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성(佛性)의 발현
-혜국스님-
내 속에 불성 있다.
이 세상에는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못난 사람은 못 난 대로 살아갑니다.
그런데 목욕탕에 가보면 잘 난 사람이건 못난 사람이건 모두가 옷을 홀랑 벗 고 탕 속에 들어갑니다.
하나같이 가리는 곳 없이 노출시키고 있으니 다 비슷하게 보입니다.
그저 ‘저 사람은 배가 나왔구나.
저 사람은 가슴과 엉 덩이가 탄탄하구나’ 정도로 느낄뿐입니다.
회사의 사장과 경비가 함께 왔다 해도 탕에 들어가면 구 분이 안 됩니다.
이렇게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던 차이도 한꺼풀 옷만 벗으면 그리 큰 차이가 없습니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이 따로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땅은 정직해서 콩을 심으면 콩이 나오고 팥을 심으면 팥이 나옵니다.
인간이 아무리 용을 써도 콩심은 데서 팥의 싹은 나오지 않습니다.
왜 냐하면 콩 안에는 콩의 유전자가 있고, 팥 안에는 팥의 유전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곧 모든 씨앗에는 고유한 유전자가 있어 같은 싹을 나오게 만듭니다.
그럼 우리 인간은 어떨까요? 우리들 모두는 각자 의 마음에 부처의 씨앗을 가지고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잘난 사람 못난 사람이 있는 듯이 비칠지 모르나, 모두가 부처의 싹을 틔울 수 있는 씨앗을 간직하고 있으며, 그 씨를 일러 불성(佛性)이라 합 니다.
지금부터 2600년전, 석가모니께서는 피나는 수행 을 통하여 부처가 되셨고, 부처가 되고 나서보니 일체중생 모두에게 부처가 될 수 있는 성품인 불성 을 본래부터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누구든 이 불성을 개발하면 당신처럼 부처가 될 수 있음을 확신하고 중생교화의 길에 오르신 것 입니다.
여기서 잠시 함께 발원합시다.
“반야와 진여의 세계에서 오신 부처님이시여.
여래 는 언제나 우주에 충만하시나 중생의 소견으로는 알지를 못하옵니다.
부처님께서 보고 깨달았다는 샛별은 오늘도 분명히 떠 있지만 중생의 눈에는 보 이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다하여 없다고 말할 수 없듯, 지금은 번뇌와 업장에 덮여 보이지 않지만 중 생 속에 부처의 성품이 분명히 있음을 저희는 믿습 니다.
비록 지금은 삼독의 노예가 되어 생사고(生死苦) 속을 헤매고 있으나 다행히 부처님 법을 만났으니, 이 법을 잘 닦아 대승보살의 길을 걷고자 하옵니다.
이제 저희들이 바르고 위없는 깨달음을 얻고자 발 원하오니, 부처님이시여 바르게 인도하여 주옵소서.” 함께 발원을 하자고 해서 읽기는 하였겠지만 ‘나’ 에게 부처가 될 불성이 있다는 것이 믿어집니까? 아직은 확신이 없는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불성은 틀림없이 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해가 보이지 않습니다.
해가 보 이지 않는다고 하늘 위에 해가 없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떠 있지만 먹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해는 비가 오는 날이나 맑은 날이나 똑 같이 하늘 높이 떠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 보십시오.
비 오는 날의 구름을 아래에서 보면 까맣게 보이지 만 하늘 위에서 보는 구름은 하얀 목화솜 같고, 그 목화솜 같은 구름을 해가 비추어 주고 있음도 알 수 있습니다.
다같이 불성을 지니고 있는 중생과 부처님의 차이 는 과연 무엇입니까? 중생의 불성은 비오는 날의 먹구름에 가린 해요, 부처님의 불성은 비오는 날이 나 맑은 날이나 늘 떠 있는 태양입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자각해야 합니다.
오늘은 비록 먹구름이 끼어 있고 비가 내리고 있어도 그 뒤에 태양이라는 불성이 완전무결하게 갖추어져 있다는 것을! 그리고 자주자주 상기해야 합니다.
“지금은 삼독의 먹구름 때문에 해가 잘 안보이지 만, 내 안에 틀림없이 불성이 있고 부처가 있다.
나도 노려하면 부처님이 될 수 있다.” 왜 이를 자주 상기하라고 하는가? 우리 모두에게 불성이 있는데도 탐심과 진심과 치심, 그리고 끊 임없이 생겨나는 번뇌망상의 구름에 가려져 부처라 는 태양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름이 너무 많고 짙어서 스스로 속에 불성이 있고 부처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허나 꾸준히만 상기하고 확신만 갖게 되면 그리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흐린 날이든 갠 날이든 태양은 하늘 위에서 빛나고 있고, 구름이 흩어지 면 태양은 반드시 나옵니다.
문제는 구름을 어떻게 없애느냐는 것이지만, 구름 은 본래 실체가 없습니다.
구름처럼 홀연히 만들 어지는 것은 덧없이 사라집니다.
오히려 영원히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은 생성되거나 소멸되지 않습 니다.
우리의 불성이 그렇습니다.
만들어지거나 어디서 구해 올 수 없는 완전 무결한 것입니다.
우리가 불성에 대해 눈을 뜨면, 눈을 뜬 장님이 모든 것 을 걸림없이 보듯이, 불성의 조화를 남김없이 볼 수 있게 됩니다.
이 불성의 조화는 우리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 다.
우리의 삶과 대우주자연 속 어디에나 있습니 다.
여름이 오면 더워서 땀을 흘립니다.
그런데 더위 가 싫다고 인위적으로 여름을 일주일 정도 줄인 다면 가을에 수확을 거둘 수가 없습니다.
과일이 나 벼가 모두 썩어 많은 중생들이 굶주리게 될 것 입니다.
대우주자연은 불성을 지닌 존재를 위하여 더운 여 름과 추운 겨울을 주고 있습니다.
가을에는 낙엽 이 떨어지고 봄에는 새싹이 돋는 것이 우주자연의 법칙입니다.
이 법칙은 영원히 변치 않습니다.
그리고 이 지구 어느 구석에도 공기가 순환하고 태양광명이 비춰집니다.
그 공기와 광명 덕에 모 든 생명은 살아갈 수 있으며, 이 모든 것이 불성 의 조화인 것입니다.
월간 [법공양]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