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부처와 함께 살아라. 지옥가련다
-혜국스님-
“부처님, 저는 가능한 지옥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결코 혼자서 극락에 가지 않겠습니다.
제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았거나 내 이름을 들은 사람이 지옥 에 있다면, 차라리 지옥에 가서 그 사람의 손을 잡고 법을 깨우쳐 함께 극락세계로 가겠습니다.” 나는 늘 이렇게 발원하고 기도합니다.
혹시 이 법문 과 함께하는 불자님 중에, “저도 죽으면 지옥에 가기 를 원합니다.” 하는 분이 계십니까? 아마 없을 것입 니다.
그러나 나는 지옥에 갔으면 합니다.
성철스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임종게를 남기고 열반 에 드셨습니다.
일생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였으니 죄업도 하늘을 넘치는 수미산을 지나친다.
산 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 한이 만 갈래인데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뿜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어떤 이들은 성철스님의 이 임종게를 보고, “뭐? 성철스님도 지옥 가셨어?”라고 합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이야기입니다.
성철스님께서 설하신 지옥은 극락과 다른 것이 아닙 니다.
스님께는 지옥과 극락이 불이(不二)요, 그 이름 이 지옥일 뿐입니다.
위대한 스승의 대단한 철학에서 이야기하는 지옥으로, 우리도 이렇게 지옥 가기를 원 으로 세울 때, 비로소 부처님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최고의 법문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5월 21일은 불기 2554년 부처님 오신 날 입니다.
이 부처님 오신 날에 우리는 한 번 새겨보아야 합니 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인도의 카필라국으로 오시기 전에 어디에 계셨습니까? 만족할 줄 알며 사는 가장 안정된 하늘로 지족천(知足天)이라 번역되는 도솔천, 그 하늘나라의 가장 중심되는 곳에 자리한 내원궁 (內院宮)에 계셨습니다.
극락세계와 대비가 될 만한 대단한 불국정토인 도솔천 내원궁을 관장하시다가 인 간세상으로 오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도솔천 내원궁을 나와 인간세상으로 오 신 것! 이는 수 천 억을 가진 부자가 구걸하는 거지 가 된 것 보다 더 아래로 내려온 것입니다.
그리고 그 행복의 차이로 볼 때 인간세상은 도솔천 내원궁에 비해 ‘지옥같다’고 해도 결코 틀리지 않은 곳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부처님께서는 스스로 지옥같은 세상 에 오신 것입니다.
보통은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의 육도 중에서 인간세상을 좋은 곳으로 생각하지만, 수천 생을 수행하여 모자랄 것 없는 완전한 열반의 경지 에 이르신 부처님의 입장에서 보면, 이 인간세상은 모순 투성이요 과부족 투성이로 지옥과 다름 없습 니다.
그래서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것을 ‘지옥 으로 오셨다’고 나는 감히 표현합니다.
나의 입장에서 보면 부처님께서 지옥 같은 이 세상 에 오신 것이 그렇게 다행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만약 부처님께서 오지 않으셨다면 성격이 강하고 아만이 많았던 나는 신세를 망쳤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을 애먹였을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부처님의 법을 만나 마음도 넓어지고, 참선 법을 만나 화를 다스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히 내가 진리의 세계를 알고, ‘몇 백 생을 살더라도 지옥으로 가겠습니다’라고 원을 세울 수 있게 된 것은 오로지 부처님의 고귀한 법 덕분입니다.
이 고귀한 법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 같은 사람이 어찌 이와 같은 큰 원을 세울 수 있었겠습니까? -월간 [법공양] 5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