의를 안 해줘서..
돈 더 받아내려고 하는 바람에 합의가 안 돼서 들어왔다..
간통하다 들어온 사람은, 그 부인이..
‘그 독한 여자가 말이야..
자기가 말이야 소만 취하하면 되는데..
이렇게 들어왔다’ 하고..
심지어 도둑질하다 들어온 사람도 ‘하필이면 말이야, 그때 방범대원이 나타나서 재수없이..’
‘그리고 돈 좀 주면 봐주는데 독한 놈한테 걸려 가지고, 독종한테 걸렸다’
다들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이 사람들도 모두 억울해 하는구나..’
나 그거 처음 알았어요.
그런 사람들도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부모자식 싸울 때 자식이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겠어요?
부부간에 싸을 때 누가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겠어요?
다들 상대방이 문제라고 그러지..
자기는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하지..
그 교도소에 있던 사람들도 ‘나가기만 해봐라.
가만 안 있겠다’
‘복수하겠다..’ 이러고들 있었어요.
너무 억울하다고.
그만큼 사람들은 항상 자기 생각이 옳다고 하고
그대로 안 되면 억울하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때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만약 지금 내가 교도소 법회를 간다면 뭐라고 얘기할까?
시작을 뭐라고 얘기할까?
‘안녕하세요? 아이고, 다들 억울하시죠?’ (대중 폭소)
내가 그 사람들한테, 부처님이 어떻고, 죄를 지었어도 참회하면 되고..
뭐 그런 얘기 한 시간 하는 게 그 사람들 귀에 잘 들어갈까? 아니면 이 한 마디가 시원할까?
이 한마디가 시원하겠죠?
그런데 이런 걸 책을 보고 알 수 있나? 없죠?
그럼 내가 감옥에 갔던 것은 결과적으로 잘 된 거예요? 잘못된 거예요?
잘 된 거죠? 그렇다고 뭐 일부러 가라는 말은 아니고 ㅎㅎ
비록 억울하다 하더라도, 비록 관재수라 하더라도 그 경험에서 배우면
밖에서 일 년 공부한 것보다 거기서 몇 일 공부한 게 훨씬 낫습니다.
제가 최초로 쓴 책이 ‘실천적불교사상’인데
그 책을 그때 감옥에서 구상을 한 거예요.
저는 그때 20대여서 책을 쓸 생각도 못 했어요.
그런데 그때 12명 중에 6명이 개신교, 4명이 천주교
내가 불교, 그리고 한 명이 대순진리교였는데..
그 사람이 나보고 불교를 가르쳐 달라고 했어요.
아무 자료도 없고, 연필도 없이..
이 사람에게 어떻게 불교를 가르쳐 줄까?
그래서 어떻게 하면 불교의 요지를 딱 설명할까..
해서
15시간 짜리 프로그램을 구상해서 설명을 했어요.
그래서 10번 하고 나왔어요.
나가라고 해서.
그래서 ‘5일만 더 있다 가면 안 되냐?’니까 안 되다고 그래요.
(대중 웃음)
그걸 밖에 나와서 글로 정리한 게 ‘실천적불교사상’입니다.
그 당시 제가 대학생들 지도법사여서 강의할 때 소책자로 사용했고
요즘도 불교대학 교재로 사용하고 있는데 사실은 미완성이에요.
왜? 그 5일 강의를 못 해서..
ㅎㅎ
나와서 그 5일을 보충해서 써야 했는데 구상을 안 해 놓으니까..
보완한다 보완한다 하면서 30년이 흘렀어요.
ㅎㅎ
그때 제가 감옥 갔던 게 소득이 있어요? 없어요?
얘기하자만 소득이 굉장히 많아요.
밖에서 한 3년 살아야 배울 걸 거기 몇 일 동안에 배웠어요.
그래서 인생에는 좋고 나쁜 게 없습니다.
내 인생에서 체험해 보아도 그렇더라..
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