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덕행

덕행 사람은 태어날 때 빈손으로 온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세상을 하직 할 때에도 빈손으로 간다.

그런데 살다 보니깐 이것 저것 재물을 가지게 되고 명예나 지위도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개인의 소유란 있을 수 없다.

자기 것을 가지고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세상의 도리요.

이치이기 때문이다.

많건 적건 간에 우리들의 소유란 우리에게 맡겨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 우주의 선물을 어떤 인연에 따라 잠시 맡아가지고 있는 것이다.

덕스럽게 관리 잘 하면 그 맡아가지고 있는 기간이 오래가고, 탐욕을 부리면 단박 회수 당하고 만다.

눈에 보이는 현상보다도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의 질서를 우리는 알아 차릴 수 잇어야 한다.

아무리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돈을 벌려고 애써 노력 해봐야 뜻대로 되지 않는게 세상 일이다.

저마다 자기 그릇이 있기 때문이다.

한되밖에 안된 그릇을 가지고 몇 말이나 몇 섬을 원한다고 한 들 채워 질 수 있을 것인가.

그릇이 차면 이내 넘치고 만다.

그러니 많이 가지고 싶다면 분수 밖에 허욕을 들뜨지 말고 착실히 그릇부터 키워가야 한다.

그릇이란 더 말할 것도 없이 덕행이다.

덕행으로 이루어진 그릇만 만들어 지면 언젠가는 다 채워지게 마련이다.

오늘처럼 물질만능의 물결이 도도히 휩쓸고 있는 세대에는 어지간히 자기 질서 없이는 그 누군을 막론하고 분수를 지키면서 그 물결에 휩쓸리기 않기란 실로 어려운 일이다.

남을 탓하기전에 우리 인간에게는 그 약점과 맹점이 군데 군데 박혀 있음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

법정 스님 물소리 바람소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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