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주인공입니다
-월호스님-
“옛 사람이 말하기를, ‘밖으로 공부를 짓는 사람은 도대체가 바보들이다.’라고 하였다.
그대들이 어디를 가나 주인공이 되기만 하면 선 자리 그대로가 모두 참되어서, 어떠한 상황이 닥쳐온다 하여도 그대들을 어지럽히지 못한다.
설령 묵은 습기와 5무간죄의 업보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 자체가 큰 해탈 바다가 되는 것이다.” -(임제록)- “당신은 주인노릇을 원합니까, 종노릇을 원합니까?” 이렇게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주인노릇을 원한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진정 주인노릇을 하는 이는 많지 않다.
밖으로 주인을 찾아 헤메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이다.
그 첫 번째는 신(神)을 주인으로 섬기는 경우이다.
밖에 있는 신을 주인님으로 섬기면서 자신은 종이 되기를 자처한다.
모든 것은 주(인)님의 뜻이라는 궤변 하에 종으로서의 일시적인 안락에 탐닉한다.
남의 집에서 종노릇을 하더라도 일시적인 편안함은 있다.
하루 세끼는 주인님께서 알아서 먹여줄 것이다.
잠자리도 제공해줄 것이다.
먹여주고 재워주시니 그저 믿고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하지만 종에게 자유는 없다.
모든 것은 주인님의 뜻대로 해야만 한다.
그렇다보니 오직 주인님의 눈치를 보면서 잘 해주기만 구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재물을 주인으로 섬기는 경우이다.
본래 재물은 인간이 만든 것이고 인간생활의 편리를 위해서 존재한다.
하지만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하다보니 어느 덧 주객(主客)이 바뀌게 되었다.
돈을 갖기 위해서는 유괴나 살인도 서슴없이 감행한다.
경제논리를 앞세워 환경파괴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때로는 전쟁도 불사하는 것이다.
이처럼 주객이 바뀌다보니 어려운 상황이 닥쳐왔을 때, 올바른 대처가 쉽지 않다.
스스로의 주인됨을 망각하고 밖에다 상황이 전환되기를 빌고 또 비는 것이다.
선행을 하지도 않으면서 좋은 결과가 오기를 빌고, 악행을 저지르고도 나쁜 결과를 피해가기를 빈다.
밖으로 주인찾아 헤매지말고 스스로가 주인임을 자각해야 주인공은 인연(因緣)법을 100% 믿는다.
인과에 오차는 없다.
다만 시차(時差)가 있을 뿐! 선행에는 좋은 과보가, 악행에는 나쁜 과보가 따르는 것이 마치 그림자가 사물을 따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잘한 것은 잘한 대로 못한 것은 못한 대로 그대로 감당해내리라는 마음가짐이 우선해야 한다.
바로 내 작품이기 때문이다.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한탄하랴.
‘당신 때문에’ ‘무엇무엇 때문에’라고 둘러대는 것은 모두 밖에서 주인공 찾는 연습이 된다.
‘당신 덕분에’ ‘무엇무엇 덕분에’라고 할 수 있어야 비로소 스스로가 주인공임을 자각하는 지름길이 된다.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부인은 유명한 악처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 악처 ‘덕분에’ 소크라테스가 더욱 위대한 철학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현모양처를 만났다면 적당히 현실을 즐기며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악처를 만난 ‘덕분에’ 일상생활 속에서도 항상 깊은 통찰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아휴, 도대체 인생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