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스님─당신은 어떤 부류의 사람입니까

당신은 어떤 부류의 사람입니까

-월호스님-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그런대로 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스스로 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끼리 어째서 충돌하고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살아갈까요? 그것은 자신의 번뇌를 상대방에게 씌우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원수를 없애려면 먼저 번뇌를 없애야 합니다.

번뇌는 자신을 해치는 근본입니다.

이 세상의 원수는 자신 한 몸을 해칠 뿐이지만 번뇌는 진리를 해치는 것 입니다.

그러므로 원한과 원수의 원인은 바로 번뇌에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깨달음의 가능성 또한 이 번뇌에 있습니다.

연꽃은 높은 산이나 육지에서는 자라지 않고 낮고 축축한 진흙 속에서 자랍니다.

그러므로 이 번뇌의 진흙 속에서 우리는 깨달음의 연꽃을 피워야 합니다.

저 허공에 씨를 뿌려보십시오.

거기서는 싹이 트지 않습니다.

씨는 거름이 많은 땅에 뿌려야 합니다.

그래야만 잘 자라나지요.

그러므로 이 번뇌야말로 깨달음을 성취하는 데는 더 없는 토양인 것입니다.

바다에 들어가지 않으면 진주를 얻을 수 없듯이, 번뇌의 바다에 들어오지 않으면 지혜의 보배는 얻을 수 없습니다.

번뇌의 근원은 탐욕과 성냄 그리고 어리석음입니다.

이러한 세 가지 악한 마음은 습기(濕氣), 즉 습관화된 기운이기 때문에 없애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습관화된 기운을 전환시키는 것이 중요합 니다.

탐욕은 더 큰 믿음(大信心)으로, 성냄은 더 큰 분노(大憤心)로, 어리석음은 즉 더 큰 우둔함(大疑心) 으로 말입니다.

불교에서는 사람을 탐욕이 많은 사람, 성을 잘 내는 사람, 우둔한 사람으로 나눕니다.

먼저 탐욕이 많은 사람은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끌어당기고자 하는 에너지가 강한 사람입니다.

재물이든 명예든 사람이든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합니다.

이런 경우는 좀 더 큰 욕심 으로 에너지를 전환하도록 해야 합니다.

예컨대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욕심, 중생을 제도하고자 하는 욕심, 자연을 사랑하려는 욕심,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려는 욕심, 부처님을 뵙고자 하는 욕심 등이 그것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탐욕이 강한 사람은 신심(信心)이 강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성을 잘 내는 사람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밀쳐내는 에너지가 강한 사람입니다.

보통 판단력이 정확 하고 빠른 편이므로 남의 허물을 기가 막히게 잡아내곤 하지요.

기억력도 매우 좋은 편이라서 시시콜콜 자기에게 잘못한 점을 잊지 않고 줄줄이 읊어댑니다.

이 또한 남의 잘못을 끄집어내는 에너지를 전환하여 자신의 허물을 잘 보는 쪽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이렇게 될 경우, 화를 잘 내는 사람은 분발심(憤發心)이 유난히 강한 사람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둔한 사람은 밝은 에너지가 껌뻑껌뻑 하는 경우입니다.

총명한 기운은 다소 떨어진다 해도 우직하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앞서 탐욕이 많은 사람은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수행을 중도하차 하는 경우가 많고, 성을 잘 내는 사람은 한때 열심히 하다가 제풀에 제가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둔한 사람이야말로 꾸준히 앞만 보고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황소와 같은 뚝심이 있습 니다.

이들이 삶의 근원에 대한 커다란 의심을 내어 정진 한다면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수행자가 될 수 있을 것 입니다.

이렇게 해서 사람은 다시 여섯 가지 부류로 나누어 질 수 있습니다.

탐욕이 많은 사람과 신심이 강한 사람, 성을 잘 내는 사람과 분발심이 강한 사람, 그리고 우둔한 사람과 꾸준한 사람, 그렇다면 과연 나는 이 가운데 어떤 부류의 사람일까요? 지금 자신을 가만히 거울에 비추어 보십시오.

그 모든 것은 나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습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자신의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야말로 마음공부의 시작이며, 동시에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목표일 것입니다.

이 세상 누구보다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 소중한 당신의 마음이 인생 이라는 번뇌의 바다 속에서 더욱 아름다운 진주로 다시 태어나기를 간절히 발원합니다.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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