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눈으로 내면을 성찰하라
-월호스님-
아침 내내 잘잘못을 시비하다가 저녁 내내 흐리멍텅 잠만 자나니 이러한 출가는 헛되이 보시를 받음이라.
삼계에서 벗어나기 어려우리라.
– 자경문 9.
勿說他人過失- 남의 눈 속의 티는 잘 보면서 자신의 눈 속의 대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자신의 허물을 보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본래 육신의 눈은 밖을 향해 보도록 되어있다.
그래서 밖으로 향하다보니 어느덧 마음마저도 밖을 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밖을 향해 시비를 일삼다보면 마음은 점점 더 부실해진다.
비록 육신의 눈은 밖을 향해 있더라도 마음의 눈은 내면을 성찰해야 살림살이가 건실해진다.
남들의 살림살이에 관심이 많은 것은 자신의 살림살이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마음의 살림살이가 부실한 까닭에 공허감을 느끼고, 그 공허감을 채우기 위해 자꾸만 바깥경계에 시비를 일으키는 것이다.
결국 남들도 힘들게 하고 스스로도 힘들어진다.
남 살림살이에 관심많은 건 자신 살림살이가 부실한 탓 부처님 당시에 사리뿟따 장로는 다른 비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때 젊은 비구 한 사람이 부처님께 가서 사리뿟따 장로가 자기를 꾸짖고 욕설하며 마구 때렸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사리뿟따 장로를 불러 사실을 확인하셨다.
그러자 사리뿟따 장로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부처님이시여, 수행하는 비구로서 한 스승 밑에서 함께 공부하는 도반에게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 용서를 빌거나 참회도 하지 않고 어떻게 여행을 떠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이시여, 저는 마치 저 대지와도 같아서 어느 누가 꽃다발을 바친다고 즐거워하지도 않으며, 혹은 대소변이나 쓰레기를 쌓아 놓는다고 불쾌해 하지도 않습니다.
또한 저는 출입문 앞에 놓인 흙떨이개와 같아서 거지가 밟거나 뿔이 부러진 황소가 밟거나 개의치 않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더러움으로 가득한 이 몸에 대해서 어떠한 애착이나 혐오를 갖지 않고 있습니다.” 마침내 젊은 비구는 사리뿟따 장로에게 자기의 행동이 어리석었음을 크게 뉘우쳐 정중히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고, 장로도 젊은 비구의 참회를 받아들이는 한편, 자기가 혹 젊은 비구에게 어떠한 허물이 있었다면 용서해 달라고 청하였다.
이때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대중은 사리뿟따 장로를 칭찬해 마지않았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과 함께 게송을 읊으셨다.
“아라한의 인욕은 대지와 같아 성내어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는다.
뜻은 문기둥처럼 견고하여 칭찬과 비난에도 동요가 없으며, 마음은 맑은 호수처럼 고요하여, 이러한 아라한에게 다시 태어남은 없다.” 남의 허물을 말하기는 쉽지만, 남이 자신의 허물을 말할 때 인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진정한 수행자는 근거 없는 비방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마치 저 대지와 문기둥처럼.
출처/[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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