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요령과 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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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여스님-
장엄염불(莊嚴念拂) 가운데 이런 게송이 있습니다.
고려 말의 삼대 화상중의 한 분인 나옹(懶翁)스님께서 누님을 위해서 지었다는 게송입니다.
아미타불재하방(阿彌陀佛在荷方) 아미타불은 어디 계신가 착득두심절망막(着得心頭切莫忘) 마음 끝에 꼭 붙들어 놓지 말고 생각하되 염도염궁무념귀(念到念窮無念處) 생각 생각 지극하여 생각 없는 곳이 이르면 육문상방자금광(六門常放紫金光) 눈·귀·코·혀·몸·뜻에서 자금광을 발하리라.
아미타불은 어디 계실까? 우리가 사는 이 사바세계에서 10만억 국토를 지나면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계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께서 아미타불을 잠시도 잊지 않고 오직 일념으로 생각하다가 생각 없는 곳에 이르면 바로 그곳에서 자금광(紫金光)을 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극락세계에 가지 않고도 바로 아미타불을 뵙게 된다는 뜻입니다.
자금광은 자마금색, 부처님의 몸 빛깔이 불그스레한 금빛을 말합니다.
우리 마음이 한 마음으로 똘똘 뭉치면 부처님도 보살님도 뵐 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 생각뿐인 한 마음이 되면 바로 그 자리는 부처님의 마음과 한 자리요, 바로 그 자리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근본 자성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를 나옹스님은 ‘육문상방자금광’이라는 말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기도 또한 진정으로 성취될 수가 있습니다.
기도는 이상과 같이 서원을 세우고, 깊은 신심을 가져서, 감사하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간절하게 해야 합니다.
흔히 ‘기도가 안 된다’, ‘기도에 영험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네 가지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기도가 안 되는 사람이나 희망과 포부가 충천하여 성공을 바라는 사람, 또는 자기 인생에 어려움이나 괴로움이 많은 사람일수록 관세음보살님께 지극한 서원을 세워서 애써보십시오.
기도의 요령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는 확고부동한 반석 같은 믿음의 바탕에서 간절하게 하는 것입니다.
기도에는 믿을 신(信)자와 간절할 절(切)자 두 자가 가장 요긴합니다.
오직 철저히 굳게 믿고 간절하게 끊임이 없도록 해보십시오.
가나 오나 앉으나 서나 언제 어디서나 ‘관세음보살’이 끊이지 않아야 하고, 기쁘거나 슬프거나 좋은 일이든 궂은일이든 밥을 먹든 일을 하든 ‘관세음보살’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시간을 정해놓고 하다가 시간을 채웠다고 안 한다거나 마음을 놓지도 말고, 잘 된다고 들뜨고 좋아하지도 말고, 안 된다고 괴로워하고 안절부절 하지도 말고, 새벽에 눈뜨자마자 저녁에 잘 때까지 ‘관세음보살’을 떠나지 않도록 해 보십시오.
기도하다가 보면 잡된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잡념에는 일체 신경을 쓰지 말고 망상이 떠오를수록 더 지극하게 간절하게만 불러보십시오.
안 되는 것 같은 기도지만 ‘하면 된다’, ‘나도 해낼 수 있다’는 굳건한 신념으로 간절하게 성심성의껏 애쓰다가 보면 망상이 없어지며 집중이 되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더 지극히 간절하게 정근하고 집중 하다보면 오직 ‘관세음보살 일념’에 빠지게 됩니다.
이때부터 기도공덕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기도가 관세음보살에 집중이 되고 빠지면 심하게 일어나던 번뇌와 망상도 저절로 없어지고, 마음은 고요해지고 편안해집니다.
더 집중이 되고 깊어지니 더 고요하고 평화스러워 집니다.
그러면 몸은 가볍고 마음은 맑아집니다.
어떤 때는 깃털처럼 가볍다가 몸의 존재조차도 의식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몇 시간씩 앉았어도 조금도 지루하거나 괴로운 줄 모르고, 법당에 계시는 등상불처럼 꼿꼿하게 딱 버티고 앉아서 깊은 삼매경에 들게 됩니다.
이런 날은 아침공양을 막 하고 앉은 것 같은데 잠깐 사이에 점심때가 되고, 저녁식사를 하고 기도 자세를 취한 것 같은데 벌써 밤 취침시간이 되어 시간가는 것이 눈 깜짝할 사이 같습니다.
심지어 내가 아파트에서 기도를 하는지 법당에서 정근을 하는지 조차 구분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기도에 빠져 시간과 공간까지도 초월하게 됩니다.
이렇게 몸은 가볍고 맑아지고 시공(時空)까지도 초월하게 되면 법열까지도 느끼게 됩니다.
기쁘다고 할 수도 있고 즐겁다고 할 수도 있는, 말로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을 온몸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그 기분은 지금까지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어떤 느낌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이 안락(安樂)을 한 번만 제대로 느껴도 두고두고 잊지 못합니다.
이 희열(喜悅)은 제대로만 체험하면 ‘오직 이것뿐이다’, ‘이 이상이 없다’고 하면서 이때부터는 기도하지 말라고 아무리 말리고 말려도 안 할 수 없습니다.
그럴 때 부처님 앞에 가면 감사한 눈물이 절로 나오고 불교를 만나서 기도를 할 수 있는 것이 참으로 복된 일인 줄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가고 머물고 앉고 누으며 항상 관세음보살을 염하고, 생각 생각에 관세음보살이 떠나지 않으면, 만나는 사람마다 기쁨을 선사하게 되고, 머무는 곳마다 편안한 세상, 괴로움이 없는 세상이 되며, 가는 곳마다 극락세계(極樂世界)로 변해 갈 것입니다.
그러다가 대무심(大無心)의 경지에 이르러 관세음보살의 대비원력(大悲願力)과 어떠한 고난도 극복하고 소원을 성취하고야 말겠다는 기도자의 간절한 마음이 합일되어 기도가 온전히 성취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관세음보살의 자비광명(慈悲光明)이 기도자의 공덕으로 변하여 만 중생에게 뜨겁게 베풀어지게 됩니다.
관세음보살의 어진 말씀과 그 숭고한 뜻과 자비스런 행동처럼 기도자가 닦은 선근공덕(善根功德)을 다른 중생들에게 이익을 돌리는 것입니다.
기도로서 얻은 정신세계뿐만 아니라 자기가 쌓아온 좋은 과보까지도 자기만을 위해서 쓰지 않고 관세음보살처럼 중생을 위해서 회향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여러분 자신이 관세음보살이 되어 세상을 구원하는 구원자(求願者)가 되고, 중생들의 영원한 안식처(安息處)가 되며, 진정한 귀의처(歸依處)가 되어 보십시오.
그렇게 기도공덕을 쌓지 못한 사람은 매일 관음정근을 삼만 번 이상을 해 보십시오.
그러면서 싫더라도 항상 웃는 얼굴로 남을 위해서 하루 한번 이상은 선행을 해보십시오.
천일기도 회향 무렵에는 관세음보살이 기도자를 모시고 수미산(須彌山) 정상을 올라가고 있을 것입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에 목숨을 놓았더니 밝고 신령하고 안락하도다 한 물건이여 사물마다 그대로가 비로자나 법신이요 곳곳마다 금색세계(金色世界) 아닌 곳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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