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고 싶어 사랑한다면◈
-법륜스님-
‘결혼은 반쪽 두 개가 합쳐져서 온쪽이 되는 것이다.’ 흔히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배우자를 ‘자신의 반쪽’이라고도 말합니다.
그런데 반쪽과 반쪽을 합치면 가운데 금이 생깁니다.
전체 모양은 온쪽 같지만, 갈라진 금 때문에 영원히 반쪽 일 수 밖에 없습니다.
흔히 외롭거나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을 찾습니 다.
그러나 내가 부족해서 상대를 필요로 하면 자꾸 상대에게 기대감이 생깁니다.
상대에 기대어 외로움 을 채우려는 반쪽인 이상 완전한 행복에 이를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한쪽이 떨어져 나가면 다시 반쪽이 되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없어도 내가 완전해야 합니다.
즉 온쪽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상대의 온쪽과 내 온쪽이 합쳐져서 가운데 금이 없는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가 없어져도 다시 온쪽이 될 수 있습니다.
상대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설 수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 서면 상대가 필요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 다.
내가 온전하면 상대에게 기대하는 것이 없고, 기대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상대를 더 잘 이해하고, 상대가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잘 살펴 만약 누군가에게 기대는 성격이라 면, 카르마(업)대로 살든지, 그렇지 않으면 외로울 때일수록 사람을 만나서 해결하지 말고 스스로 해 결해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외로움이라는 것이 어디서 오느냐?’를 살펴보는 거예요.
결국 외로움은 우리가 마음의 문을 닫았을 때 생겨 납니다.
내 옆에 사람이 없어서 외로운 게 아니에요.
싫어하는 마음을 내면 부부가 한 이불 속에서 껴안 고 잠을 자도 외롭습니다.
그러나 싫어하는 마음이 없으면 스님이 깊은 산속에서 혼자서 10년을 살아도 외롭지가 않아요.
외로움은 ‘같이 사느냐, 떨어져서 사느냐’ 이런 데 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에요.
마음의 문을 닫으면 외로워지는 거예요.
그러면 수많은 사람들과 서로 몸을 부대끼는 과정에서도 어쩔 수 없이 외롭습니다.
반면 마음의 문을 활짝 열면 깊은 산속에 혼자 살 아도 외롭지가 않습니다.
풀벌레도 친구가 되고, 새도 친구가 되고, 다람쥐도 친구가 되고, 밤하늘의 별도 친구가 됩니다.
눈을 뜨고 있으면 밤에도 무언가 보입니다.
그러나 눈을 감고 있으면 대낮에도 아무것 도 안 보여요.
외롭다는 것은 지금 눈을 감고 있기 때문에 대낮 에도 어둡다고 고함치는 사람과 같아요, 즉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고 있기 때문에 외로운 겁니다.
그걸 알아차려서 스스로 외로움에서 벗어나 버리면 외로움 때문에 사람을 찾지는 않게 됩니다.
흔히 돈이 없어서 돈 있는 남자를 찾고, 외로워서 위로해 줄 사람을 찾습니다.
어쨌든 이건 자신의 이기심 아닙니까? 이기심으로 누군가를 만나면 반드시 과보를 받게 됩니다.
어쩌면 이게 인생살이 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때는 과보를 받겠다는 각오를 해야 하는데, 과보가 따르는 줄을 모르고 선택한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또 내가 상대에 대해 실망할 때, 상대 탓이 아니라 자신의 기대가 높았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좋은 남편(아내) 만나게 해 주세요’ 이런 기도를 할 것이 아니라, 자기 수행부터 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면 스스로 서는 힘이 생깁니다.
결혼을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결혼을 했으면 결혼생활이 행복하도록 노력하고, 혼자 살면 혼자 사는 삶이 행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행복은 결혼 자체와는 상관없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혼자 살면 외롭고, 같이 살면 귀찮아하 면서 끝없이 갈등합니다.
이 마음을 잘 살펴야 합 니다.
[스님의 주례사]중에서 음악: I Dreamt I Dwelt In Marble Hall / Mea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